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공터에서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7. 2. 20. 20:49

1. 개괄

김훈의 소설 <공터에서>를 읽었다. 작가는 후기에서 '나의 등장인물들은 늘 영웅적이지 못하다. 그들은 머뭇거리고, 두리번거리고, 죄 없이 쫓겨 다닌다. 나는 이 남루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식민지 시대의 상해, 한국전쟁의 흥남부두, 베트남 전쟁의 베트남이 등장하고, 20세기 한국 현대사를 살아낸 아버지 마동수와 그 아들인 마장세, 마차세의 비애로운 삶을 이야기 한다. '세상은 무섭고, 달아날 수 없는 곳이었다'라고 말한다,


2. 발췌

아버지는 늘 피를 흘리는 듯했지만, 그 피 흘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삶의 안쪽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생활의 외곽을 겉돌고 있다. 


배가 고프면 배고픔이 몸속에 가득 차면서도 몸이 비어 있는 느낌이었는데, 음식 냄새가 코를 스치면 배고픔은 창끝처럼 뾰족해져서 그 창자를 찔렀다.


애초에 적과 나 사이에 무슨 적대 관계가 있었기에 서로 죽여야 하는지를 적에게 물어볼 수는 없었고 적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일테지만 마주쳤을 때 죽지 않으려면 죽여야 하는 것은 적들도 마찬가지였다.


헬리콥터의 그림자가 그 강물과 산맥 위로 흘러갔다. 그림자가 실물처럼 보였고, 전투원을 싣고 가는 헬리콥터가 그림자의 그림자처럼 보였다.


오늘 주례사 중에서, 생활을 물적 토대 위에 세워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어. / 뻔한 말이지. 맞는 말은 다 뻔하게 들리거든. 인상적일 것은 없고.


세상에 어지러운 말이 너무 많고, 말이 말을 불러들여서 난세의 혼란이 계속되므로 난세를 치세로 바꾸어 가지런히 하려면 말을 줄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신문 잡지를 없애든지, 여러 개를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것이 권력의 방침이었다.


일상의 남루함을 받아들이는 마차세의 마음에 박상희는 문득 사랑을 느꼈다.


3. 소감

식민지 시대와 해방 후 50년대를 살지 않았지만 산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60년대와 70년대를 산 것 맞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삶을 살았다는 기억이 없다. 


               2017. 2. 20.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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