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기타)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3. 3. 24. 17:01

1. 개괄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다.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이자 저술가이다.  이 책은 다윈의 진화론에 기초하되 개개의 생물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자연을 유전자의 눈으로 본 것이다. '새로운 이론을 제안하거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 내는 것보다 과학자가 할 수 있는 더 중요한 공헌은 기존의 이론이나 사실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는 것인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 개정판 서문에 딱 들어맞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내용과 특히 관련된 특성은 바로 유전자 수준에서 이타주의는 나쁘고, 이기주의는 좋다는 것이다.

여기서 DNA 분자는 자기 복제자고, 자기 복제자는 거대한 공동체적 생존 기계, 즉 운반자 속에 모이는데,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운반자는 우리 자신과 같은 개체의 몸이다.

 

2. 발췌

나는 선택의 기본 단위, 즉 이기성의 기본 단위가 종도 집단도 개체도 아닌, 유전의 단위인 유전자라는 것을 주장한 것이다.

 

복잡한 세상에서 예측이란 불확실하게 마련이다. 생존 기계가 내리는 결정은 모두 도박이다. 따라서 유전자가 할 일은 뇌가 평균적으로 이득이 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뇌에 미리 프로그램을 짜놓는 것이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타적이든 이기적이든 동물의 행동은 유전자의 제어 하에 있으며, 그 제어가 간접적이기는 하나 그와 동시에 매우 강력하기도 하다는 것이다.

 

유전자는 혼자 있을 때 좋은 것이 아니라, 유전자 풀 내 다른 유전자들을 배경으로 할 때 좋은 것이야 선택된다. 좋은 유전자는 수 세대에 걸쳐 몸을 공유해야 할 다른 유전자들과 잘 어울리고 또 상호보완적이어야 한다.

 

유전자 풀은 진화적으로 안정한 유전자들의 세트가 될 것이며, 이는 어떠한 새로운 유전자도 침입할 수 없는 유전자 풀로 정의된다.

 

동물들은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대에 대해서는 싸우지 않고 항복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자연과학자들은 순위제 또는 세력 순위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순위제란 하나의 사회적 계층질서로서, 모든 개체가 자기의 지위를 알고 있으며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은 생각지도 않는 것이다.

 

랙에 따르면 그들이 산아제한을 행하는 것은 집단이 이용할 자원의 고갈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기가 낳은 새끼들 중 살아남는 새끼 수를 최대화하기 위해 그들은 산아 제한을 실행하는 것이다.

 

암컷이 만들 수 있는 아이의 수에는 한계가 있는 반면에 수컷이 만들 수 있는 아이의 수에는 사실상 한계가 없다. 수컷의 암컷 착취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 암컷이란 착취당하는 성이며, 착취의 근본적인 진화적 근거는 난자가 정자보다 크다는 데 있다.

 

긴 약혼기간을 강요함으로써 암컷은 변덕스러운 구혼자를 솎아 내고 성실함과 인내를 인정받은 것과만 최종적으로 교미한다.

 

정자와 난자의 크기 및 수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수컷들은 일반적으로 아무 암컷하고나 짝을 짓고 자식 부양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항하는 대책으로서 암컷은 두 가지 대표전략을 갖고 있는데, 그 하나는 남성다운 수컷을 뽑는 전략이고, 또 하나는 가정의 행복을 우선으로 하는 수컷을 뽑는 전략이다. 

 

내가 전개해 온 논의는 명백히 진화의 모든 산물에 적용될 수 있다.....인간의 특이성은 대개 문화라고 하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도대체 유전자는 무엇이 그리 특별할까? 그 해답은 이들이 복제자라는 데에 있다.....바로 모든 생명체가 자기 복제를 하는 실체의 생존율 차이에 의해 진화한다는 법칙이다.

 

새로이 등장한 자기 복제가에게도 이름이 필요한데, 그 이름으로는 문화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라는 개념을 담고 있는 밈meme이 적당할 것이다.....밈의 예에는 곡조, 사상, 표어, 의복의 유행, 단지 만드는 법, 아치 건조법 등이 있다.

 

무한정 계속되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우리가 서로에게 손해를 입히지 않고 오히려 물주에게 손해를 입힘으로써 둘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지금까지 우리는 승리하는 전략에 두 가지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마음씨 좋음'과 '관대'다.[이에는 이, 눈에는 눈(Tit for Tat 앞으로는 줄여서 TFT라 하겠다) 이라 불리는 전략으로, 최초의 승부는 협력으로 시작하고 그 이후에는 단순히 상대의 앞 수를 흉내내는 것도 그중의 하나다]

 

불행한 부부는 영합 게임에 말려들고 만다. 그러나 변호사들에게 스미스 대 스미스의 소송은 짭짤한 비영합 게임이다.

 

현실 생활에서 인간과 동식물의 생활은 관중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사실 실생활의 많은 측면은 비영합 게임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이 종종 물주 역할을 하고 개개인은 서로의 성공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경쟁자를 누를 필요는 없다.

 

박쥐가 실제로 다른 동굴에서 잡혀 온 모르는 개체보다는 오래 친구에게 더 먹이를 잘 나누어 준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상당히 안전한 셈이다.

 

토끼는 여우보다 빠르다. 왜냐하면 토끼는 목숨을 걸고 달리지만 여우는 식사를 위해 달리기 때문이다(생명/식사 원리).

 

3. 소감

인간도 진화의 산물이므로, 생물에게 적용되는 진화론적 법칙이 인간에게 적용안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니 이기심이 인간 사회의 동력이 됨은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를 낳아 준 이기적 유전자에 반항하거나, 더 필요하다면 우리를 교화시킨 이기적 밈에게 반항할 힘이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때 때로는 이기적 유전자에게 반항하거나 이기적 밈에게 반항하는 힘이 공동체의 파멸을 막을 수도 있다. 이기심을 기본으로 하되 이타주의와 균형을 갖추도록 배려하는 문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여기서 키워드는 상호주의가 아닐까? 배려하면 언젠가 배려받을 수 있다는 상호주의 없이 이기심과 이타주의를 연결할 수는 없다고 본다. 상호주의가 강하게 작동하도록 보증하는 것이 국가가 아닐까? 

 

              2013. 3. 24.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