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기타) 88

에피31

1. 개괄전치형 카이스트교수가 편집한 과학잡지 epi 통권31호를 읽었다.2. 발췌대통령이 과학의 모든 것을 좌우하지는 못하지만 과학은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권력의 장 속에서 특정한 방향과 형태를 취하기 마련이다.-전치형 11면메르켈은 한 인터뷰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작은 보폭으로 계속 앞으로 나가는 것"이 자신의 정치철학으로, 극단적인 개혁과 같은 한 획을 긋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작은 보폭을 취하는 것은 그가 과학 문제를 다루는 과학자로서 훈련받은 정치가였기 때문이기도 하다.-박진희교수 117면에서아이젠하워는 아인슈타인의 다음과 같은 경구에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균형을 잡으려면 움직여야 한다"2025. 6. 12. 부산에..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

1. 개괄양성원 첼리스트와 김민형 수학자가 음악을 주제로대담한 것을 정리한 책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을 읽었다. 김영사 심성미 팀장이 편집한 책인데 예쁘게 만들어졌다.2. 발췌진짜 콘서트홀에서는 제가 원하는 것을 다 볼 수 있고, 그러면 더 잘 들리고, 잘 소화되는 느낌이에요. 저는 넖게 보고 싶어요.베토벤보다 인기 있던 작곡가들 대다수는 잊혔고 베토벤은 여전히 큰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베토벤이 후대에 더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금 우리가 수준 높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데에는 인기보다는 곡 자체에 더 몰두했던 작곡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사이먼 아미티지는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비판적으로 접근했습니다...밥 딜런의 가사가 굉장히 보수적이라는 거예요...시의 주제를 고르는 것,..

미래의 기원

1. 개괄이광형 카이스트 총장님이 쓴 '미래의 기원'을 읽었다.우주의 탄생부터 인류의 미래까지 과학자의 시선으로 세상의 원리를 밝힌다. 역사와 미래를 만드는 것은 인간인가? 환경인가? 라는 화두를 던진다.장구한 우주와 인간의 역사 속에서 배울 점은, 그 기나긴 시간 동안 정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는 팽창하고 천체의 모든 물체는 회전하고 있다. 남세균에서 출발한 생명체는 환경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며 오늘날의 우리로 진화했다고 주장한다.인문학으로 사상의 양분을 채우는 한편, 올바른 사상을 실제로 구현해낼 수 있는 기술도 반드시 개발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2. 발췌인간이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을 하며 살고 있는 사회는 일회성 연결이 아니다. 동네식당처럼 반복게임으로 이루어진 ..

모든 것의 새벽

1. 개괄데이비드 그레이버, 데이비드 웬그로가 쓴 "모든 것의 새벽" 다시 쓰는 인류 역사를 읽었다. 이 책은 농경의 도입은 혁명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단기간에 급속히 이루어진 사건이 아니었고, 농경의 발생이 곧바로 잉여의 발생과 부의 축척으로 이어진 것도 아니었다고 주장한다.인간 역사가 평등하고 순진한 상태에서 계층적 사회로 나아가는 선형적 행진이었다는 신화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문명과 고도 발전 사회가, 혹은 문명의 복잡성이 자유를 대가로 얻어졌다는 주장을 반박한다.2. 발췌우리가 던질 질문은 왜 특정한 문화 특질이 퍼지는가가 아니라 왜 다른 문화 특질은 퍼지지 않는가가 되어야 한다. 모스가 느끼기에 그에 대한 대답은, 바로 이것이 문화가 이웃 문화에 맞서 자신을 규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라는 ..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

1. 개괄유시민이 쓴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를 읽었다.2. 발췌인문학만 공부해서는 온전한 교양인이 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과학 책을 읽기 시작했다.기껏해야 과학교양서였지만 꾸준히 읽으니 배운 게 없지는 않았다. 기대하지 않았던 재미를 느꼈다.사회주의가 실패한 이유는 무엇인가?...다윈주의자인 나는 공산주의자들이 인간의 본성을 잘못 본 데 근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사회제도는 변하기 어려운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과 충돌하면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사유재산을 폐지한 게 대표적이다. 그게 도덕적으로 나쁜 정책이었다는 뜻이 아니다. 도덕적 평가와 무관하게, 사유재산 제도를 폐지한 사회체제는 장기 존속할 수 없다는 말이다.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 소개한 동물 개체군의 행동 패턴 분석 ..

