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인간의 조건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7. 4. 17. 22:14

1. 개괄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을 읽었다. 저자는 1901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1933년 이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1976년 프랑스에서 사망하였다. 드골 정권에서 문화부 장관을 역임하였다. 

이 작품은 1927년 장제스의 상하이 구데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각기 불가불 주어지는 죽음에 따라 그들의 '인간의 조건'들을 좇아간다. 죽음이 모든 인물들 위에서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는 특징이 고전 비극의 운명처럼 작용하고 있는 이 작품은 단순히 묘사된 혁명운동의 르포르타주 단계를 넘어서 비극의 경지에까지 이르고 있다. 말로는 이러한 고독의 그늘 속에서 가려진 인물들 가운데서 그의 고정관념이었던 허무주의적 고독감의 탈출을 시도하였다고 한다.


2. 발췌

1927년 3월 21일 밤 0시 30분

모기장을 처들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모기장째 푹 찌를 것인가? 첸은 오뇌로 온몸이 죄어 왔다.


나는 그녀를 내가 사랑하고 있는 범위 내에서, 그리고 나 자신의 사랑하는 방법으로밖에 이해하지 못해.


무엇 때문에 일하고 있는 지도 모르고 하루에 열두 시간씩이나 일하는 사람에게는 가능한 존엄성도, 현실의 생활도 없다. 이 노동은 하나의 의미를 지니고 하나의 조국이 되어야 했다.


그는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중국인 이슬람교도들을 생각했다. 그들은 바로 지금과 같은 밤에 시든 라마다풀의 초원에 엎드려 노래를 불러댔다. 그것은 수천 년 이래로, 고민하는 인간, 즉 자기도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인간의 가슴을 쥐어뜯는 노래였다.


이 세상에는 하늘의 별보다 고뇌가 더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쓰라린 괴로움을 아내에게 넘겨줄지도 몰랐다. 그녀를 남겨두고 자기만 죽어버린다면 말이다.


난 당신이 잘못했다고 하는 게 아니야. 단지 나 혼자서 떠나고 싶다는 것뿐이야. 당신에 내게 인정하는 자유는 또한 당신의 자유이기도 해. 그건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행하는 자유야. 자유는 교환이 아니야. 자유는 그저 자유란 말이야.


그림을 그리지 않는 화가를 가지고 위대한 화가 운운한다면 우리는 그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인간은 그 행위의 총화입니다. 해놓은 일, 해낼 수 있는 일의 총화입니다.


인간 세계에서 인간 이상의 것이 되고 싶어하는 것이죠. 앞에서 말했듯이 인간의 조건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입니다. 단지 권력을 갖는다는 것이 아니라, 전능해지려고 말입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생활의 기반으로 삼는 거의 모든 것, 이를테면 애정이나 가정이나 노동 같은 것에서 초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포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당신은 살고 싶소? / 사는 방법에 달렸지요. / 죽는 데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소 / 하지만 선택할 수 없지 않습니까? / 그럼, 당신은 사람이 언제나 자기가 사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오?


노동자는 어디까지나 노동자입니다. 죽지 않는 한 말이지요. 인간이 단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어떤 사상을 위해 버린다는 것은 인류의 독특한 어리석음이라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인간이, 글쎄요. 인간의로서의 조건을 견디어낸다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겠지요. 

인간이 이해타산을 초월하여 기꺼이 목숨을 내던지는 모든 사상은 이 조건의 바탕을 막연하나마 인간의 존엄 위에 놓고, 그 올바름을 증명하려 하고 있다. 이를테면 옛날의 노예에게는 그리스도교가, 시민에게는 국가가, 그리고 노동자 계급에게는 코뮤니즘이 그것이다.


3. 소감

인간의 조건은 죽음이 아닐까? 죽음에 대한 태도가 삶의 내용을 결정짓는 요인이 아닐까? 그러나 죽음을 선택하려는 사람에게도 이 법칙은 적용될까? 고뇌 없이 자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2017. 4. 17.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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