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6. 배롱나무

자작나무의숲 2012. 8. 5. 18:35

 

1. 백일홍

어릴 적 백일홍나무를 자주 보았다. 붉은 꽃이 피어 오래 가다 보니 어른들은 꽃가지를 꺾어 시신을 운반하는 상여에 꽂기도 하였다. 어른이 되고 나서 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는 말과 함께 백일 동안 피어 있는 꽃이 드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백일 동안 꽃이 핀다고 하여 百日紅이라고 부르는 것도 알게 되었다.

 

2. 천사부장

여름 휴가를 이용하여 용인공원에 있는 故 전봉진 부장판사님 묘소를 다녀왔다. 고인이 1998년 부산고등법원에 근무하셨을 때 필자는  6개월 동안 배석판사로서 고인을 부장님으로 모신 인연이 있다. 작년에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사정이 있어 조문을 가지 못하였고 그게 내내 마음에 걸려 이번에 참배를 다녀왔다.

고인은 정말 본받고 싶지만 쉽게 흉내낼 수 없는 판사이셨다. 고인은 업무에는 철저하셨지만, 운전기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한없이 관대한 분이셨다. 특히 재판을 할 때 화를 내는 법이 없었고, 부드러우면서도 엄정한 법정 분위기를 만드셨다. 사건의 결론을 내릴 때 배석판사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였고, 배석판사가 쓴 판결문도 수정하는 일이 거의 없으셨다. 고인은 부산고등법원을 떠나신 지 몇 년 후, 필자가 뒤늦게 얻은 아이가 돌을 맞이 하자, 돌반지를 보내 주셔서 천사부장이라는 별명을 입증하셨다. 그렇게 따뜻한 분이었는데 그렇게 일찍 가시다니......용인공원 정명지 51호에 있는 고인의 묘소에 참배를 하고 나오는데 백일홍이 활짝 피어 있어 스마트폰에 담았다. 위의 사진이 그것이다.

 

3. 배롱나무

요즘에는 배롱나무란 말이 널리 쓰이는 것 같다. 부처꽃과에 속하며 7~9월에 꽃이 핀다.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동래 정씨 시조 묘 옆에 높이 8미터, 수명 약 800년의 배롱나무가 몇 그루가 있는데 천연기념물 제168호로 지정되어 있다. 배롱나무가 100일 꽃을 피우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조선시대 영의정이 100명이 넘었을 텐데 우리 기억에 남는 영의정은 황희,채제공을 비롯하여 몇 명 되지 않는 것 같다. 정약용 선생도 후대에 널리 기억되는 것은, 벼슬하는 동안의 업적이 아니라 귀양살이를 하던 동안의 저술인 것 같다.

배롱나무의 꽃이 백일 동안 붉을 수 있는 것은, 배롱나무가 살아 있기 때문이고 사람들이 그 꽃을 기억하기 때문인가?

 

           2012. 8. 5. 부산에서 자작나무

 

(추기: 2014. 8. 23. 밀양 영남루에서 하얀 배롱나무 꽃을 보았다. 배롱나무에 하얀 꽃이 피면 심은 사람에게 변고가 일어난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아래 사진이 바로 배롱나무 하얀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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