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1. 5. 29. 22:32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을 읽었다. 이 책에서 담고 있는 문화유산은 경복궁, 순천 선암사, 달성 도동서원, 거창 동계고택, 합천 영암사터, 부여 무량사, 논산 관촉사, 부여 성주사터 등이다. 책 내용을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답사에 연륜이 생기면서 나도 모르게 문득 떠오른 경구는 人生到處有上手였다. 하나의 명작이 탄생하는 과정에는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무수한 상수들의 노력이 있었고, 그것의 가치를 밝혀 낸 이들도 내가 따라하기 힘든 상수들이었으며, 세상이 알아주든 말든 묵묵히 그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필부 또한 인생의 상수들이었다.

 

경복궁의 중요한 특징이자 자금성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위치설정에 있다. 자금성은 건축디자인의 기본취지가 위압감을 주는 장대함의 과시에 있다. 이에 반해 경복궁은 우리나라 건축의 중요한 특징인 주변환경, 즉 자연과의 어울림이라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배를 건조하고 싶으면 사람들에게 나무를 모아오고 연장을 준비하라고 하는 대신 그들에게 끝없는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 일으켜라(쌩떽쥐뻬리)

 

신권은 소년시절 한양에서 공부하다 "벼슬이란 사람으로부터 받는 것이고 자아는 하늘로부터 받은 것"이라며 안빈낙도하며 오로지 인격수양에 힘쓰겠다고 거창 황산마을로 내려온 것이었다.

 

한국의 전통건축물은 단순한 건축이 아니라 그 자체가 자연이고 또 하나의 풍경이다.

 

조선시대 생활의 지혜를 모은 <산림경제>를 보면 "후원으로 통하는 문은 작아야 한다"는 가르침이 있다. 문이 작아야 밖에서 보면 겸손해 보이고 안쪽으로 들어오면 공간이 훤해진다는, 평범하면서도 차원높은 이 건축 미학이 오늘날에는 사라지고 만 것 같아 관촉사 해탈문에 이르면 자연을 경영한 조상의 정신에 다시 한번 깊은 경의를 표하게 된다.

 

우리는 전성기 문화에서만 미적 가치를 찾을 뿐, 변혁기에는 변혁기 나름의 문화가 있고 지방은 또 지방 나름의 문화가 있음을 간과한다.

 

전기문학의 상실은 우리 인문학이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게 한 중요한 원인의 하나이다. 사실 인간의 관심 중 가장 큰 것은 인간일 수밖에 없다. 그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은 삶의 여러 모습에서 구하게 되니 전기문학은 인문학의 유효한 전달방식으로 되는 것이다.

 

김시습 자신은 방외인의 절개와 지조를 지키기 위해 거의 자학적으로 몸부림쳤다. 좌절과 변절로 얼룩진 세상에서 자기를 지킨다는 것은 정말로 고독한 자신과의 투쟁일 수밖에 없었다.

 

심학자는 덕을 세우고 구학자는 말을 세운 것인 즉, 저 도덕도 말에 의지하고서야 일컬어질 수 있으며, 이 말은 또한 덕에 의지하여야 없어지지 않는다. 일컬어질 수 있어야 마음을 멀리 후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고 없어지지 않아야 옛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할 만한 일은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다. 어찌 다시 비문 짓기를 굳이 사양하기만 하겠는가(최치원)

 

송광사보다 선암사에 끌렸는데, 이 책에도 같은 내용이 있어 반가웠다. 문화유산을 찾아 나설 때 저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릴 것 같다. 이제 낯선 도시가 되어 버린 서울의 경복궁부터 찾고 싶다. 산청 단계마을 돌담길도 걷고 싶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걷고 싶다.

 

           2011. 5. 29. 진주에서 자작나무

(2012. 4. 8. 경복궁을 다녀왔습니다. 경회루 앞에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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