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인생사용법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7. 3. 5. 12:52

1. 개괄

조르주 페렉의 소설 <인생사용법>을 읽었다. 작가는 1936년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1978년 이 작품을 출간하였으며, 1982년 사망하였다.

역자인 김호영 교수의 해설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건조하면서도 집요한 '묘사의 글쓰기'를 선보이고, 수많은 작가의 작품들로부터 차용한 인용구들로 소설의 문장을 만드는 '인용의 글쓰기'를 시도한다. 

소설의 공간은 파리 서북쪽 어느 가상의 거리에 위치한 지상 8층, 지하 2층의 건물이다. 소설의 시간은 1975년 6월 23일 저녁 8시 무렵이란 잠깐의 시간에 고정되어 있다. 그러나 소설이 시작되면 파리의 한 건물을 매개로 진행되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현재 시점으로부터 100년 전의 먼 과거로까지 거슬러 울라가고 그 무대는 전 세계를 아우른다.


작품을 가득채우고 있는 사물에 대한 묘사가 수많은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면서 기존의 서사형식을 뒤집고 있다. 일상 사물에 대한 그의 집요한 묘사는 "우리가 살면서 너무 익숙해 보지 못하는 것, 바로 곁에 있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진술"을 목표로 한다. 일상 속에서 일상에 의해 눈멀어가는 우리의 맹목성을 고발하려는 것이다.


2. 발췌

그렇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까 여기서, 이런 식으로, 조금은 무겁고 느리게, 모두에게 그리고 누구에게나 속한 이 생동감 없는 장소에서,사람들이 거의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지나가고 건물 속에서의 삶이 멀리서 규칙적으로 반향되는 바로 이곳에서.


연적 사이였으나 서로를 자매처럼 사랑하고 또 나를 사랑했던 두 여인이 여기에 잠들다. 한 여인은 남편을 쫓아 마호메트를 버렸고, 한 여인은 남편의 목숨을 구해준 연적의 품에 기꺼이 뛰어들었다. 사랑과 결혼이라는 관계로 맺어진 우리는 평생 동안 단 하나의 침대만을 사용했다. 그리고 우리가 죽은 뒤에는 단 하나의 묘석이 우리를 덮어줄 것이다.


그녀가 그들이 10년 동안 가꾸어온 꿈과 이제 그녀의 삶이 될 저속한 현실 사이의 거리를 깨닫는 데는 2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녀는 남편을 증오하기 시작했고, 모든 사랑을 아들에게 향한 채 결국 아이와 함께 달아나기로 결심했다.


병적인 열정이 점점 더 완고해지는 고독 속으로 영원히 그를 몰아넣기 전에는 그는 여러 차례 그녀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그렇다면 목숨을 구할 가능성은 전혀 없는 셈이었다. 그런 확신이 오히려 그를 명랑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이제 그의 구원은, 그의 용기나 지성이나 힘에 달린 것이 아니라 오직 운명에 달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마침내 날이 밝았다.


플로랑탱 질레뷔르나슈는 편지에서 "열광은 역사학자다운 정신 상태가 아니다"라는 드 퀴베르빌이라는 사람의 말을 인용했고, 자카리아의 발표의 탁월함을 높이 평가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폭로를 준엄한 비판의 체로 걸러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발혔다. 


그는 그의 계획 전체가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오기를 원했다. 마치 바다가 사람을 덮쳐 익사시키고 다시 잔잔해지듯 그의 계휙으로부터 아무것도, 결코 아무것도 남지 않기를 원했다.


3. 소감

기존의 소설과는 전혀 다르다. 기존 소설에 익숙해 있는 독자들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2017. 3. 5. 자작나무

 

 

'독서일기(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의 조건을 읽고  (0) 2017.04.17
위폐범들을 읽고  (0) 2017.04.11
공터에서를 읽고  (0) 2017.02.20
데미안을 읽고  (0) 2016.12.19
삼국지  (0) 201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