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기타)

부산은 넓다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3. 11. 9. 18:53

1. 개괄

유승훈의 <부산은 넓다>를 읽었다. 저자는 문학박사로서 부산박물관에서 전시기획을 하는 학예연구사다. 이 책은 부산 문화를 구성하는 12가지를 다룬다. 부산항, 왜관, 영도 신, 동해안별신굿, 임시수도의 다방, 영도다리, 부산밀면, 산동네, ~방 문화, 고구마, 동래 온천, 해수욕장이 그것이다.

 

2. 발췌

항구도시인 부산은 해양 문화와 대륙 문화가 서로 교류하고 충돌하는 곳이었기에 그 역사적 품은 장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부산 사람들의 가슴과 아량도 넓었다.

 

'넓은 부산'의 발전을 옥죄었던 관념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부산은 제2의 도시'라는 별 볼일 없는 카드였다.

 

부산이 지닌 가치를 살리며 부산만의 특징이 무엇인가를 먼저 살펴봐야 할 때이다. 부산이 걸어온 길 속에서 부산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유일한 해답일 것이다.

 

인문학은 사람을 중심에 두고 생각한다. 즉 사람의 생각과 말, 시간과 공간을 연구하면서 궁극적으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인간학이다. 그러므로 인문학이야말로 휴머니즘을 지향하는 햑문이며, 인문학자라면 소외된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흔히 부산항의 인문 정신으로 손꼽는 것이 해양성, 개방성, 민중성이다.

 

1.4  후퇴 이후 고 장기려 박사는 영도다리 아래에 천막을 치고 복음병원을 차렸다. 그 역시 아내와 가족을 북한에 남겨두고 차남만 데리고 남하한 피란민 처지였다. 그러나 피란생활 중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 가는 사람들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부산의 가장 큰 매력은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들이 도시 안에 공존한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의 부산 산동네는 가난한 조선인들이 사는 소외와 빈곤의 장소성을 상징했다...달이 뜬 밤에 자갈치 시장에서 천마산 쪽을 바라보거나 부산역전에서 수정산 쪽을 바라보면 이곳에서  말하는 수많은 불빛 군락으로 인해 부산에는 '산동네 천지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미동은 일본인에게는 삶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는 경계였고, 이주민에게는 농촌에서 도시로 들어서는 경계였으며, 피란민에게는 타향과 고향의 경계였다. 

 

산동네에서는 조용하면서 함께하는 기적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기적'이 될 수 있는 법, 그래서 나는 이 마을의 진정 보범이 되는 기적은 감천동 주민들이 스스로 감천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찍어서 시사회를 가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 문화가 좋고 나쁘다는 식의 구분법은 감정적 대응이거나 국수적의적 태도일 때가 많다.

 

부산의 영향을 받아 서울 신촌과 청량리 등지에서도 노래방이 영업을 시작했다....이렇게 보면 부산은 대중문화의 실험실이자 새로운 노래문화의 발상지였다...송도영은 '~방 문화'의 번성이, 도시는 급격히 팽창하는 반면 도시인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 환경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래의 마지막 가사처럼 이 땅이 '삐딱하게 기울어진 땅'인데 진정 누가 삐따기란 말인가?

 

세상사 어떤 일이든 보는 것은 쉬우나 느끼는 것은 어렵다. 더욱이 느낀 것을 행동으로 옮기기란 쉽지 않다....조엄이 유심히 고구마에 관심을 갖고 종자를 구한 까닭은 백성의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문익점의 목화 전파를 예로 들면서 고구마 종자가 조선에 퍼진다면 백성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 첫선을 보인 찜찔방은 그 이듬해 서울에 상륙했다.

 

3. 소감

부산에 22년을 살아온 나도 몰랐던 내용이 많았다. 1년에 1억 원 이상을 기부하는 사람(아너 소사이어티)의 인구 대비 비율에서 부산이 가장 높다는 기사도 보았다. 언젠가 법정에서 얼마 차이 나지 않은 금액으로 조정이 안 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래서 비협조적인 사람에게 내가 물었다. '부산 사람 아니냐?' 그랬더나 맞다고 하였다. 뒤이어 내가 한 말에 결국 조정이 성립되었다. '부산 사람이 그만한 금액에 째째하게 다툽니까?'  

부산은 참 시원하다. 산과 바다와 강이 있어서 그렇고, 사람들이 솔직하고 째째하지 않아서 그렇다.

 

           2013. 11. 9.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