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화산 아래서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7. 6. 17. 20:17

1. 개괄

맬컴 라우리가 쓴 소설 <화산 아래서>를 읽었다. 저자는 1909년 잉글랜드에서 태어나 1947년 이 작품을 출간하였으며 1957년 사망하였다. 이 소설은 1938년 11월 2일, 멕시코 축일의 하나인 '죽은 자의 날'의 12시간 동안의 기록을 엮은 것으로, 주인공인 전 멕시코 주재 영국 영사 제프리 퍼민의 과거와 현재가 함께 어우려져 나타난다.


작가 라우리의 죽음은 소설 주인공 제프리 퍼민과 유사한 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알코올 중독자였고 제대로 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술을 끊어야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 모두 술 없이는 제대로 된 삶을 살기가 힘들었다.


주인공 제프리 퍼민의 처 이본은 제프리의 이복동생 휴와 제프리의 어린 시절 친구 자크와 불륜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암시된다. 또한 이본이 주인공을 떠났다가 멕시코와 영국의 국교 단절로 인해 주인공이 영사직을 사임하게 되는 상황에서 주인공을 찾아 주인공을 구하고 두 사람의 결혼을 되돌리고자 하는 희망을 드러내지만 성사되지는 않는다. 


2. 발췌

난 계속 술과, 넌 계속 사상과 투쟁을 벌였지.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과거는 어쩔 수 없는 과거에 불과하다. 사람은 후회로 인해 미래가 바뀌는 범위 안에서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마련이다.


약간의 자각은 위험한 것이다. 기타가 아니었다면, 주목 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며 결혼한 여자에게 관심을 갖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늘 있었던 이 수많은 일들은 추락하면서 자신이 무심코 잡은 한 뭉치의 풀, 아직도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는 암벽의 돌 조각만큼이나 무관한 것들이 아닌가.


당신이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내가 돌아가는 걸 원치 않는다면, 편지에 그렇게 써줘요. 날 미치게 만드는 건 바로 이 침묵이에요.


3. 소감

쇼펜하우어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책은 두 번 이상 읽어야 한다. 두번째 읽을 때에야 비로소 작품 속 상이한 부분의 연결 고리를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작품의 결말을 알고 난 후에야 비로소 서두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는데, 이 소설은 두번 이상 읽어야 할 모양이다.  


      2017. 6. 17.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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