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3. 목련

자작나무의숲 2012. 6. 29. 08:00

 

1. 나무

 나는 나무를 좋아한다. 나무는 언제든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잠시 그 존재를 잊을 때나, 그를 찾을 때나  항상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나무는 항상 변하기 때문이다. 계절마다 다르고 해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좋아하던데 나는 별로 관심이 없다. 아마도 어릴 때 소나 닭 같은 가축들이 집 마당에서 자랐고 그 때문에 많이 불편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리라.

 

2. 목련

목련은 그냥 좋았다. 처음 볼 때도 좋았고 지금도 좋다. 자목련보다는 백목련이 좋다. 그래서 20년 전에 지리산 형님 집 마당에 백목련 두 그루를 심었다. 처음에는 나란히 심으려다가 내년에도 심을 텐데 싶어 왼쪽 끝에 한 그루, 오른 쪽 끝에 한 그루를 심었다. 그런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해마다 그집에 들렀지만 목련나무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 쯤인가 우연히 그 목련을 보았더니 키가 5미터 정도 훌쩍 커버려 심은 사람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마치 자기보다 커버린 아들을 보는 중년 아버지의 심정이었다. 목련목은 계통이 목련목, 목련과에 속한다. 목련과에는 함박꽃나무, 튤립나무가 들어 있다.

 

우연하게도 목련에 관한 다음과 같은 시를 알게 되었다. 

<어느 쓸쓸한 중의 심사에 비친......>

                          -이시영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뒷 교정의 가지 잘린 목련나무는
딱 한 송이 목련꽃을 매달고 서 있네
아, 차라리 봄이 오지나 말 것을

 

작년에 진주지원에 근무하였는데, 강이 그리운 날은 남강변을 뛰었고 나무가 그리운 날은 망진산에 올랐다. 망진산에도 백목련이 피어 있었다. 벚꽃과 함께 피었는데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운지는 말할 수 없었다. 목련은 진주지원 관사 화단에도 피어 있었다. 스마트 폰으로 목련나무를 찍어 함께 근무했던 판사에게 보내며 김판사를 닮은 것 같아 보낸다고 하였더니 좋아 하였다. 맨 위에 올라 있는 사진이 바로 그 사진이다.

 

3. 수목장

장례문화에 관하여 많은 논의가 있어 왔다.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이 수목장이다. 화장을 한 다음 그 재를 자기가 즐겨 찾던 나무 뿌리에 뿌리고 나무 줄기에다가 죽은 사람을 기록한 작은 표찰을 하나 걸어두는 식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났으니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표찰이 삭아 떨어질 무렵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 그럼 나무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나무도 태어났으니 죽을 것이고 그것이 자연의 속성이겠구나. 죽은 사람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고, 나무가 사라지고, 사라진 그 자리에 나무가 새로이 자라고.......

 

           2012. 6. 29. 부산에서 자작나무

'나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5. 느티나무  (0) 2012.07.06
[스크랩] 생강나무  (0) 2012.07.04
4. 생강나무  (0) 2012.07.04
2. 왕후박나무  (0) 2011.04.01
1. 자작나무   (0) 2009.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