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추천)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0. 6. 6. 22:28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저자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그의 수업은 20여 년 동안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히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을 탐색한다. (1) 정의란 공리나 행복의 극대화다. (2) 정의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다. 그 선택은 자유시장에서 사람들이 실제 행하는 선택일 수도 있고(자유지상주의 견해), 원초적으로 평등한 위치에서 행할 법한 가언적 선택일 수도 있다(존 롤스 같은 자유주의적 평등주의 견해), (3)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다(저자의 견해).

저자는 공동선을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는 (1) 시민의식, 희생, 봉사, (2) 시장의 도덕적 한계, (3) 불평등, 연대, 시민의 미덕, (4) 도덕에 개입하는 정치라는 모습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묻는 것이다.

 

벤담에 다르면 공동체란 허구의 집단이며 그것을 구성하는 개인들의 총합으로 이루어진다. / 많은 사람이 지적하는 공리주의의 가장 두드러진 약점은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벤담이 생각한 공리도 바로 가치를 나타내는 단일통화다.

 

내가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내 '독립은 당연히 절대적이다. 개인의 자신에 대해,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 주권을 갖는다'(존 스튜어트 밀)

 

나는 국가나 정치공동체가 아닌 나 자신에게 속한다는 생각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내 권리를 희생하는 것이 왜 잘못인가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공공서비스가 시민의 으뜸 관심사에서 멀어지는 순간, 그것을 사람이 아닌 돈으로 해결하려는 순간, 국가의 몰락이 가까워온다(루소).

 

칸트는 도덕이란 행복 극대화를 비롯한 어떤 목적과도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도덕은 인간 그 자체를 목적으로 여기고 존중하는것이다.

 

칸트에 따르면, 어떤 행동의 도덕적 가치는 그 결과가 아니라 동기에 있다.

 

칸트가 보기에, 자살도 같은 이유로 정언명령을 위반한다.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목숨을 끊는다면, 나를 고통완화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칸트는 거짓말을 단호히 거부한다. / 맞는 말이지만 오해를 일으키는 발언은 정언명령을 위협하지 않는다 / 칸트의 요지는 오도하는, 그러나 진실인 발언은 노골적인 거짓말처럼 듣는 사람을 대놓고 속이거나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야기를 주의깊게 듣는다면 말의 진위를 판별한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존 롤스는 이 가언계약에서 정의의 원칙 두 가지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언론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 같은 기본 자유를 모든 시민에게 평등하게 제공한다는 원칙이다. 두 번째는 소득과 부를 똑같이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인정한다면, 그 이익이 사회 구성원 가운데 가장 어려운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 존 롤스가 대놓은 대안은 차등원칙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재능 있는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으면서 재능과 소질의 불공정한 분배를 바로 잡는다. 재능 있는 사람을 격려해 그 재능을 개발하고 이용하게 하되, 그 재능으로 시장에서 거둬들인 대가는 공동체 전체에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분리주의자들의 시대에는 텍사스 로스쿨이 특정 인종을 열등의 상징으로 이용한 반면, 오늘날의 인종 우대는 누구를 모욕하거나 부정적으로 낙인찍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재화를 공정하게 분배하려면 해당 재화의 텔로스, 즉 목적을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보기에 정치의 목적은 시민의 미덕을 키우는 것이다. / 그에게 행복은 마음 상태가 아니라 존재방식이며, '미덕과 일치하는 영혼의 활동'이다. /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강요는 부당함의 증거다.

 

우리 의무는 모든 사람의 자유를 정의하는 것이지, 우리만의 도덕률을 명령하는 것이 아니다(마거릿 마셜 매사추세츠 주 대법원장)

 

정의에는 어쩔 수 없이 판단이 끼어든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해묵은, 그러나 여전히 중요한 논쟁의 완결판이라고 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불러내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게 하고, 존 롤스의 연구성과를 자양분으로 삼으면서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저자의 고민과 성과가 보인다. 무수히 많은 사례를 들어가며 각자의 철학에 따른 결론과 그 문제점을 상세히 분석한 다음 저자의 철학을 제시하는 서술방식이 매우 강력하고, 일관되어 있다. 정의라는 주제에 관하여 관심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 할 또 하나의 고전이다.

 

              2010. 6. 6.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