이병주문학관에서 읽은 시 북천-까마귀 유홍준 어제 앉은 데 오늘도 앉아 있다 지푸라기가 흩어져 있고 바람이 날아다니고 계속해서 무얼 더 먹을 게 있는지, 새카만 놈이 새카만 놈을 엎치락뒤치락 쫓아내며 쪼고 있다 전봇대는 일렬로 늘어서 있고 차들은 행하니 지나가고 내용도 없이 나는 어제 걸었던 들길을 .. 시 암송 2013.09.20
자작나무를 찾아서 자작나무를 찾아서 -안도현 따뜻한 남쪽에서 살아온 나는 잘 모른다 자작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대저 시인이라는 자가 그까짓 것도 모르다니 하면서 친구는 나를 호되게 후려치며 놀리기도 했지만 그래서 숲길을 가다가 어느 짖궂은 친구가 멀쑥한 백양나무를 가리키며 이게 자작나무야, 해도 나.. 시 암송 2011.09.19
손수건 손수건 -유홍준 그가 떠난 자리에 손수건 하나가 남아 있다 어떤 손수건엔 피가 묻어 있다 어떤 손수건은 뻘건 피가 굳어 뻣뻣하다 공원의 비둘기들이 모여 그 손수건을 쪼아대고 있다 친구가 보내준 시집의 일부다. 1980년 고교 때 처음 만난 이래 31년 동안 우리는 친구다. 친구라도 어떤 때는 아주 친.. 시 암송 2011.05.21
고종주 판사의 '자서' 自 序 -고종주- 내 삶의 크나큰 위로와 은총인 시여 세월을 못 이겨 나는 비록 쇠하더라도 너만은 날로 흥하여라 무구한 사랑을 영원히 노래하라 (고종주 시인의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에서'라는 시집에 실린 내용이다. 고종주 시인은 사법시험과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대법원 재판연구관, 창원지방법원.. 시 암송 2009.10.20
이선관의 '만일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왔으면 좋겠다' 만일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왔으면 좋겠다 -이선관- 여보야 이불 같이 덮자 춥다 만일 통일이 온다면 따뜻한 솜이불처럼 왔으면 좋겠다 (신경림님의 '처음처럼'에 소개되어 있는 시다. 신경림 시인이 소래 내어 읽고 싶은 우리 시를 50개 정도 선정하여 책을 펴냈는데, 이 책에 실려 있다. 신경림님은 통.. 시 암송 2009.09.25
나희덕의 '그의 사진' 그의 사진 -나희덕- 그가 쏟아놓고 간 물이 마르기 위해서는 얼마간 시간이 필요하다 사진 속의 눈동자는 변함없이 웃고 있지만 실은 남아 있는 물기를 거두어들이는 중이다 물기를 빨아들이는 그림자처럼 그의 사진은 그보다 집을 잘 지킨다 사진의 배웅을 받으며 나갔다 사진을 보며 거실에 들어서.. 시 암송 2009.06.02
알프레드 디 수자의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류시화 엮음 '사랑하라 한.. 시 암송 2009.01.04
안도현의 '간격' 간격(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 시 암송 2007.11.25
정지용의 '종달새' 종 달 새 -정지용- 삼동내 -----얼었다 나온 나를 종달새 지리 지리 지리리...... 왜 저리 놀려대누. 어머니 없이 자란 나를 종달새 지리 지리 지리리...... 왜 저리 놀려대누. 해바른 봄날 한종일 두고 모래톱에서 나 홀로 놀자. (신경림 시인은 이 시에 대하여 단순하면서도 명쾌하여 참 좋은 시라고 평한 .. 시 암송 2007.08.30
서정주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지는 말고 좁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 시 암송 2007.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