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9. 주목

자작나무의숲 2012. 11. 24. 11:16

 

1. 注目

몇년 전 중학교 동창생들과 함께 합천 가야산을 올랐다. 내려 오는 길에 해인사에 들렀는데 거기서 처음으로 10미터 남짓 높이의 주목을 만났다. 많이 알지만 깊게 알지는 못하는, 정 모의 설명에 따르면 주목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고 했다. 핸드폰으로 주목을 찍어 내가 존경하는 박 모 선배에게 보냈다. 선배를 닮은 것 같아 보낸다는 설명과 함께 보냈는데, 아마도 그 선배는 수백년을 삶의 단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2011년 진주지원 동료들과 함께 중산리에서 출발하여 법계사에서 자고 새벽에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 일출을 보고 칠선계곡을 거쳐 함양 추성리로 내려 가는 고된 길에 수백년 된 주목을 만났다. 그 때 만난 나무가 위에 올린 사진이다.

 

2. 朱木 

주목목, 주목과(Taxaceae)에 속하는 관상용 상록관목 또는 교목. 일본이 원산지이며 북반구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다. 키가 약 16m까지 자라 서양주목(T. baccata)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이보다는 내한성이 강하며 빨리 자란다. 각 잎의 아래쪽에는 2줄의 노란색 띠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암수딴그루로 4월에 꽃이 핀다. 꽃말은 고상함, 비애, 죽음이다. 한국산 주목씨눈에서 항암물질인 택솔을 대량 증식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3. 數百年

조선시대를 통틀어 영의정이 163명이었다고 한다. 그 중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은 황희, 류성룡, 채체공 정도 아닐까? 조선 역사상 가장 뛰어난 사대부로 평가받는 정약용은 당대 벼슬이 형조참의 정도였다. 나는 그의 저서 목민심서를 3회 정도 읽었다. 아마도 정약용은 삶의 길이를 수백년으로 보지 않았을까 싶다. 

 

많이 살지 않아 뭐라 말할 주제는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위기일 때 원칙이 필요하였고, 그렇게 세운 원칙이야말로 삶의 동력이 되었다. 가슴 속에 실현불가능한 꿈을 갖되 현실에서는 리얼리스트가 되자고 누군가 말하였다. 현실에서 실패할지언정 그 꿈을 포기해서는 아니 된다. 삶에는 승리의 삶, 패배의 삶, 그리고 버티는 삶이 있다. 이순신 장군이 23전 전승을 하였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승리라고 평가할 만한 싸움은 몇번 안되고 대부분 버틴 것 아닌가? 올해는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맞이 할 수 있을까?

 

                          2012. 11. 14.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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