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암송

고종주 판사의 '자서'

자작나무의숲 2009. 10. 20. 11:05

自 序

-고종주-

 

내 삶의

크나큰

위로와 은총인

시여

세월을 못 이겨

나는 비록

쇠하더라도

너만은 날로

흥하여라

무구한 사랑을

영원히 노래하라

 

(고종주 시인의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에서'라는 시집에 실린 내용이다. 고종주 시인은 사법시험과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대법원 재판연구관,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장을 거쳐 현재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분의 경력은 단 한 줄이다. 판사. 

그분은 판사처럼 생각하고 판사처럼 행동하셨다. 현재 정년이 한 두 해 남아 있을 정도로 경력이 많으시지만, 늘 새롭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젊게 사신다. 10여 년을 곁에서 지켜본 바로는 그분의 삶은 시였다. 설명, 변명을 다 생략하고 순수로 삶을 선언하는 시처럼 사셨다. 올 초 자녀를 결혼시켰는데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심지어 같은 방에 근무하는 배석판사도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타인의 경조사에는 빠짐이 없으시다. 며칠 전에도 다른 판사의 결혼식에서 그분을 뵈었다. 그분은 그런 분이다. 시를 읽으면서 그분의 삶을 떠올려 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일 것이다. 일독을 권한다. 2009. 10. 20.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