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추천)

개선문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2. 5. 27. 20:40

1. 개괄

레마르크의 소설 <개선문>을 읽었다. 저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제1차 세계대전에 참여하였고, 나치가 정권을 잡자 스위스로 갔다가 미국으로 망명하였다. 이 소설은 독일 외과의사인 주인공 라비크가 나치정권을 피해 프랑스에 피난을 와서 무면허 의료행위로 생활을 하고 조앙 마두를 만나 사랑하고 나치스의 비밀경찰관 하아케에게 복수를 하고 제2차 세계대전이 선언되자 프랑스 강제수용소에 송치되는 내용이다. 프랑스 강제수용소에 송치되기까지 불안했던 5년간의 생활 동안 3개월 감옥 생활, 불법 거주, 네 번 추방당하고 네번 다시 돌아 왔다. 라비크의 의술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프랑스 의사 베베르와 듀랑이 있는가 하면, 러시아에서 망명해 와 카페 세헤라자드의 도어맨으로 살아가며 라비크를 도와주는 친구 보리스 모로소프가 있다.

 

2. 발췌

그 동안에 한 인간이 죽어간 것이다. 그럼 그거야 문제될 것이 없다. 시시각각으로 몇천 명씩 인간이 죽어가는 판인데 거기에 대한 통계도 나와 있다. 그러니 그런 것은 문제도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죽어가는 인간에게는 그것이 전부며 계속 돌아가고 있는 온 세상보다도 더 중대하다.

 

어젯밤에 일어난 일은 그 여자에게는 아무래도 좋다. 단 한가지 중요한 일은 그 여자가 그것을 극복하는 일이다. 인생이란 감정적인 비유 이상의 것이니까. 

 

살고 있는 것은 무엇이나 움직이고 움직이는 것은 힘을 가지며 우아하게도, 우스꽝스럽게도 될 수가 있다. 그러나 다시는 움직일 수 없고 오직 썩어갈 뿐인 것이 갖는 이상한 위엄을 지닐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오직 완성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며, 인간은 죽어서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그것도 순간에 불과하지만.

 

그런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일이어서 새삼스럽게 듣고 싶지가 않았다. 고독하다는 것-그것은 인생의 영원한 후렴인 것이다. 다른 여러 가지에 비하여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다.

 

인간이란, 뜻은 위대하지만 실행에는 약하거든. 바로 그 점에 우리의 불행도, 우리의 매력도 있는 법이지.

 

오늘이 두번째 밤이지. 위험한 밤이야. 미지에 대한 매력은 사라졌는데, 신뢰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매력은 아직 나타나질 않으니 말이야. 

 

인간은 독립돼 있어야만 한다. 무슨 일이건 조금이라도 남을 의존하는 데서 일이 벌어진다. 처음에는 별로 그것을 모르고 지내지만 정신차리고 보면 갑자기 자기가 타성이란 그물에 걸려 있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시들어져 가는 밤의 어렴풋한 꿈. 어둠 속에서 주고 받는 말-이런 따위가 어찌 진실일 수 있겠는가! 실제의 말이란 많은 빛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우리는 죽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어. 그리고 이 도시는 생활에 겁이 나서 떨고 있단 말이야. 우리는 모든 것으로부터 절연을 당하고 있어서 이제는 가진 것이라곤 우리들의 마음뿐이야......인간이 서로 사랑하는 것. 그것이 전부야 기적이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자명한 노릇이지.

 

이 침착한 태도만이 역경에 처해 있는 인간의 유일한 무기다.

 

그리고 끝내는 나라는 인간을 완전히 자기의 수중에 넣고 말 것이다. 그 결과는 나 자신의 무기력과 부서져 버린 욕망의 희생이 되어 나를 버릴 것이다.

 

그것이 이제는 하나의 벽이 되어 주는 것이었다. 설사 보호는 못해 준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것에 기댈 수는 있다. 별로 도움을 주지는 못하지만 책은 어둠을 향하여 곧장 역행하고 있는 이런 시대에서 최후의 절망으로부터 그를 보호해주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당신은 내 곁에 있지 않을 거야. 바람은 잡아둘 수 없거든. 물도 마찬가지지. 만일 그랬다간 썩어 버릴 걸. 잡아두면 김빠진 공기가 되어 버려. 당신은 어디고 머물러 있을 수 없는 여자가 되었어.

 

그는 갑자기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이 그 놈들을 강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고달파지고 잊어 버리고 싶어하고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는 것, 그런 것이 그 놈들을 강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여기에는 고통이 있고 불행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적어도 논리와 도리 같은 것이 있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지 그 이유도 알고 있고 어떻게 하면 될 것인지, 또는 어떻게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당신은 나를 살게 해줬어. 나는 돌멩이에 불과했었어. 그런 나를 당신이 다시 살아나게 해줬던 거야.

 

자넨 피난민이라는 것이 돌과 돌 사이에 끼인 한 개의 조그마한 돌멩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르나? 그들의 태어난 나라에 대해서는 배반자이며 외국에 대해서는 여전히 태어난 나라의 국민이란 말일세.

 

3. 소감

좋은 전쟁과 나쁜 전쟁을 구분하던 시절이 있었다. 스페인 내전 같은 데 지식인들이 참여할 때 사고가 그랬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뒤 사람들은 안다. 전쟁은 나쁜 것이지 좋은 전쟁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2012. 5. 27.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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