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0. 12. 30. 22:20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었다. 저자는 공포소설로 여러 번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미국 작가다. 이 책은 자서전과 창작론이 섞여 있는 점이 특이한데, 이 작가에게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므로, 자사전과 창작론을 엄밀하게 구분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글쓰기란 무엇인가 물론 정신감응이다.

 

그는 강으로 갔다. 강은 그곳에 있었다(헤밍웨이 <두 개의 심장을 가진 강> 중에서)

 

글쓰기에서 정말 심각한 잘못은 낱말을 화려하게 치장하려고 하는 것으로, 쉬운 낱말을 쓰면 어쩐지 좀 창피해서 굳이 어려운 낱말을 찾는 것이다.....내 말뜻은 굳이 천박하게 말하라는 게 아니라 평이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쓰라는 것이다.

 

수동태는 한사코 피해야 한다.....소심한 작가들이 수동태를 좋아하는 까닭은 소심한 사람들이 수동적인 애인을 좋아하는 까닭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부사는 여러분의 친구가 아니다.......부사를 많이 쓰는 작가는 대개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할 자신이 없다.

 

글쓰기는 유혹이다.

 

나는 문장이 아니라 문단이야말로 글쓰기의 기본단위라고 - 거기서부터 의미의 일관성이 시작되고 낱말들이 비로소 단순한 낱말의 수준을 넘어선게 된다고 - 주장하고 싶다. 글이 생명을 갖기 시작하는 순간이 있다면 문단의 단계가 바로 그것이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빼어난 스토리와 빼어난 문장력에 매료되는 것은-아니, 완전히 압도당하는 것은- 모든 작가의 성장 과정에 필수적이다. 한 번쯤 남의 글을 읽고 매료되지 못한 작가는 자기 글로 남들을 매료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글쓰기에서 정직은 문체의 수많은 결점들을 상쇄시켜주는 미덕이다.

 

묘사의 방법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묘사의 분량도 그만큼 중요하다.

 

내가 말하는 탁월한 묘사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말해주는 몇 개의 엄선된 사실들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 것들은 대개 머리에 처음 떠오르는 사실들이다.

 

묘사를 잘 하는 비결은 명료한 관찰력과 명료한 글쓰기인데, 여기서 명료한 글쓰기란 신선한 이미지와 쉬운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들을 살펴보았는데, 그 모든 내용은 결국 두 가지로 귀결된다. 연습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진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

 

이 책을 일고 나니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는 내게 운명 같은 것이다.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고 삶과 일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2010. 12. 30. 부산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