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추천)

에밀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1. 10. 21. 22:57

장 자크 루소 <에밀>을 읽었다. 에밀은 루소의 교육론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정치학이다. 아이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는 어떤 국가를 만들 것인가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에밀은 가상의 소년으로서, 부유하고 건강상태가 아주 양호한 귀족 가문 출신의 고아이고, 첫눈에 예쁘지 않지만 볼수록 예쁜, 가상의 소녀 소피와 결혼한다. 에밀은 5부로 되어 있는데, 유년기, 다섯 살에서 열두 살까지, 열두 살에서 열다섯 살까지, 열다섯 살에서 스무살까지, 스무살에서 결혼까지다. 스무살에서 결혼까지가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음미해보고 싶은 문장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시민은 분모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는 분자처럼 사회라는 전체와 관련되어 그 가치가 결정될 뿐이다.

 

자연의 질서 속에서 인간은 모두 평등하므로 그들의 공통적인 천직은 인간이라는 바로 그 신분이다.

 

사는 것, 바로 그것이 내가 그에게 가르켜주고 싶은 직업이다.

 

가장 잘 산 사람은 가장 오래 산 사람이 아니라 인생을 가장 잘 느낀 사람이다.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학문은 단 한 가지밖에 없다. 인간의 의무에 관한 학문이 바로 그것이다.

 

억양은 말의 혼이다. 그것은 말에 감정과 진실성을 부여한다. 억양은 말 그 자체보다 위선이 덜하다.

 

아이는 말을 하기 시작하면 덜 운다. 그 같은 발전은 당연한 것이다. 한 언어가 다른 언어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여, 인간답게 행동하라. 그것이 당신들의 첫째 의무이다.

 

진짜 자유로운 사람은 그가 할 수 있는 일만 원하며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일만 한다. 바로 그것이 나의 근본적인 원칙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아이에게 적용하는 일이다. 또한 교육의 모든 법칙은 그 원칙에서 나올 것이다.

 

고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은 인간애의 감동도 동정의 기쁨도 알지 못하리라.

 

어린 시절에 사고하는 습관이 들지 않으면 평생 사고하는 능력을 잃고 만다.

 

아이가 항상 선생인 것처럼 여기게 하라. 그렇지만 항상 당신이 선생인 것이다. 겉으로 자유를 가지는 것처럼 보이는 예속만큼 완전한 예속은 없다.

 

아이의 신체와 정신의 결함은 거의 모두가 같은 원인, 즉 그를 너무 일찍 어른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 생겨난다.

 

인간의 유약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가 가진 힘과 욕망 사이에 존재하는 불균형에서 온다.....그러므로 당신의 욕망을 줄여라. 그것은 당신의 힘을 늘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당신은 그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순종하기를 바란다. 그것은 후에 그가 어른이 되면 남의 말을 쉽게 믿고 잘 속는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행동으로 가르쳐야 하며, 행동으로 할 수 없는 것만 말로써 해야 한다.

 

자유롭게 살면서 인간사에 연연해하지 않는 것, 바로 그것이 죽음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두번 세상에 태어난다. 한번은 존재하기 위해서이며 다른 한 번은 살기 위해서다. 전자는 인간이라는 種으로 태어나는 것이며, 후자는 자신의 性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만드는 것은 바로 그 약함이다.

 

그들 고유의 모습은 위대한 행위들에서 드러나 보이지 않으며 성격 또한 훌륭한 행동들에서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본성이 드러나는 것은 하찮은 일들 속에서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란 우리 내부에 있는 정의에 대한 사랑에 다름 아니다.

 

지혜 중에서 가장 나쁜 지혜는 어중간하게 아는 것이다.

 

본능은 죽여서는 안 되며 다만 규제해야 한다. 그런데 본능을 규제하는 일은 아마 그것을 죽이는 일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독점적인 즐거움은 즐거움을 죽인다. 진정한 즐거움은 서민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다. 오로지 자기만 즐겁고자 하는 사람은 더 이상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다.

 

두 성에 공통적인 능력도 모두 그들에게 동등하게 분배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것은 서로 보완적이다. 여자는 여자로 있을 때 더 가치가 있는 것이지, 남자처럼 하면 그 가치가 덜하다.

 

사랑하는 에밀, 행복해야 한다. 행복은 모든 감각적 존재의 목표란다.

 

우리 인생의 곤란들이 생겨나는 것은 결핍으로부터라기보다는 오히려 우리의 애착으로부터다.

 

사람이 되어라. 너의 마음을 인간의 처지의 한계를 넘어서게 하지 말라. 그 한계를 연구하여 알라. 그 한계가 아무리 좁더라도 그 안에 자기를 국한시키는 한 사람은 불행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통치의 양호함을 판단하기 위한 용이하고 간단한 두 가지 규준이 있다. 그 하나는 인구이다.....인구가 가장 증가하고 있는 나라는 비록 가장 가난할지언정 틀림없이 통치가 가장 잘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이다. 두번째 증거는 인구 분포를 통해 나타난다. 두 나라 중 좀 더 강한 나라는 주민이 영토 전체에 가장 골고루 분산되어 있는 나라이다......나라를 고갈시키고 약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 대도시들인 것이다.

 

이 책에 관하여 이러 저러한 비판 있다. 루소가 아이들을 고아원에 보낸 것을 두고 이 책을 폄하하는 사람도 있다. 루소에게 그만한 사정이 있지 않겠는가? 남녀 평등을 주장하는 여성의 눈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볼만한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당신이 극복하면 될 것이다. 평소 자녀 교육론으로 최소 간섭과 성선설을 주장해왔던 나에게 힘을 실어주는 책임에 틀림없다. 자녀 교육 역시 옳다면 실천하는 것이지 옳은 줄 아는데 현실론 때문에 실천하지 못한다는 것은 옳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다.

 

                                            2011. 10. 21. 진주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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