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기타)

진짜 같은 가짜 가짜 같은 진짜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3. 1. 14. 08:00

1. 개괄

신옥진의 <진짜 같은 가짜 가짜 같은 진짜>를 읽었다. 선물받은 책이다. 저자는 1975년 이래 지금까지 부산공간화랑을 경영하고 있는 화상으로서 부산시립미술관에 400여 점의 미술품을 기증하였는데, 기증한 미술품 중에는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도상봉의 작품을 비롯한 일본 근현대미술품 100여 점이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은 화상 신옥진의 삶과 사람 그리고 그림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산지니 출판사에서 발행되었다.

 

2. 발췌

나는 폐를 절단하는 대수술을 하게 되었다....권진규 선생의 그 무섭던 조각이 내게 너무나도 절절하고 따뜻하게 다가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죽음을 체험하고 나서야 권진규 선생의 흉상 작품에서 해탈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었다. 

 

상설전은 결론부터 말하면 미술관이나 화랑의 꽃이다. 미술관이나 화랑의 성격과 수준을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잣대가 상설전이기 때문이다.

 

이중섭은 착상이 떠오르면 순식간에 작품을 완성하는 기질의 작가로 알려져 있다. 물감이 건조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유화보다 오히려 속사가 가능한 연필화가 천재화가의 의중을 표현하는 데 더 적합했었다고 본다면 연필화 <소와 새와 게> 야 말로 가히 이중섭의 작품 중 백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자연인이 그가 속한 사회에서 정도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사람들로부터 멀어져가는 외로움을 감내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요즘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앞서간 이웃 일본도 옥션의 난립과 함께 결국 대다수의 화랑들이 문을 닫고 말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후진국이 선진국을 따라잡으면서 나쁜 선례는 되풀이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후진국의 이점이 아닌가.

 

대개 작가가 자기의 작품을 베끼게 되는 경우는, 특정 작품을 선호하는 사람이 겹쳐질 때 부득불 한 점 더 베끼는 작품을 제작하게 된다. 또 다른 경우는 작가 자신에게 애지중지하던 작품이 팔리게 될 때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한 점 더 베껴 그려서 보관하게 된다.

 

미루어 보면 선생은 분명코 소품 위주의 작다. 큰 작품보다 손바닥보다 더 작은 화면에 장욱진의 진정한 예술혼을 만날 수 있다. 선생만이 유일하게 호수와 관계없이 작품당 가격으로 작품을 받아왔다.

 

일본의 하라미술관도 동네 가운데 있는데 전시보다 식당 인기가 좋아서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는다. 식당이 너무 유명하기 때문이다. 미술관이 접객효과를 누리려면 경쟁력이 탁월한 먹을거리가 있어야 한다.

 

3. 소감

저자 후기에 오죽의 세마디 같은 인생을 겪으면서 세분으로부터 다음과 같이 결정적 신세를 졌다고 밝히고 있다. '독학으로는 사회제도상 구직이 봉쇄되어 있었던 시절에 그러한 규제를 파격적으로 무시하고 입사시험의 기회를 제공해주었던 서울신문사 장태화 사장님, 결핵균들을 외과적 수술로 .....소생시켜준 부산대학병원  김진식 외래교수님,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탁한 현실 속에서 모함의 덫에 걸려 팔딱거릴 때 손을 뻗쳐 진흙탕에서 건져주신 김진세 변호사님. 이 세분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나는 지금까지 존재해서 이 글을 쓰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2013. 1. 14.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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