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142

하얼빈

1. 개괄 김훈 장편소설 '하얼빈'을 읽었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하였다. "안중근의 총은 그의 말과 다르지 않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2. 발췌 이토를 살려놓고 이토를 죽이는 이유를 이토에게 말해주었으면 좋았겠는데 이토가 죽었다면 이토를 죽인 이유를 이토에게 말해줄 수가 없겠구나. 나는 헛된 일을 좋아해서 이토를 죽인 것이 아니다. 나는 이토를 죽이는 이유를 세계에 발표하려는 수단으로 이토를 죽였다. 나의 거사는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얻기 위한 것이다. 공개를 금지한 이상 진술할 필요는 없다. 나의 목적은 동양 평화이다. 무릇 세상에는 작은 벌레라도 자신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도모하지 않는 것은 없다. 안중근은 스스로 교회 밖으로 나간 자이다. 범죄에 대한 형량은..

버스데이

정부는 십여 년 전부터 혼자 사는 사람에게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독거기간이 십 년을 초과하는 시점부터 기간에 비례하여 매년 누진세가 적용된다. 정부는 세금을 피하는 세 가지 삶의 방법을 제시했다. 반려인, 반려견, 안드로이드였다. -기명진 소설 '버스데이' 중에서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이미 주변에 와 있는데도 눈치를 못 채고 있거나, 아직 오지는 않지만 임박한 것들을 본다. 작가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지만 영감을 준다. 따라서 문학작품을 읽는 사람은 생각이 깊을 수밖에 없다) 2021. 12. 31. 서울 자작나무

마약 운반 이야기 뮬을 읽고

1. 개괄 토니 데수자가 쓴 '마약 운반 이야기'를 읽었다. 주인공 제임스가 신문 잡지에 기고를 하다가 금융위기 무렵 수입이 모두 끊기자 '노새'라고 비유하는 대마초 운반 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마약시장을 떠나면서 소설은 끝난다. 2. 발췌 나는 스스로를 미워하는 놈이었다. 나는 내 자유를 위협했다. 내 집에서 때어나기 전부터 그랬어. 이미 잉태됐으니까 태어났겠지. 불황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불황이란 없었다. 그리고 미국이 있었고 동시에 미국은 없었다. 그리고 내가 있었고 동시에 나는 없었다. 하지만 도로는 확실히 있었다. 그리고 나는 도로 위에 있었다. 2021. 9. 15. 서울 자작나무

스노우 엔젤을 읽고

1. 개괄 가와이 간지가 쓴 범죄소설 '스노우 엔젤'을 읽었다. 마약과 도박을 이용해 쾌락의 천국을 건설하려는 자들과 이를 저지하기 위해 어떤 범죄든 마다하지 않는 추락한 자들 간의 암투를 그렸다. 진자이 아키라가 전직경찰관으로 주인공이다. 제목은 합성약물 이름이다. 2. 발췌 게이트웨이 드러그란 마약 중독으로 이어지는 입구가 되는 약물이라는 의미이다. 일단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다른 좀 더 유해한 약물로 나아가기 쉬워진다는 뜻이다. 나는 법보다 더 위에 있는, 내가 믿는 정의를 위해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날마다 범죄에 손을 담그고 있는 지금 이젠 그 신념조차도 흔들리기 시작했어. 2021. 9. 13. 서울 자작나무

밝은 밤을 읽고

1. 개괄 최은영 소설 '밝은 밤'을 읽었다. 증조외할머니, 외할머니, 엄마, 주인공 지연으로 연결되는 인생사를 이야기한다. 특히 태생지를 빌려 삼천이, 새비로 서로를 부르며 일제시대 한국전쟁 등을 함께 살아냈던 두 여성의 만남이 이 소설을 끌고 간다. 2. 발췌 나는 사람들이 남자에게 쉽게 공감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주무셔야 하는데 눈치도 없이 앉아 있어서 죄송하다고 말하니 할머니는 할머니 집에서는 결코, 어떤 경우에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법이라고 했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죄가 있다면 그건 여자로 태어나고 여자로 산다는 것이었다. 허영심의 힘이 얼마나 센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고통 안에서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았다. 나는 자꾸만 뒷걸음질쳤고 익숙한 구덩이..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고

