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10. 편백나무

자작나무의숲 2013. 3. 24. 17:28

 

1. 공원

공원에서 걷는 게 취미다. 법원에 처음 들어갔을 때 경남고등학교 앞에서 하숙을 하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숙집 아들과 함께 구덕공원을 산책하곤 하였다. 구덕공원은 산책로가 잘 가꾸어져 있다. 길이 평탄하고 주변에 나무가 많다. 그 중에서 눈에 띈 나무가 있었다. 홀쭉한 것이 하늘로 쭉 뻗어 있었고, 일렬로 줄까지 서 있으니 참 얌전한 학생 느낌이 들었다. 그 나무가 바로 편백나무다. 출근할 때는 걸을 때가 많았다. 구덕운동장을 지나고 동신초등학교를 지나고 삼익아파트를 지나면 법원이 나올 차례였다. 30분이 걸렸다. 저녁을 먹고는 옆에 있는 동아대학교 캠퍼스에서 가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이 생활은 결혼으로 2년만에 끝이 났다.

 

2. 편백나무와 측백나무

결혼 이후 현재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어린이대공원을 자주 가게 되었다. 어린이대공원은 예전에 수원지였던 호수를 끼고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도처에 편백나무와 측백나무가 있어 눈이 참 편하다. 40분에 호수를 한 바퀴 돌고 9번 매점에 가서 국수나 오뎅을 먹으면 휴일 놀거리를 원하는 식구의 입을 대충 막을 수 있다.

편백나무는 측백나무과다. 편백나무와 측백나무는 생김새가 비슷하다. 편백나무는 잎의 끝이 둥글고 뒷면에 하얀 기공선이 Y자 형태로 나 있으며 측백나무는 잎의 끝이 뾰족하고 기공선을 찾아볼 수 없다. 위에 있는 사진은 어린이대공원에 있는 편백나무를 찍은 것이다.

 

3. 식민지 유산

편백나무는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나무라고 한다. 부산에 있는 공원에 편백나무가 많은 것은 일본 사람들이 식민지 시대에 많이 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공원을 걷고 나무를 보고 평안을 얻는다면 누가 심었냐가 뭐가 중요할까 싶다. 올해 말이면 부산시민공원이 완공된다는데, 내년에는 어린이대공원 산책은 뜸할 것 같다. 부산시민공원엔 어떤 나무들이 자랄까? 아침마다 볼 수 있을까? 세상은 어쨌거나 진보한다.

 

            2013. 3. 24.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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