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암송

이선관의 '만일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왔으면 좋겠다'

자작나무의숲 2009. 9. 25. 21:02

                 만일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왔으면 좋겠다

                                                -이선관-

 

여보야

이불 같이 덮자

춥다

만일 통일이 온다면

따뜻한 솜이불처럼

왔으면 좋겠다

 

(신경림님의 '처음처럼'에 소개되어 있는 시다. 신경림 시인이 소래 내어 읽고 싶은 우리 시를 50개 정도 선정하여 책을 펴냈는데, 이 책에 실려 있다. 신경림님은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시의 모티브라고 해설하고 있다. 이선관 시인은 고등학교 재학중에 3 15 부정선거에 대한 규탄시위에 참여하여 4 19혁명의 단초를 열었다. 마산에서 시인으로서, 장애자문인협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시가 간결하면서도 통일이 폭력적이 아니라, 평화적으로 그것도 많은 이들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며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맘이 절절히 나타나 있다. 당장 통일이 안되더라도 남북간에 긴장이 완화되어 국방비를 줄이고 그 예산을 사회복지나 과학기술연구에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9. 9. 25. 부산에서 자작나무)

 

(시에는 이렇게 짧으면서 강력한 힘이 있다. 제 블로그에 답글을 쓰신 정동일님이 소개한 '어느 쓸쓸한 중의 심사에 비친'이라는 시를 보자

 

어느 쓸쓸한 중의 심사에 비친......

                          -이시영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뒷 교정의 가지 잘린 목련나무는
딱 한 송이 목련꽃을 매달고 서 있네
아, 차라리 봄이 오지나 말 것을


장정일님은 시가 읽히는 문화를 "알 듯 말 듯한 것을 즐기는 문화"라고 말한 바 있지만, 시는 산문만큼 때로는 수십 쪽의 산문보다 더 진실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2010. 2. 25.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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