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7. 4. 19. 22:06

1. 개괄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 작가는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82년생 김지영이다. 그녀는 아이를 출산한 지 1년 지나 육아가 어려워 퇴사를 하였고, 퇴사 후에 육아를 하는 자신을 가리켜 맘충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정산과 의사인 내가 김지영과 상담하는 형식을 취한다. 김지영의 과거사에 어머니 오미숙이 여성으로서 차별받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2. 발췌

김지영 씨는 우리 나이로 서른네 살이다(소설 첫머리).


"나도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엄마는 그냥 엄마만 되는 줄 알았던 김지영 씨는 왠지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아 웃어버렸다. 


서운함은 냉장고 위나 욕실 선반 위, 두 눈으로 뻔히 보이면서도 계속 무심히 내버려두게 되는 먼지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두 사람 사이에 쌓여 갔다.


사업가의 목표는 결국 돈을 버는 것이고, 최소 투자로 최대 이익을 내겠다는 대표를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효율과 합리만을 내세우는 게 과연 공정한 걸까? 공정하지 않은 세상에는 결국 무엇이 남을까. 남은 이들은 행복할까.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안의 소소한 규칙이나 약속이나 습관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그놈의 돕는다 소리 좀 그만할 수 없어? 살림도 돕겠다, 애 키우는 것도 돕겠다, 내가 일하는 것도 돕겠다. 이 집 오빠 집 아니야? 오빠 살림 아니야? 애는 오빠 애 아니야? 그리고 내가 일하면, 그 돈은 나만 써? 왜 남의 일에 선심 쓰는 것처럼 그렇게 말해?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직원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법이다.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


3. 소감

어쩌면 낯익은 주제다. 태어나면서, 학교 다니면서, 결혼하면서, 직장 다니면서, 애 키우면서 여성으로 차별받은 이야기다. 세상은 나아졌지만 여성이 차별받는 구조는 여전하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색다르다. 각주가 등장하는 게 이색적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읽었는가 보다.


               2017. 4. 19.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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