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추천)

군주론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1. 6. 25. 12:06

읽을 책도 없고 갈 데도 없고 해서 책장을 뒤적였더니 2005. 2. 26. 읽은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이 눈에 띄었다. 군주론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상반되는 것 같다. 이 책은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로렌초 데 메디치 전하께 올리는 글'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밑줄치며 읽었던 구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질병의 초기에는 치료하기는 쉬우나 진단하기 어려운 데에 반해 초기에 발견하여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진단하기는 쉬우나 치료하기는 어려워진다. 국가를 통치하는 일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정치적 문제를 일찍이 인지하면(이는 현명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사람만이 가능하다), 문제가 신속히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형태의 정부 수립을 주도하는 행위가 매우 어렵고 위험하며, 성공하기 힘들다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구질서로부터 이익을 얻던 모든 사람들이 혁신적 인물에게 반대하는 한편, 새로운 질서로부터 이익을 얻게 될 사람들을 기껏해야 미온적인 지지자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무기를 든 예언자는 모두 성공한 반면 말뿐인 예언자는 실패했다. 이러한 결과는 이미 언급한 이유 외에도 민중이 변덕스럽기 때문에 일어난다. 즉 그들을 설득하기는 쉬우나 설득된 상태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당신과 당신의 계획을 더 이상 믿지 않을 경우, 힘으로라도 그들로 하여금 믿게끔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

 

가해행위는 모두 한꺼번에 저질러야 하며, 그래야 맛을 덜 느끼기 때문에 반감과 분노를 적게 야기한다. 반면에 시혜는 조금씩 베풀어야 하며 그래야 맛을 더 느끼게 된다.

 

현명한 군주는 자신을 두려운 존재로 만들되, 비록 사랑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미움을 받는 일은 피하도록 해야 한다.......만약 누군가를 처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도 적절하 명분과 명백한 이유가 있을 때로 국한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타인의 재산에 손을 대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어버이의 죽음은 쉽게 잊어도 재산의 상실은 좀처럼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군주는 동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써 싸워야 한다. 그렇다면 싸움에는 두 가지 방도가 있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그 하나는 법률에 의거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힘에 의거한 것이다. 첫째 방도는 인간에게 합당한 것이고, 둘째 방도는 짐승에게 합당한 것이다. 그러나 전자로는 종종 불충분하기 때문에, 후자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인간은 모든 행동에 관해서, 특히 직접 설명을 들을 기회가 없는 군주의 행동에 관해서 인간은 결과에만 주목한다. 군주가 전쟁에서 이기고 국가를 보존하면, 그 수단은 모든 사람에 의해서 항상 명예롭고 찬양받을 만한 것으로 판단될 것이다. 왜냐하면 보통 사람들은 외양과 결과에 감명받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근래에 가장 질서가 잘 잡히고 잘 통치되는 나라들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그 나라에는 왕의 자유 및 안전의 기초가 되는 무수히 많은 좋은 제도가 있다. 이중 가장 중요한 제도가 엄청난 권위를 누리고 있는 고등법원이다.....그 결과 그는 왕이 직접 적의를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는 중립적인 기관(파리의 고등법원)을 내세워 귀족들을 견제하고 인민을 보호하도록 했다. 군주제도와 왕국 자체를 강화시키는 데에 이보다 더 신중한 조치나 적절한 제도는 있을 수 없다.

 

차악을 선으로 받아들여라........사려깊은 사람은 위험을 평가하는 방법을 알고, 가장 해악이 적은 대안을, 따라야 할 올바른 대안으로 선택한다.

 

군주의 지혜는 관리의 선택에서 나타난다.....인간은 두뇌에는 세 종류가 있다. 첫째 부류는 사물을 스스로 터득하며, 둘째는 설명을 들은 후 깨우치고, 셋째는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이란 너무 자기 자신과 자신의 활동에 만족하고 자기 기만에 쉽게 빠지기 때문에, 아첨이라는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란 지극히 어렵기 마련이다.....그러나 누구든지 당신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면, 당신에 대한 존경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 것이다. 따라서 현명한 군주는 다른 방도를 따르는데, 사려 깊은 사람을 선발하여 그들에게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그것도 당신에 요청할 때만 하는 것이지 아무 때나 허용해서는 안 된다.

 

운명은 여신이므로 젊은 사람들에게 이끌린다. 왜냐하면 젊은 사람들은 덜 신중하고 보다 공격적이며 그녀를 대담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1532년 출간된 군주론이 2011년 대한민국에 그대로 유효하지는 않을 것이다. 취사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군주론을 이용하는 측에 설지, 군주론의 이용을 간파하는 측에 설지도 독자의 몫이다.

 

    2011. 6. 25. 진주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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