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추천)

빅토르 위고 <파리의 노트르담>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0. 1. 26. 20:04

빅토르 위고 <파리의 노트르담>을 읽었다. '의'자가 불필요하게 많이 들어간다는 선배의 지적에 따라 되도록이면 '의'자를 빼고 써보겠습니다. 이 책은 빅토르 위고가 소설가로서 명성을 굳힌 작품이다. 저자는1848년 2월 혁명을 계기로 왕당파에서 철두철미한 공화주의자로 변신했고 나폴레옹 3세 집권과 함께 20여년 망명과 추방생활을 한 '좌파'지만(당시 기준으로 볼 때) 좌파 성향 때문에 작품의 위대성이 손상되거나 손상되었다는 평가를 받지 않는다. 어느 사회나 있는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고. 

 

등장인물

클로드 프롤로 : 노트르담 성당 부주교

카지모도 : 노트르담 성당 종지기, 곱사등, 애꾸눈, 절름발이,

라 에스메랄다 : 젊은 집시 아가씨, 아름답고, 순결하고, 착하다

그랭구아르 : 시인, 집시와 거지의 삶터인 기적궁에 빠지는데, 라 에스메랄다가 그와 결혼을 해줌으로써 목숨을 구한다.

페뷔스 : 카지모도가 클로드 프롤로의 명령으로 라 에스메랄다를 납치하는 상황에서 야경대장으로 그녀를 구출해준다.

은자 : 집시 여자를 증오하나, 우연하게 라 에스메랄다가 자신이 잃어버린 딸임을 알게 되고 라 에스메랄다가 교수대에 처형되는 것을 보고 고통 속에 죽는다.

 

줄거리

클로드 프롤로는 성직자 신분이자만, 집시 여인 라 에스메랄다가 춤추는 것을 보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라 에스메랄다는 우연히 자신을 구해준 헌병대장 페뷔스를 사랑한다. 페뷔스는  다른 여자와 청혼한 상태이나 육체를 탐하여 라 에스메랄다를 농락하려고 한다.

그 광경을 목격한 클로드 프롤로가 단도로 페뷔스를 찔렀으나, 라 에스메랄다가 그 죄를 덮어 쓰고 사형을 선고받는다. 라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노트르담 성당 종지기 카지모도가 노트르담 앞 뜰에서 사직당국으로부터 라 에스메랄다를 뺏어내어 그녀를 성당 안에 피신시켜 보호한다. 클로드 프롤로는 그랭루아르를 이용하여 라 에스메랄다를 성당 안에서 뺏어내서 도망친다. 그곳에서 클로드 프롤로는 다시 한번 라 에스메랄다에게 사랑을 호소하지만 거절당하자 경찰에게 라 에스메랄다를 넘긴다.

결국 라 에스메랄다는 교수형에 처해진다. 카지모도는 클로드 프롤로를 성당 아래 떨어뜨려 그를 죽이고, 라 에스메랄다 옆에서 죽는다.

 

이 책에서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우정이 무엇인지 아나요(그랭구아르)

 

그것은 오누이가 되는 것, 두 넋이 서로 섞여 들지 않고 마주 닿는 것, 한 손의 두 손가락이 되는 거지요(라 에스메랄다)

 

그럼 사랑이란?

 

그건 둘이면서도 하나가 되는 거에요. 한 남자의 한 여자가 하나의 천사로 서로 섞여 드는 거예요. 그것은 하늘이지요.     

 

우리 대성당들 중 이 늙은 여왕의 얼굴에서, 하나의 주름살 옆에 언제나 하나의 흉터가 있는 것을 본다. 세월이 갉아먹고, 인간이 더욱 갉아먹는다. 나는 이것을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즉 세월은 눈이 멀고, 인간은 어리석다 라고

 

인간의 사상은 건축술보다 더 견고하고 내구력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단순하고 용이한, 영속하는 방법을 발견한다. 건축물은 실각한다.....책이 건물을 죽이려 한다. 인쇄술의 발명은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다. 그것은 근본혁명이다.

  

고립은 모든 것을 키워준다. 조각술은 조상술이 되고, 판화는 회화가 되고, 윤창곡은 음악이 된다.

 

인간의 사상이 건물에 소비하던 힘의 자본을 차후로는 책에 소비한다.

 

숯불이 꺼지면 재는 차지요.

 

한 잔의 물을 온통 붉게 하기 위해서는 한 방울의 포도주로 충분하고, 어여쁜 여자들의 모임을 온통 어떤 기분으로 물들이기 위해서는, 더구나 남자가 하나밖에 없을 때는, 더 어여쁜 여자 하나가 뜻밖에 나타나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일생이란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빌어먹고 살아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이 시금석이 완전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라몬 유이가 '특수한 형태의 보전 아래 영혼은 안전하다' 라고 말한 것처럼, 역시 시련과 고난을 겪어야만 할 것이오.

 

저희 이집트 여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그것뿐이에요. 공기와 사랑뿐이에요.

 

나 자신이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었던 곳에, 숙명은 나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어......

내 안에 지하 감방을 지니고 있어. 내 안은 거울이고, 얼음이고, 절망이야. 나는 내 마음 속에 어둠을 갖고 있어......

당신은 스스로 불행하다고 믿고 있지만, 당신은 불행이 무엇인지 몰라. 한 여인을 사랑하는 것! 성직자라는 것! 미움을 받고 있다는 것!.....이것이야말로 지옥의 불에 새빨갛게 단 진짜 집게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당신이 있다면 지옥도 내게는 천국이야(부주교)

 

임금의 궁전과 제후의 저택, 그리고 특히 성당들은 면죄권이 있었다. / 최고법원은 은신처에 대해서도 모든 재판권을 가지고 있어서 아가씨는 노트르담의 당신 방에 있으면서도 큰 위험을 무릅쓰고 있었다는 걸 아가씨는 알고 계신가요?

 

극도의 고통은 극도의 기쁨과 마찬가지로, 잠깐밖에 계속되지 않는 격렬한 것이다. 사람의 심정이란 극단 속에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없는 법이다.

 

고귀한 양반들의 인생도 우리의 인생과 매일반으로, 선과 악이 섞여 있는걸요.

 

사랑이란 나무 같은 것이기 때문인데, 그것은 저절로 자라나고, 우리의 온 생명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폐허가 된 가슴 위에서도 흔히 계속 푸르러지는  것이다.

 

번역자인 정기수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부주교 클로드 프롤르가 많은 점에서 빅토르 위고의 분신이라는 것이다. 위고는 아내의 거절로 말미암아 반 성직자적 정결을 지켜왔다. 또 그것이 어떻게 해결된다 하더라도, 위고의 비극은, 성직자처럼 자기 역시 서원에 구속되어 있다고 느낀 데에 있었다고 한다.

 

뮤지컬로 보았을 때와 느낌이 다르다. 15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낭만주의 역사소설이다. 일독을 권한다.

 

          2010. 1. 26.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