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공감의 시대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0. 10. 31. 18:31

제러미 리프킨 <공감의 시대>를 읽었다. 저자는 <유러피언 드림>이라는 책으로 잘 알려져 있는 사회사상가다. 인류의 역사를 에너지 산업혁명 커뮤니케이션을 키워드로 몇 단계로 구분하는데, 이를 통하여 공감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인류가 발전해 왔음을 보여준다. 인상 깊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인간의 능력 가운데 가장 으뜸가는 것이면서도 소홀히 다루어졌던 공감능력은 사실 모든 인간에게서 볼 수 있는 보편적 조건이다. 

 

수동적인 입장을 의미하는 동정과 달리, 공감은 적극적인 참여를 의미하며 관찰자가 기꺼이 다른 사람의 경험의 일부가 되어 그들의 경험에 대한 느낌을 공유한다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법은 정의를 수호하는 전통적 관념에 머물지 않고 화해의 개념까지 포함하도록 넓혀졌다. 화해는 단순히 죄를 지은 사람을 벌하는 것이 아니라 범인과 희생자의 관계를 회복하는 쪽으로 범죄를 다루는 새로운 방법이다. 

 

위니콧은 하나의 관계가 하나의 개인에 우선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개인이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회가 개인을 만든다.

 

거울신경세포 때문에 인간을 비롯한 몇몇 동물은 상대방의 생각이나 행동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위징아는 모든 문화는 놀이에서 생겨난다고 간파했다. 그는 "이런 놀이를 통해 사회는 삶과 세상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드러낸다"라고 말한다.

 

죄책감은 수치심과 전혀 다른 개념이다......수치심은 모욕감을 느끼게 만들어 쓸모없고 사람 축에도 못 드는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 죄책감을 느끼게 하여 사태를 바로잡게 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에게 인간성이 있기 때문이다. 모욕감을 주는 것은 그의 인간성을 빼앗는 행위이지만, 죄책감은 다른 사람과 깊이 맺어진 유대감을 상기시켜 사회적 결합을 회복할 필요를 느끼게 만드는 내면의 메커니즘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다. 때로 이익을 위해 경쟁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회적 맥락 안에서 하는 경쟁일 뿐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교류한다는 뜻이다......존재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해,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위해 있다는 것이다(미하일 바흐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에서 "나는 참여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로 대전환하면서 공감은 인간 역사의 중심에 놓인다.

 

역사적으로 자유는 평등과 보조를 같이했다. 프랑스혁명과 미국 독립전쟁에서 자유와 평등은 둘이 아닌 하나의 개념이었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는 공감을 확대하는 것이 평등을 보장하는 수단이다.

 

죽음을 제대로 이해하고 칭송하는 자, 삶을 넓힌다(라이너 마리아 릴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근본적인 존재로서 죽음의 씨앗을 품고 있다. 탄생의 시간은 죽음의 시간이다(프리드리히 헤겔)

 

유한한 자의 고통이 없는 곳에 공감적 유대감은 없다.

 

공감 의식은 존재와 당위의 간극을 극복한다.

 

대화를 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입장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몰두할 수록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고 나의 정체성도 더욱 확실해진다(루이스 뒤프레).

 

커뮤니케이션의 양식이 그들의 의식을 창조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철학자 마셜 맥루언의 말대로 "매체가 곧 메시지이다"

 

구두 의식은 청각에 의지하지만 기록 의식은 시각에 의지한다......청각은 가장 내면화된 감각이다......시각은 친밀감이 가장 떨어지는 가장 추상적인 감각이다. / 전형적인 시각 관념은 판명과 분석이다. 반대로 청각적 관념은 조화와 종합이다(월터옹)

 

몽테뉴는 금욕적 삶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직관으로 알았다....몸으로 겪는 실체적 경험은 공감의 표현을 향해 열린 창이다.

 

폴로니어스는 경고한다

무엇보다 네 자신에게 진실해라.

밤이 낮을 따르듯 이것만 따른다면

남에게 거짓 행하지 아니 할지니.

(햄릿 중에서)

 

마시모 다젤리오는 1861년에 이탈리아를 통일한 후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 "우리는 이탈리아를 만들었다. 이제는 이탈리아 사람을 만들 차례다" / 민족국가의 보호 아래 국민을 결집시키기 위해서는 공통의 언어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는 데 대다수의 의견이 일치했다. /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영어의 표준어가 되는 언어의 일부는 대개 일정 지역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관용적 표현을 취합하고 문법을 표준화하여 얻어낸 결과였다.

 

괴테는 자연에서든 사회에서든 한 사람의 개별성은 그를 둘러싼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믿었다.

 

인간은 함께할 경우에만 진정한 인간이며, 유일한 개인이라도 자신을 전체의 일부로 느낄 수 있는 용기를 가질 때만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괴테).

 

로마제국의 몰락을 재촉한 엔트로피 부담과는 달리, 목재위기로 비롯된 혼란은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적절한 시기에 새로운 에너지 제도로 전환한 것이 유럽 문명을 총체적 몰락에서 구해 낸 결정적 원인이었다. 유럽 대륙은 석탄과 증기기관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낭만주의자들은 존재의 적을 소유라고 생각했다.

 

석유로 가동하는 내연기관과 함께 전기가 발명되면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에너지 체계가 탄생했다.

 

니체는 객관적인 사실이 존재한다는 계몽사상을 공격하면서 세상에는 다양한 관점만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여러 지역에서 소년원들은 지역 동물보호협회와 손잡고 수감된 청소년 범법자에게 주인 없는 개의 훈련을 맡겨 나중에 새 주인을 찾아 입양시키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오늘을 사는 모든 사람, 즉 68억의 인구는 여섯 단계 정도만 거치면 전부 아는 사이로 연결된다(좁은 세상 이론)

 

물질적 가치가 생활의 중심이 될수록 삶의 질은 낮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앞으로 기업과 시 자치제와 일반 가정은 자신의 에너지에 대한 소비자일 뿐 아니라 생산자가 될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분산 발전이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력을 손에 넣는 것은 양도할 수 없는 사회적 권리가 된다.

 

3차 산업혁명의 P2P 기술은 분산 자본주의를 낳고, 그 과정에서 그동안 시장 자본주의를 지배했던 많은 핵심 개념을 구태의연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모든 사람이 사이버스페이스를 통해 연결되고 정보가 거의 동시적으로 교환되는 세상에서, 시간은 가장 희귀하고 소중한 자원이 된다.

 

시장과 정부가 확장된 것이 문화가 아니라, 문화가 확장된 것이 시장과 정부이다.

 

온 세상은 무대이고, 모든 사람은 배우이다(셰익스피어)

 

참으로 우리에겐 이 지구에서 이번 삶이 전부이다. 어느 누구도 도망가거나 숨을 곳은 없다. 인간이 만들어 낸 엔트로피의 수치가 지구를 감싸고 대량 전멸이란 카드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 공감의 문명이 이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두꺼운 책이지만 재미 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절박한 주제를 흥미롭게 풀이하는 저자의 능력이 경이롭다.  일독을 권한다.

 

         2010. 10. 31.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