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었다. 작가는 1919년 1월 1일 뉴욕에서 태어났고, 맥버니 중학교에서 성적불량으로 퇴학당하고, 열다섯 살 때 발레포지 육군 소년학교를 다녔다. 1937년 뉴욕 대학에 입학하였으나 몇 주 후 퇴학당했다. 이 책은 고등학교를 4 번째 퇴학당한 홀든 콜필드가 주인공인데, 위선에 찬 어른들의 세계를 바라보며 겪는 성장의 아픔을 그려 내고 있다. 인상 깊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뉴욕에서는 돈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 이건 과장이 아니다.
셋 모두가 하나같이 못생긴 것들이고 한결같이 뉴욕에 살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는 그런 모자를 쓰고 있었다.
여자는 그런 이야기 따위에는 전혀 흥미가 없는 것이 분명했지만, 여자가 더 우습게 생겼으므로 그 여자로서는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못생긴 여자란 진짜 고달픈 법이다.
만나서 조금도 반가울 것이 없는 사람에게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라는 말을 늘어놓고 있다니! 하지만 살아가고 싶으면 그런 말도 해야 하는 법이다.
그곳에는 마치 5천만 개의 담배 꽁초에서 내뿜는 듯한 냄새가 가득 차 있었다.
어린애들은 늘 친구들을 만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지적인 자식들은 자기가 좌중을 지배하지 못하면, 지적인 대화를 하려 들지도 않는다.
인간들은 다른 사람의 말은 절대로 전해주지 않는다니까.
누구하고 있니?(샐리) / 아무하고도 같이 있지 않아. 나와 나 자신과 나뿐이야(홀든)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어떤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항상 눈 앞에 그려본다 말야. 몇천 명의 아이들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곤 나밖엔 아무도 없어. 나는 아득한 낭떠러지 옆에 서 있는거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런 때 내가 어딘가에 나타나 그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야.
피비는 내게로 와서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일단 울기 시작하면 그렇게 간단하게 그쳐지지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침대 가에 앉아서 울고 있었다.
주인공 홀든의 민감한 감수성과 결벽증을 통해 허위로 가득찬 사회와 삶의 이면을 조명하는 생생한 화면은 독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사로잡는다(작품 해설)
그것은 외부의 것을 비판하고 혐오하는 아집에 빠졌던 외향적이고 의식적인 가면을 벗어버린 후에야 비로소 빛을 발하는 본성이며, 모든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포섭하려는 마음이다. 그것은 아늑하고 따뜻한 양지를 기대하는 홀든의 본성이기도 하다(작품 해설).
소설 중간 중간에 '이건 농담이 아니다'. '그건 정말입니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주인공은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세상도 주인공을 미덥게 보지 않는다. 주인공이 퇴학당한 후 서부로 도피하려는 순간 여동생 피비가 짐을 싸서 오빠를 따라가겠다고 나서고, 주인공은 피비의 순수한 사랑에 감동되어 현실로 복귀한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한번 읽었으면 좋을 책이다.
2010. 4. 10.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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