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추천)

인간불평등기원론 중에서

자작나무의숲 2011. 6. 25. 17:34

2000. 9. 16. 읽은 루소 <인간불평등기원론> 중에서 밑줄을 치며 읽었던 부분을 확인해보니 다음과 같다.

 

나는 인류에게 두 가지 불평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하나는 자연적 또는 신체적인 불평등이다......다른 하나는 일종의 약속에 좌우되고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 정해지며 적어도 그렇게 정당화되고 있으므로, 도덕적 또는 정치적 불평등이라고 할 수 있다. 후자는 일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손해를 줌으로써 누리고 있는 여러 가지 특징으로, 예컨대 다른 사람보다 풍요하다거나 존경을 받고 있다거나 권력을 갖고 있다거나 사람들을 자기에게 복종시키는 특권으로 구성된다.

 

불평등은 자연상태에서는 거의 느낄 수 없으며 그 영향도 거의 무에 가깝다는 것을 증명했으므로, 이제부터는 그 불평등의 기원과 발전을 인간정신의 연속적인 진보 속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어떤 토지에 울타리를 두르고 "이것은 내 땅이다"하고 선언할 생각을 가졌고, 또한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믿을 만큼 단순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최초의 사람은 시민 사회의 진정한 창립자였다. 그 말뚝을 뽑아 버리거나 도랑을 메우면서, "그런 사기꾼의 말을 듣지 마시오. 이 땅에서 나는 온갖 곡식과 과일들은 모두 만인의 것이며 대지는 어느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면, 여러분은 신세를 망치게 됩니다"하고 동포들을 향해 외친 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얼마나 많은 범죄와 전쟁과 살인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참상과 공포로부터 인류를 구제해 주었을 것인가?

 

원시상태에 있는 사람만큼 온순한 자는 없었다......자연스러운 연민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스스로를 억제할 수 있었으며 남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을 해칠 마음이 우러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현자 로크의 격언과 같이 私有가 없는 곳에 범죄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제정치가 입을 열자마자, 거기에는 고려해야 할 성실이나 의무는 이미 없고 극도로 맹목적인 복종만이 노예들에게 남겨진 유일한 미덕이 된다. 이것이 불평등의 마지막 도달점이며, 한 바퀴 돌아서 우리가 출발한 기점에 닿게 되는 종국의 지점이다. 여기서는 모든 개인이 다시 평등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무이며 신민은 벌써 주인의 의지 이외에는 아무런 법률도 갖지 않고, 주인은 자기의 정념 이외에는 아무 규범도 갖지 않으므로 선의 관념이나 정의의 원리가 다시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즉 여기서는 모든 일이 다만 최강자의 법률로, 다시 말하면 하나의 새로운 자연상태로 환원되어 있는데, 이 자연상태가 이전의 자연상태와 다른 점은, 후자가 순수한 자연상태인 데 비해 전자는 지나치게 부패한 결과라는 것이다.

 

사실상 이 모든 차이의 진정한 원인은 바로 이런 데 있다. 즉 미개인은 자기 자신 속에서 살고 있는데, 사회인은 언제나 자기의 외부에 존재하며 타인의 의견 속에서만 살아간다. 그리고 자기가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타인의 판단에 의거하고 있는 것이다(역자는, 여기에 다음과 같은 주를 달고 있다. 루소는 불평등에 따라 구성된 사회에서의 왜곡된 인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자기 자신 밖에서만 머물면서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한 인간에 대하여, 루소는 그의 모든 저작을 통하여, 인간은 다시 한번 자기 안에 있는 풍요로움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설명을 통해서 우리는, 불평등은 자연상태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므로 인간 능력의 발달과 정신의 진보에 따라 성장 강화되며 소유권과 법률 제정에 따라 안정되고 합법화된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실정법에 따라서만 인정되는 인위적 불평등은, 그것이 신체적 불평등과 균형이 잡히지 않을 경우에는 언제나 자연법에 위배된다는 결론도 나오게 된다.

 

고전은 역시 이해하는 데 고전을 면할 수 없다. 그럼에도 계속 읽는 이유는 고전을 건너뛰고 현재의 문제를 극복하기에는 우리의 상상력이 너무 빈곤하기 때문이다.

 

        2011. 6. 25. 진주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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