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기타)

김판수의 '낚시, 여백에 비친 세상'을 읽었다.

자작나무의숲 2008. 10. 22. 19:34

김판수의 '낚시, 여백에 비친 세상'을 읽었다. 저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경향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했다. 지금은 낚시와 환경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자유기고가 생활로 지내고 있다.

 

이 책은 낚시꾼의 낚시에 관한 관찰과 사색을 담고 있다. 낚시의 역사, 낚시도구, 낚시터, 낚시행위에 대한 설명이 낚시꾼의 심리와 어울려 공명을 울린다.

 

이 책에서 음미할 만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적어도 이 땅에서는 찌가 낚시문화의 혁명을 몰고 왔다고 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낚시꾼이 시각적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찌의 진화는 낚시 역사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대나무는 부드러워서 강하다.

 

자신의 무거움으로 물고기의 입질을 쉽게 해주고 낚시꾼의 마음도 가볍게 해주다니, 봉돌은 예사로운 도구가 아니다.

 

모호함. 아마 그것은 낚시꾼이 낚시를 하게 되면서부터 어쩔 수 없이 지니게 되는, 피할 수 없는 태도일 것이다.  

 

각서하고, 민물고기가 강에서 상류 쪽만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것은 다시는 바다로 나가지 않겠다는 뜻이 아닐까.

 

천리 먼 길의 물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거나, 높고 험준한 비탈길을 단숨에 오르거나, 어둡고 긴 밤을 홀로 지새우거나, 허기나 추위나 무더위를 참아 낼 수 있는 밑천은 순전히 그리움의 힘이다. 낚시의 동력은 그리움이다.

 

성리학의 비조라는 송나라의 주돈이는 연을 좋아하는 까닭으로 '비록 진흙 속에서 났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에 씻기면서도 요염하지 않기 때문'이라 했던가.

 

수타니파타 경전에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연에 관한 대목이 나온다.

 

지혜로운 낚시꾼이라면 들판의 질서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낚시꾼의 낚시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자연환경 보존에 대한 저자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2008. 10. 22. 부산에서 자작나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