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151

가능하면 낯선 방향으로

1. 개괄김이설, 이주혜, 정선임 작가의 "가능하면 낯선 방향으로"를 읽었다. 이주혜 작가의 할리와 로사, 정선임 작가의 해변의 오리배, 김이설 작가의 최선의 합주 세 작품이 실려 있다.2. 발췌다시 숨이 턱턱 막혔지만 죽더라도 로사 옆에 가서 죽자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산길을 올라갔다. '가능하면 낯선 방향으로'라는 구호는 이제 '반드시 로사 방향으로'로 바뀌었다.-할리와 로사 중 34쪽응원봉이 다시 발광하고 있었다. 미연은 자신과 같다고 여겼다. 응원하다 지쳐버렸지만 여전히 믿고 싶어하는 마음이 혼재되어 패악을 부리듯 발광하는, 빛나던 순간을 잊지 못하고 질척대는.-해변의 오리 중나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걸 아주 잘했다...하지만 결국, 끝끝내, 이해 못 할 사람들도 있었는데 나는 그들..

봄이 오면 녹는

1. 개괄성혜령, 이서수, 전하영 작가의 '봄이 오면 녹는'을읽었다. 얼어붙고 녹아내리는 마음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다. 성혜령 작가의 '나방파리', 이서수 작가의 '언 강 위의 우리', 전하영 작가의 '시간여행자'가 그것이다. 출판사 다람이 펴낸 책이다.2. 발췌강도와 빈도가 약해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죽을 때까지 언니는 시온이를, 시온이의 죽음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고, 시온이를 과거에 두고 앞으로 나아가는 미래도 상상할 수 없었다.-나방파리 중, 10쪽누군가의 마음을 찌르는 칼이 제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그것의 용도는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언 강 위의 우리 중, 63쪽그것은 아주 냉정한 단절이었다. 그와 나 사이에 놓여 있던 투명한 유리창처럼 아주 명징하고, 무엇보다도 물질적인 사건이었다. 나는..

인간의 초상

1. 개괄유중원 작가가 쓴 소설 "인간의 초상"을 읽었다. 주인공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고 죽음의 공포 혹은 상실감 등 정신적 증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삶의 연장선상에 있는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인간의 기억과 망각에 관한 이야기다.2. 발췌그러므로 순수한, 문자 그대로 기억은 있을 수 없다. 기억은 질서정연하지 않다. 기억의 단속. 그런 의미에서모든 기억은 이미 해석에 불과한 것이다. 이것은 기억의 변형이고 변주일 뿐이다.이 세상에는 직접 몸으로 겪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전쟁이 바로 그렇다. 전쟁이란 직접 겪어보지 않는 사람은 감히 상상도, 예측도 할 수 없는 몸부림이고 죽음의 고통인 것이다. 137쪽2025. 5. 5. 부산 자작나무

파견근무

한때는 법전처럼 명징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 페이지를 넘기면 정화하는 시의 세계가 펼쳐졌는데. 인간이라는 기이한 생물을 가두기엔 법이라는 망의 구멍은 너무 성글고 단순했다. 무엇보다도, 정 억울하면 항소하겠지. 강은 엄살이라도 떨듯 어깨를 움츠리며 부르르 떨어 보았다. 정미경 소설 "파견근무"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1, 241-242면) 2024. 6. 21. 서울 자작나무

테러리스트 마르틴 베크 시리즈 10

1. 개괄 마이 셰발, 페르 발뢰가 쓴 추리소설 "테러리스트 마르틴 베크 시리즈 10"을 읽었다. 마르틴 베크는 스웨ㄷ덴 범죄수사국에 근무하는 형사다. 2. 발췌 남의 생각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걸 지지하고 나서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 이 나라의 공무원은 아무도 믿으면 안돼요. 그들은 유명하거나 부자가 아닌 보통 사람에게는 신경쓰지 않고, 그들이 말하는 도움은 내가 바라는 도움이 아니에요. 그들은 우리를 속일 뿐이에요. 하지만 그들에게, 정부에서 결정하는 사람들에게, 시민들을 속이고도 영원히 무사할 순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시민들은 그들이 우리를 속이고 배신한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 무서워서, 아니면 지금 그대로가 편해서 아무 말 하지 않는 거예요...그래서 제가 그를 쏜 거예요. 그들을 ..

작별하지 않는다

1. 개괄 한강이 쓴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제주 4. 3사건을 잊지 않으려고 애쓰는 유족을 다루고 있다. 2. 발췌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조금 전에 쓴 형편없는 것을 다시 찢어버린다. 처음부터 다시 써. 진짜 작별인사를, 제대로.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우리 프로젝트 말이야. 미소 띤 얼굴로 나를 돌아보며 그녀는 주전자에 생수를 부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제목을 묻지 않았어. 나는 대답했다. 작별하지 않는다. 주전자와 머그잔 두 개를 양손에 들고 걸어오며 인선이 되뇌었다. 작별하지 않는다.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

검은 사슴

1. 개괄 한강 첫 장편소설 "검은 사슴"을 읽었다. 인영, 명윤, 의선, 장종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황곡이라는 탄광도시가 배경이다. 2. 발췌 그것은 검은 프라이팬 위에서 몸뚱어리를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한마디 따뜻한 말로도 그를 위로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거의 곁을 주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그 때문에 그는 나름의 위로를 받았던 것이다. 2023. 12. 15. 서울 자작나무

달러구트 꿈백화점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영감이라는 말은 참 편리하지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대단한 게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결국 고민의 시간이 차이를 만드는 거랍니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지, 하지 않는지, 결국 그 차이죠. 나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고 믿는단다. 첫째 아무래도 삶에 만족할 수 없을 때는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것. 두 번째 방법은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지. -이미예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인용

하얼빈

1. 개괄 김훈 장편소설 '하얼빈'을 읽었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하였다. "안중근의 총은 그의 말과 다르지 않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2. 발췌 이토를 살려놓고 이토를 죽이는 이유를 이토에게 말해주었으면 좋았겠는데 이토가 죽었다면 이토를 죽인 이유를 이토에게 말해줄 수가 없겠구나. 나는 헛된 일을 좋아해서 이토를 죽인 것이 아니다. 나는 이토를 죽이는 이유를 세계에 발표하려는 수단으로 이토를 죽였다. 나의 거사는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얻기 위한 것이다. 공개를 금지한 이상 진술할 필요는 없다. 나의 목적은 동양 평화이다. 무릇 세상에는 작은 벌레라도 자신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도모하지 않는 것은 없다. 안중근은 스스로 교회 밖으로 나간 자이다. 범죄에 대한 형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