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146

테러리스트 마르틴 베크 시리즈 10

1. 개괄 마이 셰발, 페르 발뢰가 쓴 추리소설 "테러리스트 마르틴 베크 시리즈 10"을 읽었다. 마르틴 베크는 스웨ㄷ덴 범죄수사국에 근무하는 형사다. 2. 발췌 남의 생각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걸 지지하고 나서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 이 나라의 공무원은 아무도 믿으면 안돼요. 그들은 유명하거나 부자가 아닌 보통 사람에게는 신경쓰지 않고, 그들이 말하는 도움은 내가 바라는 도움이 아니에요. 그들은 우리를 속일 뿐이에요. 하지만 그들에게, 정부에서 결정하는 사람들에게, 시민들을 속이고도 영원히 무사할 순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시민들은 그들이 우리를 속이고 배신한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 무서워서, 아니면 지금 그대로가 편해서 아무 말 하지 않는 거예요...그래서 제가 그를 쏜 거예요. 그들을 ..

작별하지 않는다

1. 개괄 한강이 쓴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제주 4. 3사건을 잊지 않으려고 애쓰는 유족을 다루고 있다. 2. 발췌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조금 전에 쓴 형편없는 것을 다시 찢어버린다. 처음부터 다시 써. 진짜 작별인사를, 제대로.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우리 프로젝트 말이야. 미소 띤 얼굴로 나를 돌아보며 그녀는 주전자에 생수를 부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제목을 묻지 않았어. 나는 대답했다. 작별하지 않는다. 주전자와 머그잔 두 개를 양손에 들고 걸어오며 인선이 되뇌었다. 작별하지 않는다.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

검은 사슴

1. 개괄 한강 첫 장편소설 "검은 사슴"을 읽었다. 인영, 명윤, 의선, 장종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황곡이라는 탄광도시가 배경이다. 2. 발췌 그것은 검은 프라이팬 위에서 몸뚱어리를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한마디 따뜻한 말로도 그를 위로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거의 곁을 주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그 때문에 그는 나름의 위로를 받았던 것이다. 2023. 12. 15. 서울 자작나무

달러구트 꿈백화점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영감이라는 말은 참 편리하지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대단한 게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결국 고민의 시간이 차이를 만드는 거랍니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지, 하지 않는지, 결국 그 차이죠. 나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고 믿는단다. 첫째 아무래도 삶에 만족할 수 없을 때는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것. 두 번째 방법은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지. -이미예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인용

하얼빈

1. 개괄 김훈 장편소설 '하얼빈'을 읽었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을 소재로 하였다. "안중근의 총은 그의 말과 다르지 않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2. 발췌 이토를 살려놓고 이토를 죽이는 이유를 이토에게 말해주었으면 좋았겠는데 이토가 죽었다면 이토를 죽인 이유를 이토에게 말해줄 수가 없겠구나. 나는 헛된 일을 좋아해서 이토를 죽인 것이 아니다. 나는 이토를 죽이는 이유를 세계에 발표하려는 수단으로 이토를 죽였다. 나의 거사는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얻기 위한 것이다. 공개를 금지한 이상 진술할 필요는 없다. 나의 목적은 동양 평화이다. 무릇 세상에는 작은 벌레라도 자신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도모하지 않는 것은 없다. 안중근은 스스로 교회 밖으로 나간 자이다. 범죄에 대한 형량은..

버스데이

정부는 십여 년 전부터 혼자 사는 사람에게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독거기간이 십 년을 초과하는 시점부터 기간에 비례하여 매년 누진세가 적용된다. 정부는 세금을 피하는 세 가지 삶의 방법을 제시했다. 반려인, 반려견, 안드로이드였다. -기명진 소설 '버스데이' 중에서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이미 주변에 와 있는데도 눈치를 못 채고 있거나, 아직 오지는 않지만 임박한 것들을 본다. 작가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지만 영감을 준다. 따라서 문학작품을 읽는 사람은 생각이 깊을 수밖에 없다) 2021. 12. 31. 서울 자작나무

마약 운반 이야기 뮬을 읽고

1. 개괄 토니 데수자가 쓴 '마약 운반 이야기'를 읽었다. 주인공 제임스가 신문 잡지에 기고를 하다가 금융위기 무렵 수입이 모두 끊기자 '노새'라고 비유하는 대마초 운반 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마약시장을 떠나면서 소설은 끝난다. 2. 발췌 나는 스스로를 미워하는 놈이었다. 나는 내 자유를 위협했다. 내 집에서 때어나기 전부터 그랬어. 이미 잉태됐으니까 태어났겠지. 불황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불황이란 없었다. 그리고 미국이 있었고 동시에 미국은 없었다. 그리고 내가 있었고 동시에 나는 없었다. 하지만 도로는 확실히 있었다. 그리고 나는 도로 위에 있었다. 2021. 9. 15. 서울 자작나무

스노우 엔젤을 읽고

1. 개괄 가와이 간지가 쓴 범죄소설 '스노우 엔젤'을 읽었다. 마약과 도박을 이용해 쾌락의 천국을 건설하려는 자들과 이를 저지하기 위해 어떤 범죄든 마다하지 않는 추락한 자들 간의 암투를 그렸다. 진자이 아키라가 전직경찰관으로 주인공이다. 제목은 합성약물 이름이다. 2. 발췌 게이트웨이 드러그란 마약 중독으로 이어지는 입구가 되는 약물이라는 의미이다. 일단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다른 좀 더 유해한 약물로 나아가기 쉬워진다는 뜻이다. 나는 법보다 더 위에 있는, 내가 믿는 정의를 위해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날마다 범죄에 손을 담그고 있는 지금 이젠 그 신념조차도 흔들리기 시작했어. 2021. 9. 13. 서울 자작나무

밝은 밤을 읽고

1. 개괄 최은영 소설 '밝은 밤'을 읽었다. 증조외할머니, 외할머니, 엄마, 주인공 지연으로 연결되는 인생사를 이야기한다. 특히 태생지를 빌려 삼천이, 새비로 서로를 부르며 일제시대 한국전쟁 등을 함께 살아냈던 두 여성의 만남이 이 소설을 끌고 간다. 2. 발췌 나는 사람들이 남자에게 쉽게 공감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주무셔야 하는데 눈치도 없이 앉아 있어서 죄송하다고 말하니 할머니는 할머니 집에서는 결코, 어떤 경우에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법이라고 했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죄가 있다면 그건 여자로 태어나고 여자로 산다는 것이었다. 허영심의 힘이 얼마나 센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고통 안에서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았다. 나는 자꾸만 뒷걸음질쳤고 익숙한 구덩이..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고

1. 개괄 델리아 오언스가 쓴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었다. 작가는 동물행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 소설은 그의 첫 소설이다. 작가는 외로움에 대한 책이라고 단언했고 처음부터 고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주인공은 카야이고 배경은 습지다. 주인공은 부모형제에게 버림받고 늪지에서 외롭게 살아간다. 테이트는 그녀의 반려자가 된다. 2. 발췌 카야는 숨을 쉬는 촉촉한 흙에 가만히 손을 대었다. 그러자 습지가 카야의 어머니가 되었다. 엄마가 떠났을 때의 아픔과는 또 달랐다. 솔직히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려면 애를 써야 했다. 아니 갈매기랑 왜가리랑 판잣집을 떠날 수는 없어. 나한테 가족은 습지뿐인걸 가끔 술에 취하지 않았을 때 제이크는 학업을 마치고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