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146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를 읽고

1. 개괄 스태프 차가 쓴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를 읽었다. 1991년 미국에서 라타샤 할린스가 오렌지 주스를 사러 주류 마켓에 들어갔다가 물건을 훔쳤다고 의심을 하며 붙잡는 가게 주인 두순자를 가격하고 돌아선 순간 두순자에게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 이른바 라타샤 할린스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는 가게주인이 28년 뒤 피해자 가족으로부터 복수를 당해 죽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2. 발췌 체계화된 인종차별이 참 무차별적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불행히도 많은 사람들이 깡패들만 죽임을 당한다고 믿으려고 하니까. 그 여자는 그 어떤 자격도 없었다. 에이바는 열여섯 살에 죽었다. 에이바가 누려야 할 세월, 경험, 행복. 그 모든 것이 총 한 발에 사라졌다. 한정자가 그 이상을 누..

렉시콘을 읽고

1. 개괄 맥스 배리가 쓴 '렉시콘'을 읽었다. 호주의 SF작가다. 렉시콘은 특정 언어나 주제, 사전에 쓰이는 모든 단어의 모음을 말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언어의 힘 특히 설득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2. 발췌 왜냐하면 누군가가 나를 너무 잘 알면 나를 설득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끔찍하게 차가워요 사람들이 '납득시켜봐'라고 말할 때, 사실 그것은 상대방이 열린 마음이 아니라는 뜻임을 에밀리는 알게 되었다. 사람에게 가장 기본적인 건 욕망이야. 그게 사람들을 규정하지. 어떤 사람이 원하는 것, 정말로 원하는 것을 내게 말해주면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를, 어떻게 설득할지를 말해 줄 수 있어 나를 찾는 사람들이 있어. 난 그들에게서 뭔가를 훔쳤어/ 뭘 훔쳤는데? / 단어야 설득은 이해에서..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를 읽고

1. 개괄 김병운 장편소설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를 읽었다. 주인공 강은성은 공상표라는 예명을 가진 배우다. 독립영화 감독 김영우와 사랑하다가 헤어진다. 게이임을 커밍아웃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강은성은 오랜 고민 끝에 커밍아웃을 하나 며칠 뒤 김영우는 방화사건의 피해자가 되어 죽는다. 강은성은 김영우와의 관계를 회고하는 인터뷰를 한다. 2. 발췌 만약 커밍아웃을 한 게 친구나 동료였다면 그녀는 기꺼이 응원했을 것이다...하지만 그게 가능한 건 그들이 엄연한 남이기 때문이다...동생의 커밍아웃으로 달라질 상황들이 일찌감치 겁났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시간들이 벌써부터 버거웠다. 제가 게이라는 걸 자각한 열두 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그 사실을..

위대한 집을 읽고

1. 개괄 니콜 크라우스가 쓴 '위대한 집'을 읽었다. 이 소설에는 열아홉 개의 서랍이 달린 커다란 책상이 등장한다. 이 책상을 한때나마 소유했거나 소유했던 이 곁에 머물렀던 인물들은 자신의 고통이나 슬픔을 드러내는 데 서툴고 타인의 마음 깊은 곳에 다가가려 하지만 끝내 도달하지 못하는 고독한 사람들이다. 2. 발췌 아무 상관도 없을뿐더러 더 나쁜 건, 산더미 같은 말 속에 영혼의 가난함을 숨겨온 사기꾼이었어요. 그런 책상을 선물로 준 건, 정말 잔인할 정도로 천재적인 아이디어였다는 생각도 들었어-자신의 말뚝을 확실히 박고 아내의 상상 속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자신만의 자리를 마련하는 일이었으니까. 사랑의 행위는 언제나 고백이다 라고 카뮈는 썼다. 2021. 6. 19. 서울 자작나무

죽음을 읽고

1. 개괄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죽음'을 읽었다. 누가 날 죽였지?로 시작하여 나는 왜 태어났지? 로 끝맺는다. 죽은 사람(가브리엘 웰즈)이 저승에서 자신을 살해한 범인을 찾기 위해 수사를 펼친다. 2. 발췌 나는 나와 생각이 같지 않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말하는 게 아니다. 이미 나와 생각이 같은 이들에게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 말하는 것이다. 글쓰기는 필연적으로 선택을 강요받는 일이다. 선택은 곧 포기를 의미하며 포기는 후회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깨달았어요. 건강에 이르는 지름길은 행복이라는 사실을. 불행은 병을 부르죠. 은행이 부자들에게는 돈을 빌려주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대출을 거절하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멈추는 순간을 스스로 결정하지도 못하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게 ..

