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기타)

문명의 배꼽 그리스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3. 3. 3. 18:08

1. 개괄

박경철의 <문명의 배꼽, 그리스>를 읽었다. 저자는 외과의사로서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을 쓴 바 있고, 시골의사라는 별명으로 경제 관련 방송 및 저술 활동을 한 바 있다. 이 책은 저자가 평생 스승으로 삼고 있는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가상의 안내자로 삼아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를 여행한 기록을 담고 있다.

 

2. 발췌

영웅 콜로코트로니스의 생애와 그를 둘러싼 범인들의 행태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인간의 눈은 당대성을 넘어설 수가 없는 게 아닌가 싶다.....시간이 흘러 역사의 눈꺼풀에 씐 바늘이 떨어지면 진실은 드러나는 법. 그제야 대중은 역사를 전설로, 전설을 다시 신화로 만들며, 그를 무덤 속에서 불러내 영웅의 자리에 앉히게 되는 것이다.

 

고대뿐만 아니라 오늘에 이르기까지 무릇 영웅이 되려면 그래야 할테지. 다만 거기에 하나 더 보탤 게 있다고 보네. 다름 아닌 상승에 대한 의지! 보통 사람들은 중간에 주저앉고 말았을 가파른 오름길을 지치지 않고 끝없이 올라가는 의지 말일세. 끝이 보이지 않는 상승의 길....설령 그것이 신의 자리라 할지라도 말일세(니코스 카잔차키스)

 

저들과 나의 차이는 이런 것이라네. 저들은 구원의 길을 찾았다고 믿으며, 그것을 믿음으로써 구원을 받지. 하지만 나는 도리어 그러한 구원의 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음으로써 구원을 받는다고 믿네(니코스 카잔차키스).

 

이 청년이 전해주는 마을의 역사를 들으며 그리스 사람들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공동체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자부심이다.

 

해발 1,130미터에 위치한 신비로운 아폴론 신전에서 나와 다시 76번 도로를 탔다. 모레아에서 아름답기로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이 도로를 달리려니, 정말 여유만 있다면 내려서 걷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제 아무리 풍광이 발목을 잡더라도 길은 지나라고 있는 것이지 머물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인들에게는 인간이 곧 신이었고, 신이 곧 인간이었다. 이렇게 사상과 종교적 제약에서 자유로웠던 그리스인들은 일찌감치 인간에 눈을 떴던 최초의 인간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것을 탁월함이라 불렀다.

 

이 용기와 우정이라는 두 가지 정신은 고대 그리스의 탁월함 그 자체였으며, 지금도 그리스인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이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운 것이 없다. 나는 자유다(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

 

내가 사랑하는 것을 같이 사랑하고, 내가 살아가는 곳에 같이 살아가고, 내가 아끼는 것을 같이 아끼는 사람. 그것이 친구이고, 친구에게는 모든 선의를 베풀어야 하는 것. 그것이 그리스인들의 명예의 한 축을 담당하는 우정이라는 말의 의미다.

 

스파르타 왕이 전쟁을 선포하려면 자신이 제일 먼저 죽을 각오를 해야 하는 셈이다.

 

문명이란 다양성이라는 비옥한 토양에서, 수많은 경쟁자들이 자유롭게 겨루는 창조적 긴장이라는 씨앗이 발아하여 이룬 결실인 것이다. / 코린토스는 다양성은 있었지만 그 내용이 문란하여 창조적 긴장이 발아하지 못했고, 스파르타는 진중했으나 획일성이라는 척박한 토양을 취했기에 문명의 씨앗이 잉태될 수 없었다.

 

'내 삶에 가장 큰 은혜를 베푼 요소는 여행과 꿈'이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삶에서 여행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연장을 거두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것은 두렵거나 지쳤기 때문이 아니라, 다만 해가 저물었기 때문이다(니코스 카잔차키스).

 

3. 소개

사진을 통해 그리스의 풍광을 볼 수 있고, 유적 또는 유물을 통해 그리스 역사를 알 수 있고, 에피소드를 통해 저자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재미 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함께 읽는다면 더 좋을 것이다.

 

          2013. 3. 3.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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