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영화 코리아를 보고

자작나무의숲 2012. 5. 6. 15:52

1. 개괄

영화 코리아를 봤다.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동기는 하지원이 주인공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어린이날 선물이 부실했다는 아들을 달래려고 아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골라야 하는 사정도 고려가 되었다. 하지원은 더킹이라는 드라마에서는 북한 군인으로 나와 북한 사투리를 보여주더니 이 영화에서는 부산 사투리를 구사한다.

1991년 4월 일본 지바에서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가 열리고 남북단일팀 코리아가 우승을 하는데, 합숙훈련부터 우승까지 46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남한 현정화 선수역은 하지원이, 북한 이분희 선수역은 배두나가, 남한 최연정 선수역은 최윤영(제빵왕 김탁구에서 빵집 딸로 나왔다), 북한 최경섭 선수역은 이종석(시크릿 가든에서 오스카를 좋아한 동성애자로 나왔다)이 맡았다. 하지원과 이분희는 복식조를 구성하고, 최윤영과 이종석은 서로 사랑하지만 아무런 기약도 없이 헤어진다.

 

2. 대사, 명장면

나 대신 현정화 선수를 단일팀에 넣어주십시오. 현정화 선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코리아팀의 승리를 위해서(유순복 선수가 국제경기가 처음이라 예선전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리자 코리아팀 감독을 찾아가 호소한 장면)

 

탁구 한번 쳤다고 하나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분희, 유순복 선수와 같이 탁구를 하고 싶습니다(북측이 4강전을 앞두고 단일팀에서 이탈하였고, 남한 선수로 팀을 구성하여 결승전에 올랐는데 여전히 북측이 단일팀 복귀를 거부하자 주인공 하지원이 비속에서 무릎을 꿇고 북측 감독에게 호소하는 장면 ; 관중들 많이 울었다. 나도 울었다)

 

여기까지 온 것도 잘 한거야.

여기까지는 없어. 지금부터 시작이야(결승전을 앞두고 이분희 선수가 자족하려고 하자, 현정화 선수가 우승이 목표라며 한 대사였는데, 결승전 마지막 경기에서 이분희 선수가 건강상태가 안 좋아 힘들어 하자 현정화 선수가 '여기까지 온 것도 잘 한거야'라며 포기하려고 하자 이분희 선수가 우승이 목표라며 거절한다) 

 

한반도 중간에 그어진 선은 휴전선

이 그림을 바닥에 놓으면 탁구대의 네트

네트를 마주 보고 쳤던 선수들이 이제 한 편이 되어 대단한 힘을 보여줍시다

 

단일팀 코리아가 우승을 차지하고 축하연을 앞두고 북한 팀이 숙소를 떠나자 남북 선수들은 부퉁켜 안고 운다.

주인공 하지원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반지를 배두나에게 끼워준다(통절한 울음이 솟구치는 것을 보고 이별은 슬프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다).

 

3. 소감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문화가 달라 사사건건 부딪히다가 그 과정에서 정이 들고 속내를 알게 되어 화학적으로 한 팀으로 결합하여 우승한다. 남도 북도 중국을 이기지 못했지만 남과 북이 한팀이 되어 중국팀을 이긴다.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끊어진 민족사를 복원하고, 살아 있으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달랬으면 좋겠다. 북한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북한 주민과 같은 저임금 근로자가 생기므로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도 좋다. 통일비용이 막대하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사람에게, 통일비용은 계산이 가능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어 짐작이라도 할 수 있지만 분단비용은 계산할 수 없는 것이 많은 만큼 생각보다 막대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이 영화는 볼 때는 조심해야 한다. 많이 울어 눈이 부을지 모르니 적당한 사람과 함께 보시라.

 

                 2012. 5. 6.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