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남경태의 '철학'을 읽다

자작나무의숲 2009. 6. 9. 19:59

남경태의 '철학'을 읽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이름은 필명인 듯 싶다. 부제가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인데서 드러나듯 우선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탈레스에서 하버마스까지 서양철학자의 대부분을 열거하고, 서양철학의 흐름이 세계(대상) - 인간(주체) -인식(언어) 순으로 이어져 왔음을 개관하면서 전대의 의문이 후대에서 어떻게 해결되고 다시 새로운 의문이 생기는가 하는 과정을 일관된 주제의식을 가지고 써고 있다. 철학의 계보를 정리한 것도 눈여겨 볼만 하다. 내용은 어렵지만 흥미로운 주제를 담고 있어 지루하지 않다. 인상 깊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스스로 진리의 정의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보았다.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성찰은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이다.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알면서도 죄를 범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단호하게 존재하는 세계는 단 하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세계뿐이라고 주장했다.

 

소유물에 무관심하면 공포를 떨칠 수 있다(디오게네스).

 

욕망하는 것을 얻으려 하지 말고 얻을 수 있는 것을 욕망해야 한다.

 

말할 수 있는 것에 관해서는 명료하게 말하라. 그러나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하라(비트겐슈타인).

 

미셸푸코가 말했듯이 지식은 구분이요 배제이며, 그렇기 때문에 곧 권력이다. 

 

철학에서 중요한 것은 답보다 문제다......그러나 강력한 종교가 지배할 경우 철학적 문제는 사라진다.

 

개라는 낱말은 짖지 않는다(스피노자)

 

이 세상 모든 사물을 자를 수 있는 예리하고 강한 칼이 있다고 하자. 그러나 그 칼로도 자를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그 칼 자체다. 마찬가지로 이 세상 모든 것을 회의할 수 있다 해도 단 하나 회의할 수 없는 것은 바로 '회의하는 나 자신'이다.

 

도둑질, 살인, 간음은 자연법이 금하는 악이다. 그러나 무엇이 도둑질, 살인, 간음인지를 규정하는 것은 자연이 아니라 국법이다(홉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것은 자연 현상이지만 겨울은 그저 봄에 앞서 존재할 뿐 봄의 원인인 것은 아니다.

 

루소가 문제로 삼은 것은 그런 자연적 불평등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생겨나는 인위적 불평등이다.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두우며,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험하다(논어)

 

공리주의 입장에서는 사회적 소수이자 경제적 약자인 장애인을 사회에서 돌볼 이유가 없다.

 

모든 억제는 억제라는 점에서 악이다(밀)

 

직관이란 대상을 반영할 수 있고 무한히 확대시킬 수 있는 본능을 뜻한다(베르그송)

 

실존은 본질에 선행한다(사르트르)

 

포퍼는 반증가능성의 개념을 제기한다. 명제가 실증적으로 검증되는 게 가장 좋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에는 반증 가능성의 기준으로 검증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지식의 기능은 구분이다.....그렇게 구분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것과 저것이 서로 다르다는 점, 즉 차이를 알아야 한다.

 

하버마스에 의하면 현대사회는 "의사소통이 체계적으로 왜곡되어 있다"는 특성을 가진다.

 

철학이 탄생하게 된 사회적 배경을 이야기 하고, 어떤 철학이 갑자기 나타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철학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벅찬 감동을 느낀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2009. 6. 9. 부산에서 자작나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