2050 거주불능 지구

1. 개괄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가 쓴 "2050 거주불능 지구"를 읽었다. 2. 발췌 인간의 활동이 지속되는 만큼 기후 시스템은 더욱더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 과거에 그랬듯이 인류는 여전히 자연을 넘어서지도 벗어나지도 못했으며 오히려 자연이 인간을 압도하며 응징하고 있다. 인류가 하나의 지질학적 시대를 끝맺을 만큼 세계를 재설계했다는 사실, 바로 그 사실이 인류세에 담긴 핵심적인 교훈이다. 기후학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기 위해 두려움보다 희망이 동기를 자극하는 면에서 더 효과적이라는 사회과학 분야의 발견을 명분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경고와 체념은 다르다는 사실, 더 심각한 문제에 침묵한다고 희망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사실, 두려움도 동기를 자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부 무시한 생각이었다. 우리가..

하늘과 바람과 별과

1. 개괄 김상욱 물리학과 교수가 쓴 '하늘과 바람과 별과'를 읽었다. 2. 발췌 수소 탄소 질소 산소는 당신의 몸을 구성하는 원자의 99퍼센트를 이룬다. 많은 이가 동의하는 생명의 속성은 자기 자신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이 있어야 하며 번식을 통해 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충분한 변이는 진화에 반드시 필요하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진화하지 않는 생명체는 멸종하니까 유성생식은 생명이요 축복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답이 걸작이다. '선은 점이 움직여 만들어진다. ' 이쯤 되면 수학이 아니라 물리다. 움직인다는 것은 시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2024. 8. 30. 서울 자작나무

잠이 고장난 사람들

1. 개괄 가이 레시자이너가 쓴 "잠이 고장난 사람들"을 읽었다. 그는 신경의학자이자 수면장애센터 전문의다. 신경과학으로 본 수면의 비밀을 다루고 있다. 2. 발췌 증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그 자체로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클레인-레빈증후군의 가장 큰 문제는 마땅한 진단법이 없다는 것이다...그러면 어떻게 진단할까? 이른바 배제를 통해 이뤄진다. 다른 병일 가능성이 모두 배제된 후라야 진단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동물실험을 통해서도 수면박탈은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입증됐다. 개를 재우지 않으면 4일에서 17일 후에는 반드시 죽는다. 쥐의 경우는 11일에서 32일 간 잠을 재우지 않으면 죽는다. 2023. 12. 9. 서울 자작나무

이탈리아의 빌라와 그 정원

1. 개괄 이디스 워턴이 쓰고 김동훈 박사가 번역한 "이탈리아의 빌라와 그 정원"을 읽었다. 저자는 미국 명문가에서 태어났고 1904년 이탈리아 현지 취재 여행을 다녀와 이 책을 썼다. 역자는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연구관으로 일하고 있고 로마대학에서 방문학자로 있을 때 이 책을 알게 되어 변역작업을 하게 되었고 별도의 상세한 각주를 달고 있다. 역자는 이탈리아 정원의 역사는 곧 서양 정원의 역사라고 정의한다. 옮긴이 해제에서 '이탈리아 정원의 특징들을 살펴보면 스프레차투라라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스프레차투라는 어려운 일을 마치 쉬운 일처럼 세련되고 우아하게 다루는 것을 말한다. 무심한 듯 세심하게, 손 댄 듯 안 댄 듯, 우연히 그렇게 된 것 같지만 실은 아주 세심하게 만든 기교 아닌 기교, 인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