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글로 세상을 호령하다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0. 8. 16. 22:00

이종묵이 쓴 <글로 세상을 호령하다>를 읽었다. 저자는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서울대 국어국문과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다. 이 책은 옛 선비들이 쓴 글을 번역한 다음 저자의 생각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선천적인 맹인은 꿈을 꾸지 못한다(이익)

 

남들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다른 세상을 옛글을 읽으면서 차지할 수 있으니, 옛글은 내가 좋아하는 세상을 호령할 수 있게 된다.

 

물이 있는 데 흐르지 않게 할 수 있는가? 바람이 있는데 불지 않게 할 수 있는가? 나뭇잎이 있는데 시들지 않게 할 수 있는가? 이는 조물주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림에서는 할 수 있다.

 

군자가 마음을 흰 눈처럼 맑게 하여 인욕이 깨끗이 사라지면, 산뜻한 바람과 화창한 달빛을 나의 마음에 간직하게 되리니, 밖에 있는 것이 필요없다.

 

내가 즐거워 피로하지 않소. 그러나 그 기를 거칠하게 하지 말라고 한 것이 옛 가르침이라네. 조금 정력을 아껴두어서 말짱한 정신으로 내일 아침을 맞는 것이 좋지 않겠나.

 

살기를 기뻐하고 죽기를 싫어하는 것은 지렁이나 나나 한가지라오.....지금 지렁이를 탕으로 만드는 처방은 비록 크고 작은 차이가 있어 같지 않음이 있을지라도 남을 해쳐 나를 이롭게 한다는 점에서는 그 마음이 똑같소. 나는 차마 이 일을 할 수 없소(채제공)

 

집 안의 닭이 벌레와 개미를 잡아먹는 것은 싫어하지만, 도리어 닭이 팔려 삶아 먹히는 것은 알지 못하네(두보)

 

책만 있고 술이 없다면 너무 메마른 단점이 있을 것이요. 술만 있고 책이 없다면 점차 방탕해지리니, 반드시 이 두가지가 함께 꼭 있어야 할 것이요, 이로서 내 즐거움이 온전해질 것이라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면 없는 것이 정말 좋을 것이다.

 

산에 오르면 그 높음을 배우려 하고, 물가에 임하면 그 맑음을 배우려 하며, 바위에 앉으면 그 굳음을 배우려 하고, 소나무를 보면 그 곧음을 배우려 하며, 달빛을 대하면 그 밝음을 배우려 하라.

 

산에 오를 때 산꼭대기에 오르기를 기약하면 꼭대기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산허리에는 이를 수 있다. 산허리에 오르기를 기약한다면 산 아래를 떠나지도 못한 채 멈추고야 말 것이다(조광조)

 

고금의 역사를 두루 살펴보면 부귀한 사람은 늘 많고 한가한 사람은 늘 적었다. / 삶의 여유는 누리는 자의 몫이다.

 

새들은 기쁘게도 깃들 둥지가 있듯이, 나도 또한 내 집을 사랑하노라(도연명)

 

대체로 벼슬에서 물러난 선비들의 글을 고른 것 같다. 국어교사를 하는 친구로부터 "문학은 실패한 자의 기록이다"는 말을 들은 것이 생각났다. 현실에서 세상을 호령하든, 글로 세상을 호령하든 나의 행복이 너의 불행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었다.

 

           2010. 8. 16.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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