운명과 분노를 읽고

1. 개괄 로런 그로프가 쓴 소설 '운명과 분노'를 읽었다. 그녀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2015년 이 작품을 발표하였다. 역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작품을 애초에 두 작품으로 나누어 구상했고 로토와 마틸드 두 주인공은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묶였다고 한다. 2. 발췌 거의 이십 년을 함께 살다보니 불다오르던 열정은 따뜻한 온기로 변했고 유머는 덜 과격해졌지만 지속시키기는 더 쉬어졌다. 즉각적인 반응에서 얻어지는 것은 없다. 그녀의 방식은 느리게 거리를 두고 움직이는 것이었다. 로토가 그 공포에 귀를 기울였다면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다. 명성도 얻지 못하고 희곡도 쓰지 못했겠지만 평화 편안함 돈은 누렸을 것이다. 화려함은 없었겠지만 자식은 있었을 것이다. 어느 삶이 더 나은가? 우리가 말할 수는 없다. 결혼이란 ..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고

1. 개괄 에이모 토울스가 쓴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었다. 그는 20년 넘게 뉴욕 투자회사에서 일하다가 2011년 첫 장편소설을 발표하고 2016년 이 작품을 발표하였다. 이 작품은 1922년에서 1954년까지 모스크바의 메트로폴 호텔에 볼세비키 혁명세력에 의해 가택연금된 로스토프 백작이 어떻게 삶의 목적을 찾고 적응해나가는지를 보여준다. 백작의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대공이 백작에게 얘기해준 '역경은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나며, 인간은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지 않으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이 작품의 주제라고 역자는 설명한다. 2. 발췌 모든 인류에겐 적당한 정도의 슬픔이 있단다. 시대가 해야 할 일은 변화하는 것입니다. 할레키씨. 그리고 신사가 해야할 일은 시대와 함께 변화하는 것이지..

한 명을 읽고

1. 개괄 김숨이 쓴 소설 '한 명'을 읽었다. 세월이 흘러, 생존해 계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단 한 분뿐인 그 어느 날을 시점으로 소설을 쓴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미주로 달았다. 주인공은 그녀로 호칭되다가 끝에서 풍길이라고 밝힌다. 2. 발췌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둘이었는데 간밤 한 명이 세상을 떠나. 혼자만 살아 돌아온 게 죄가 되나? 살아 돌아온 곳이 지옥이어도? 그녀는 신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찡그린 표정일까, 화가 난 표정일까, 체념한 표정일까, 안쓰러움이 담긴 표정일까. 눈을 감지만 잠은 오지 않는다. 그녀는 잠들려 애쓰지 않는다. 인간이 잠을 안 자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다. 지난 70년 동안 그녀는 온전히 잠들었던 적..

방관시대의 사람들을 읽고

1. 개괄 류전윈이 쓴 소설 '방관시대의 사람들'을 읽었다. 그는 중국 런민대 문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이 소설에서는 뉴샤오리, 리안방, 양카이퉈, 마충청이라는 각기 다른 신분을 가진 네 사람이 무수한 사건을 만들고 그 진행과 반전의 과정에서 삶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요약될 수 있는 지난 40년 중국사회의 변화가 가져온 대표적 현상이 방관이라고 한다. 극단적 타자화, 유대감의 극단적 상실이 이 소설의 제목이 갖는 함의일 수 있다고 역자는 설명한다. 2. 발췌 뉴샤오리는 세상에 가난한 사람이 많은 것은 절대 좋은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치소나 감옥에 처넣을 수는 있지만 사회 안에서 녀석을 가둬둘 울타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사회라는 울타리는 사람이 만든 것이다. 사람이 악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