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5. 느티나무

자작나무의숲 2012. 7. 6. 08:00

1. 나무

 

 

사람도 그렇지만 나무도 그 이름을 알았을 때 친해진다. 어릴 적 동네 입구에 큰 나무가 있었다. 키도 크고, 나이도 많았고, 여름엔 그늘을, 겨울엔 눈꽃을 제공하였다. 우리는 그것을 정자나무라 불렀다. 나무에 관심을 가진 뒤에야 그게 느티나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위의 사진은 전남 남원 실상사 잎구에 있는 느티나무 사진이다. 주위에 고사리를 파는 할머니께 무슨 나무냐고 물었더니 귀목나무라고 하였는데, 그게 鬼木에서 유래된 것으로 나무에 귀신이 산다는 생각에서 붙여진 것이라는 페이스북 친구의 설명이 있었다. 

느릎나무과에 속하고 은행나무와 함께 오래 사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5월에 꽃이 피는데, 그해 나온 잎겨드랑이에서 암꽃과 수꽃이 따로 핀다고 한다.

 

2. 고향

나의 고향은 경남 하동군 북천면이다. 1976년 초등학교 6학년 때 전기가 처음 들어온 동네다. 버스는 하루에 2회 정도 서고, 4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옛날 통일호 기차가 서는 북천역이 있다. 최근에 북천 코스모스 길이라고 해서 조금 유명해졌다.

대학교 다닐 때 밤 기차를 타고 북천역에 내리면 당연히 교통수단이 없으므로 밤중에 4킬로미터를 걸어 집에 도착하였다. 동네에 들어서면 느티나무가 늘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시골에서 태어난 사람이 서울 생활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고, 나이 많은 느티나무가 그런 사정을 당연히 알고 있었으므로, 느티나무는 나에게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느티나무에게서 큰 위로를 받았다.

북천역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동안 나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하였다. 아마도 장학금을 주는 분께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교내에서 되풀이 되는 집회 및 시위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3. 느티나무

올해 5월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 전남 남원에 있는 실상사를 찾았다. 실상사는 들판에 위치하고 있었고, 철불이 눈에 들어왔다. 대안학교도 운영한다고 들었다. 경내에는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신나무도 있었고, 가래나무과에 속하는 호두나무도 있었고, 낙우송과에 속하는 삼나무도 있었다.  

그날 저녁에 열린 모임에 초청된 박모 선생께서 '우리는 준비가 너무 부족했다'는 말씀을 하셨다. 난 실상사 입구에 서 있는 느티나무를 생각하였다. 오래 오래 살면서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느티나무를, 침묵으로 일관하지만 말의 깊이를 더해주는 저 느티나무를......

 

                             2012. 7. 6.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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