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7. 6. 26. 19:33

1. 개괄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가 쓴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읽었다. 저자는 1898년 독일에서 태어났고, 1916년 제1차 세계대전에 자원입대하여 서부전선에 배속되었으며, 1929년 이 작품을 발표하였고, 1970년 사망하였다. 

이 소설은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여 학도지원병 파울 보이머와 그의 전우들의 삶과 죽음을 그린 전쟁소설이다. 신즉물주의적 수법으로 담담하게 그려졌는데, 주인공은 허황된 애국심에 들뜬 담임 선생 칸토레크의 설득으로 반 친구들인 크로프, 뮐러 5세, 레어와 함께 자원입대하나 모두 전쟁터에서 죽는다.


2. 발췌

군인에게는 소화와 배설이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더 친숙한 영역이다. 군인이 사용하는 말의 4분의 3은 이 영역에서 나온다.


하마터면 우리가 오늘 변기 위에 앉아 있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까딱 잘못했으면 우리는 저세상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모든 게 새삼스럽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들이 국가에 대한 충성이 최고라고 지껄이는 동안 우리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철 같은 청춘, 청춘이라! 우리는 모두 채 스물 살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리다고? 청춘이라고> 그건 다 오래전의 일이다. 우리는 어느새 노인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는 지금 열아홉 살 된 자신의 조그만 생명과 홀로 대면하면서, 그 생명이 자신을 떠나려 하기 때문에 울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지금까지 겪었던 것 중에서 가장 당황스럽고 괴로운 이별이다.


<전쟁이 우리 모두의 희망을 앗아 가버렸어> 사실 그의 말이 옳다. 우리는 이제 더는 청년이 아니다. 우리에게 세상을 상대로

싸울 의지가 없어졌다. 우리는 도피자들이다. 우리 자신으로부터, 우리의 삶으로부터 도피하고 있다.


나는 이제 어둠 속에서 혼자 떨고 있는 한 조각의 목숨이 아니다. 나는 이들의 일원이고 이들은 나에게 소속된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공포의 목숨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단순하고도 힘든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와 같은 대대적인 유혈사태, 수십만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이러한 감옥을 수천 년의 문화로도 막지 못한다면 세상의 모든 것은 얼마나 거짓되고 무의미한 것인가. 이러한 전쟁의 참상을 바로 이 야전병원이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군인이며, 그런 다음에야 특이하고도 부끄러운 방식으로 개별적 인간이 된다.


온 전선이 쥐 죽은 듯 조용하고 평온하던 1918년 10월 어느 날 우리의 파울 보이머는 전사하고 말았다. 그러나 사령부 보고서에는 이날 <서부 전선 이상 없음>이라고만 적여 있을 따름이다.


3. 소감

자아의 주장이나 감정의 표현을 억제한 채, 사실에 바탕을 두고 사실 자체로 하여금 말하게 하는 기법 즉 신즉물주의적인 수법으로 레마르크는 전쟁의 참상을 드러냈다.


         2017. 6. 26.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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