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서양철학사를 다시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8. 12. 25. 19:33

1. 개괄

버트런드 러셀이 쓴 '서양철학사'를 다시 읽었다. 저자는 1943년 이 책을 집필하였다. 이 책은 역사적 배경을 다루고 그 시대의 주요철학자를 살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작은 그리스 문명의 발흥이고 끝은 논리분석철학이다. 철학의 계통을 밝히는 데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다.

 

2. 발췌

어떤 철학자를 연구할 때 가져야할 올바른 태도는 그를 숭상하지도 경멸하지도 말고 이론 가운데 믿을 만한 점을 알아낼 때까지 우선 일종의 가설로서 공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아무도 고의로 죄를 짓지는 않으므로 지식만 있다면 모든 사람이 다 덕을 갖추게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귀납법은 연역법보다 설득력이 약하며 확실성이 아니라 개연성만 제공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귀납법은 연역법이 주지 못하는 새로운 지식을 제공해준다.

 

스피노자의 철학적 견해는 공포의 전횡에서 인간을 해방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자유로운 인간은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며 죽음이 아니라 삶에 대한 명상을 통해 지혜를 얻는다'

 

사회가 복수를 허용한다면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경우에 대해 재판관의 위치에 서게 되는 셈인데 이것은 바로 법률이 금하려는 내용이다.

 

나는 양 극단 사이에 진실이 놓여 있다고 믿는다. 여느 경우 처럼 사상과 실생활은 대등한 수준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존 로크는 역사상 일어난 혁명 가운데 가장 온건했으며 전무후무한 성공을 거둔 1688년 명예혁명의 주창자이다. 명예혁명이 겨냥했던 목표들은 가장 온건했지만 대부분 착오 없이 성취되었기 때문에 이후 영국에서 더는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다.

 

루소의 철학이 실제 정치 현장에서 거둔 첫 결실은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였다.

 

3. 소감

1038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이다. 읽는 방법은 다양하다. 역사서로 읽어도 무방하다. 대립하는 철학을 골라 읽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법관이기도 했던 토머스 모어는 보통 인정되는 관행을 따르지 않고 소송 당사자들이 주는 선물을 모두 거절한 반면 프랜시스 베이컨은 대법관에 임명된 지 2년만에 소송 관련자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이유로 기소되었기 때문에 물러났고 그 덕분에 주요 작품을 저술함으로써 근대 귀납법의 창시자가 된 점도 인상적이다.

 

로크에 후한 평가를, 루소에게 박한 평가를 준다고 느낀 건 독자가 과민한 탓일까?

 

2018. 12. 25.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