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제러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9. 6. 28. 22:15

제러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을 읽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당시 읽었다는 바로 그 책이다. 저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고 이 책을 통하여 미래학자의 역량을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EU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데서 드러나듯, 아메리칸 드림이 퇴조하고 유러피언 드림이 떠오르고 있다는 내용이다.

 

인상 깊게 읽을 구절은 다음과 같다.

 

유러피언 드림은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 내의 관계를, 동화보다는 문화적 다양성을, 부의 축적보다 삶의 질을, 무제한적 발전보다 환경 보존을 염두해 둔 지속가능한 개발을, 무자비한 노력보다 온전함을 느낄 수 있는 심오한 놀리를, 재산권보다 보편적 인권과 자연의 권리를, 일방적 무력행사보다 다원적 협력을 강조한다.

 

자율적이기 위해서는 재산을 가져야 한다. 부를 많이 축적할수록 더욱 독립적이 될 수 있다. 미국인들은 자주적이고 스스로 하나의 고립된 섬이 됨으로써 자유로워진다고 믿는다. 부에서 배타성이 생겨나고, 배타성으로 안전이 보장된다. 그러나 새로운 유러피언 드림은 자유와 안전을 구성하는 요소에 관해 그와는 다른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유럽인들은 자유가 자율보다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음으로 인해 보장받는다고 생각한다.

 

선택받은 사람들이라는 개념은 미국 역사를 통해 계속 이어져 아메리칸 드림의 중심 사상이 됐다.

 

레스터 셀레몬은 미국의 독특한 시민사회 전통이 개인주의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유럽과 달리 미국에서는 대학과 병원의 절반, 사회 서비스단체의 3분의 2가 공공기관이 아니라 비영리 사회단체인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많은 미국인들은 사회가 생산하는 부를 분배하는 가장 공평한 수단이 시장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유럽인들은 시장을 자율적을 내버려두면 불공정함이 발생하기 때문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믿는다.

 

벨기에의 타임 크레딧 제도 아래에서는 근로자가 고용 계약을 유지하고 복지 수당도 받으면서 최대 1년간 휴직을 하거나 그 기간 동안 하루 절반씩만 일할 수 있다. 

 

유럽인들은 "미국인들이 일하기 위해 사는 반면 우리는 살기 위해 일한다"고 말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처음부터 무료 교육의 기회를 제외하고는 다른 사회적 지원이 거의 없이 시장에서의 성공과 실패에 관한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부과했다. 반면 유럽인들은 치열한 적자 생존의 시장에서 균형을 잡는 책임이 사회에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뒤쳐지는 사람들이 없도록 불운한 사람들을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GDP는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실제로 향상시키는 경제 활동과 그렇지 않은 경제 활동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EU는 빈곤을 좀더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빈곤층이란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의 평균 소득(중앙치)의 절반 미만인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미국인들은 효율성이 높을수록 더욱 하나님께 가까워진다고 믿는다......유럽인들은 이렇게 물을 것이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를 "효율적으로" 대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미국인들에게 행복이란 개인적 성취, 물질적 성공과 결부되어 있다. 반면 유럽인들에게 행복은 서로간의 돈독한 관계 및 공동체 유대감과 결부되어 있다.

 

거래 방식이 시장 교환 모델에서 네트워크 모델로 바뀌는 데는 거래 비용과 마진과 중요한 작용을 한다......네트워크의 목표는 자원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리스크를 분담하는 동시에, 상품의 품질을 높이고 상품이 최종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네트워크 관계의 핵심은 신뢰다.......네트워크 모델로의 전환이 필요한 궁극적인 이유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하는 것이 자유다. 독립하기 위해서는 재산을 가져야 한다......네트워크 모델에서는 자유가 그 반대로 정의된다. 자유는 재산 소유보다는 네트워크에 소속됨으로써 확보된다.

 

인권이 EU헌법의 기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EU의 기본권 헌장에 명시되어 있는 권리들은 미국의 권리장전과 수정헌법 조항에 담겨있는 권리들을 초월한다. 우선 '생명의 권리'가 있다. "아무도 사형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U헌법의 비공식 별명이 "다양성 속의 조화"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유러피언 드림의 가장 어려운 시험은 이민 문제가 될 것이다.

 

고난만이 단결을 가져올 수 있다(하버드 대학교 사회학자 배링턴 무어)

 

지금 도래하고 있는 새로운 시대에는 공통된 취약성을 보호하고 세계화 의식을 갖기 위한 수단이 바로 공감이다.

 

사형제도 폐지는 EU 가입에 필수적인 요건이다.

 

하나의 행동과 유해한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믿을 만한 근거는 있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는 상황에서 조치를 취했다는 의미다(EU 집행위원회는 신상품을 도입하는 데 하나의 규제수단으로 ' 예방의 원칙'을 사용한다는 법령을 채택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나라의 동물들이 어떻게 대우받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간디)

 

죽음을 올바로 이해하고 찬양하는 사람은 삶을 확대할 수 있다(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 책대로라면 퇴조하는 아메리컨 드림을 좇고 떠오르는 유러피언 드림을 쫓는 우리는 뭘하고 있는 것일까? 일독을 권한다.

 

                    2009. 6. 28.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