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기타)

명화속 흥미로운 과학이야기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4. 12. 8. 21:47

1. 개괄

이명옥 외 4인이 지은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이야기>를 읽었다. 국민대학교 미술학부 이명옥 교수가 공저자인 과학자 4명과 함께 명화 속에 들어 있는 과학 이야기를 나눈다. 그림도 감상하고, 과학이야기도 듣고, 더불어 시대배경도 관찰할 수 있다.

 

2. 발췌

숱한 카메라 실험과 수밚은 밑그림을 통해 원근법은 착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신한 피카소는 대상을 여러 시점에서 관찰하면서 공간을 탐색한 혁신적인 그림들을 연달아 창조해냅니다. 앞서 소개한 <아비뇽의 처녀들>에서 앞모습과 뒷모습을 동시에 보여준 여인을 떠올려 보세요.

 

피카소는 '하늘을 날려고 할 때 가장 적절한 방법은 새의 겉모습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날갯짓의 작동원리를 적용하는 것이다'라는 명언을 작품을 통해 증명했어요.

 

인상파 이전의 어떤 화가도 그들만큼 빛으로 충만한 그림을 그리지 못했어요. 인상주의 화가들 덕분에 사람들은 감각이 지성만큼 값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리네티는 이렇게 새 시대의 아름다움은 속도라고 공표했어요. 마리네티가 진부한 과거를 청산하고 희망찬 미래를 개척할 것을 선동하면서 예술가들은 앞 다투어 과학기술시대에 걸맞은 첨단예술을 창조합니다.

 

뒤샹은 기계의 규칙성과 효율성, 엔진의 리듬에 반했습니다. 툭하면 전쟁을 일삼은 인간에 대한 경멸, 이성에 대한 회의, 인간성에 대한 절망감이 기계에 대한 과잉 찬양으로 표출된 것이지요.

 

낮이면서 밤인 풍경화는 이런 마그리트 회화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어요...대체 마그리트는 왜 관객에게 이처럼 초강도의 충격요법을 쓴 것일까요? 바로 세상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예술가의 사명으로 여긴 때문입니다.

 

아무튼 신인상파가 색이 아니라 빛을 혼합하는 방식을 그림에서 재현한 것은 실로 놀라운 일입니다...신인상파 이전의 그림에서는 빛이 아니라 색의 혼합이기 때문에 물감을 섞을수록 색은 어둡고 탁해지지요...신인상파의 그림에서는 색의 혼합이 아니라 빛의 혼합에 해당되기 때문에 화면이 훨씬 화사하고 밝은 느낌을 주게 됩니다.

 

터너는 <눈보라 속 증기선> 작품을 위해 자연의 재해를 몸소 겪을 것을 결심했어요. 67살의 노령에도 불구하고 푹풍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서 몸을 배의 돛대에 묶었습니다. 그리고 무려 네 시간 동안 사투를 벌였어요...당시 버크라는 영국의 철학자가 '숭고는 놀라움을 일으키며 아름다움은 사랑을 자극한다. 따라서 가장 위대한 예술은 숭고에 도달해야 한다'는 이색적인 주장을 펼쳤어요...터너는 자연은 더없이 숭고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60년의 긴 세월 동안 치열하게 자연현상을 탐구한 것입니다.

 

호쿠사이는 단 한순간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어요. '지금 있는 것에 물들지 말자'는 좌우명을 가슴에 새기면서 매순간 작업에 몰입했어요. 행여 마음이 나태에 물들까봐 염려했던가 화명을 서른 회 이상 바꾸었으며, 무려 아흔세 번이나 집을 옮겼습니다.

 

제리코가 <메두사호의 뗏목> 그림을 통해 던진 메시지는 섬뜩할 절도로 강렬해요. 그는 당시 프랑스에는 진정한 영웅도, 희망도 없다는 것을 난파선을 통해 보여 주고 있어요.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자연의 재해가 아니라 인재라는 것을 선명하게 드러낸 것이지요. 

 

존경심이 생긴 고흐는 밀레의 복제 판화들을 구입했으며, 급기야 선배의 그림을 모방하기에 이르렀어요. <씨 뿌리는 사람>은 바로 밀레의 그림을 고흐 식으로 변형한 것입니다.

 

3. 소감

30여년 만에 만난 친구가 선물한 책이다. 그는 왜 이 책을 나에게 선물했을까? 예술가의 일은 질문하는 것이고, 법률가의 일은 답변하는 것이다. 예술가가 정답을 추구할 때 그 역할이 줄어들 듯이 법률가가 질문을 따라 할 때 그 역할은 줄어들 것이다. 법률가가 제대로 답변하려면 예술가가 제대로 질문하여야 하고, 법률가는 예술가의 질문을 경청하여야 한다...

 

            2014. 12. 8. 창원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