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7. 구상나무

자작나무의숲 2012. 8. 26. 17:03

 

 

 

1. 안동 하회마을

부산법원 판사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부산판례연구회에서 하계수련회로 안동을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병산서원, 하회마을, 부용대, 도산서원, 유교박물관을 둘러봤다. 하회마을 입구에서 별신굿탈놀이 공연을 보고 하회마을을 둘러봤다. 양진당, 충효당을 비롯한 여러 집을 둘러 봤는데, 집 안에 심어 놓은 목단나무, 소나무, 단풍나무도 눈에 띄었지만, 유난히 눈길을 끈 것은 충효당 앞에 서 있는 구상나무 3그루였다. 그 중 한 그루는 엘리자베스 영국 왕이 1999년 안동을 방문했을 때 심었다고 한다. 위의 사진이 그것이다. 첫날 안동시청 소속 문화관광해설사 이준용 선생이 동행했는데, 더운 날씨임에도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는 그분의 해설이 열정적이고 지식이 풍부하여 명인 해설사 인증을 허투루 받은 게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2. 구상나무

구상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교목인데.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제주도, 지리산 노고단 임걸령, 전라북도 덕유산 등지에서만 자란다. 키는 18m에 달하며 오래된 줄기의 껍질은 거칠다. 누군가 크리스마스 트리용으로 개발하면 상품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난다.

 

3. 지역화, 세계화

안동에는 예전에도 방문한 적이 있다. 아마도 유홍준 교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보고 난 뒤인 것 같다.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인 봉정사 대웅전을 보았고, 병산서원의 만대루에서 앉아 강과 산을 보며 옛 선비의 정취를 느꼈다. 하회마을 앞에서 먹은 헛제사밥의 기억도 감미롭다. 예전에도, 이번에도 별신굿탈놀이 공연을 봤는데, 관중이 굉장히 많았고 외국인도 제법 눈에 띄었다.

지역화가 곧 세계화로 가는 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별신굿탈놀이가 지금껏 전해져 내려오는 것도 그것이 안동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그 기억이 뚜렷하게 각인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감동이나 아름다움은 인간에게 공유되기 마련이므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통하지 않았을까? 

부산판례연구회는 부산 지역에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는 판사들이 만든 학술단체다. '말이 크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이 크면 서울로 보낸다'는 속담이 여전히 회자되는 나라에서, 왜 서울로 전근 안 가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참 번거롭다는 생각이 든다.

부산 지역 판사들은 1988년 부산판레연구회를 만들어 1달에 2편씩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24년 간 그 전통을 이어 오고 있고 연구 결과물을 23권의 논문집으로 펴낸 바 있다. 우리는 선배 판사들 덕분에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는 셈이다. 제주도, 지리산과 같이 지역에만 사는 구상나무를 우리가 안동에서 만난 것은 우연일까? 

 

               2012. 8. 27.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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