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묵상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21. 6. 29. 19:32
1. 개괄
건축가 승효상이 쓴 수도원 순례 이야기 '묵상'을 읽었다.

2018년 여름 이탈리아 프랑스에 있는 수도원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방문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수도원을 지은 건축가들의 삶을 소개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2. 발췌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은 현실에서 만나는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을 벗어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 옳다면 여행은 도피수단밖에 되지 않으며 일상을 증오로 몰 뿐이어서 불건전하다. 내 생각으로는 여행은 일상으로 다시 돌아올 힘을 얻고자 떠나는 것이니, 나는 그의 견해에 동의하지 못한다.

서울 같은 번잡한 도시에서도 굳이 종교적 색채를 띠지 않더라도 성소를 곳곳에 만들어 지나가는 이들에게 영성을 발견할 기회를 가지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고 시에 제안했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나는 번잡한 곳만이 아니라 경건한 영역이나 시설이 있어야 도시의 지속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다. 경건한 곳이라면 죽음이 있는 무덤만한 곳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묘역을 부동산 시세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도시 밖으로 모두 쫓아내어 마치 죽음을 모르는 양 일상을 산다.

예전에 어떤 이가 내게 당신의 건축은 어디서 오느냐고 물었다. 같은 대답을 했다. 절박함.

매번 식사 때마다 웃음과 해학이 넘쳐나던 일행이었는데 모두 묵상의 분위기에 젖고 만 것이다. 공간이 그렇게 만든다.

2021. 6. 29. 서울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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