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추천)

25시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1. 6. 14. 07:35

게오르규 <25시>를 읽었다. 저자는 루마니아 몰다비아 지방의 작은 산마을에서 가난한 성직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이 소설엔 주인공인 루마니아 농부 요한 모리츠, 그의 아내 스잔나, <25시>라는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 트라이안 코루가가 등장한다. 시대적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전후다. 주인공은 아내를 탐내는 헌병대 소장의 계략에 유태인으로 몰려  루마니아 수용소, 헝가리 수용소, 독일 수용소, 미국 수용소에 13년간 수용되는 가혹한 운명을 맞게 된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그(요한 모리츠)는 자기에게 놓여진 운명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우리 모두를 위협한다는 그 큰 위험이란 대체 무엇인가? / 기술노예라는 거지!

 

25시, 이것은 모든 구제의 시도가 무효가 된 시간이야. 메시아의 왕림도 어쩔 수 없는 시간이야. 이건 최후의 시간이 아니라 최후의 시간에서 한 시간 후니까. 또 이것은 서구 사회의 정확한 시간, 다시 말하면 현재의 시간이며 정확한 시간을 뜻하고 있지

 

한 인간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십자가를 위해 싸운다고 주장할 수 없을 겁니다. 누구이든 십자가의 옹호자인 동시에 적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지사님, 사람이 그 정도로 무감각해져서 마치 기계처럼 자기 이웃 사람의 호소에 귀머거리가 될 수 있는 겁니까? 인간에게는 감정이 있고, 영혼이 있습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닙니다. 당신은 진정으로 이온 모리츠에게 행해진 부정을 모르겠다는 말씀입니까?

 

현 사회는 기계와 인종 노예에 봉사하고 있거든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인간이 아무런 사회적 가치를 갖지 않거나, 또는 동물과 같은 연민이나 애정을 불어 넣지 않을 때에도 과연 인간을 인간으로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유일한 가치로서 존중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이 서양이다. 그들은 사실에도 인간에도 관심이 없다. 그들은 일반화된 규칙에만 굴복하고 있어

 

이 사회는 개인이 가진 가치를 조금밖에 인정하지 않거든. 그러므로 이 사회에서는 개인으로서의 완전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거요......아주 간단히 말하면 우리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요. 단지 하나의 카테고리의 무한히 작은 분자로밖에는 존재해 있지 않다는 거지....바로 이것이 서양의 기술 사회를 한결같은 사회로 만들 수 있는 특질이지.

 

트럭과 크로노미터를 지배하는 것과 똑같은 법칙으로 인간을 지배한다는 건 인간을 죽이고 있는 거나 다름없지

 

인간이 진화하면 할수록 중요한 건 개인과 여러 특수한 경우가 가지는 유일성인거야. 기술사회는 정확히 거꾸로 진보하고 있다. 그건 모든 걸 일반화하고 있어.

 

생명의 의미는 완전히 개인적이고 내적인 거란다.

 

오직 개인으로서의 인간만이 종교나 인종이나 그가 소속한 사회적 또는 종교적 카테고리의 여하를 막론하고 구원을 받게 되네. 바로 여기에 사람은 결코 그가 속한 카테고리에 의해서 판단될 수 없는 이유가 있지

 

당신은 단일의 차원으로 환원된 인간들밖에는 모르고 있습니다만 그들은 이미 인간이 아니며, 마치 그건 삼각형의 한 변을 없애버리면 더 이상 그것은 삼각형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사랑, 그 최고의 정열은 인간이라는 걸 누구나 함부로 바꿔 놓은 수 없는, 유일 무이한 존재로서 존경을 받는 사회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겁니다.

 

게오르규에 의하면 유럽 사회는 세 가지의 훌륭한 유산을 상속받았다. 그리스 인이 남긴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과 존경, 기독교가 가르쳐 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존중, 로마 인이 보여 준 정의에 대한 사랑과 존경으로 현대 기계 사회는 이 세 가지 귀한 유산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을 읽고나면 나치가 왜 나빴던 것인지를 생생하게 알 수 있다. 작가가 개인을 강조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이 사회의 나아갈 길은 자유와 평등, 자유 평등 사이에 균형을 이뤄내는 잣대로서 정의에 있다고 생각하였다. 일독을 권한다.

 

             2011. 6. 14. 진주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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