1. 개괄 델리아 오언스가 쓴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었다. 작가는 동물행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 소설은 그의 첫 소설이다. 작가는 외로움에 대한 책이라고 단언했고 처음부터 고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주인공은 카야이고 배경은 습지다. 주인공은 부모형제에게 버림받고 늪지에서 외롭게 살아간다. 테이트는 그녀의 반려자가 된다. 2. 발췌 카야는 숨을 쉬는 촉촉한 흙에 가만히 손을 대었다. 그러자 습지가 카야의 어머니가 되었다. 엄마가 떠났을 때의 아픔과는 또 달랐다. 솔직히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려면 애를 써야 했다. 아니 갈매기랑 왜가리랑 판잣집을 떠날 수는 없어. 나한테 가족은 습지뿐인걸 가끔 술에 취하지 않았을 때 제이크는 학업을 마치고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삶을..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를 읽고

1. 개괄 스태프 차가 쓴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를 읽었다. 1991년 미국에서 라타샤 할린스가 오렌지 주스를 사러 주류 마켓에 들어갔다가 물건을 훔쳤다고 의심을 하며 붙잡는 가게 주인 두순자를 가격하고 돌아선 순간 두순자에게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 이른바 라타샤 할린스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는 가게주인이 28년 뒤 피해자 가족으로부터 복수를 당해 죽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2. 발췌 체계화된 인종차별이 참 무차별적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불행히도 많은 사람들이 깡패들만 죽임을 당한다고 믿으려고 하니까. 그 여자는 그 어떤 자격도 없었다. 에이바는 열여섯 살에 죽었다. 에이바가 누려야 할 세월, 경험, 행복. 그 모든 것이 총 한 발에 사라졌다. 한정자가 그 이상을 누..

렉시콘을 읽고

1. 개괄 맥스 배리가 쓴 '렉시콘'을 읽었다. 호주의 SF작가다. 렉시콘은 특정 언어나 주제, 사전에 쓰이는 모든 단어의 모음을 말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언어의 힘 특히 설득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2. 발췌 왜냐하면 누군가가 나를 너무 잘 알면 나를 설득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끔찍하게 차가워요 사람들이 '납득시켜봐'라고 말할 때, 사실 그것은 상대방이 열린 마음이 아니라는 뜻임을 에밀리는 알게 되었다. 사람에게 가장 기본적인 건 욕망이야. 그게 사람들을 규정하지. 어떤 사람이 원하는 것, 정말로 원하는 것을 내게 말해주면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를, 어떻게 설득할지를 말해 줄 수 있어 나를 찾는 사람들이 있어. 난 그들에게서 뭔가를 훔쳤어/ 뭘 훔쳤는데? / 단어야 설득은 이해에서..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를 읽고

1. 개괄 김병운 장편소설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를 읽었다. 주인공 강은성은 공상표라는 예명을 가진 배우다. 독립영화 감독 김영우와 사랑하다가 헤어진다. 게이임을 커밍아웃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강은성은 오랜 고민 끝에 커밍아웃을 하나 며칠 뒤 김영우는 방화사건의 피해자가 되어 죽는다. 강은성은 김영우와의 관계를 회고하는 인터뷰를 한다. 2. 발췌 만약 커밍아웃을 한 게 친구나 동료였다면 그녀는 기꺼이 응원했을 것이다...하지만 그게 가능한 건 그들이 엄연한 남이기 때문이다...동생의 커밍아웃으로 달라질 상황들이 일찌감치 겁났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시간들이 벌써부터 버거웠다. 제가 게이라는 걸 자각한 열두 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그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