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기타)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중에서

자작나무의숲 2007. 9. 11. 21:31

2005. 8. 20. 읽은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중에서 인상 깊은 대목은 다음과 같다.

 

로버트 매튜스는 선택적 기억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머피의 법칙이 그토록 잘 들어맞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하나씩 증명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세상에는 되는 일보다 생각대로 안 되는 일이 훨씬 많다......머피의 법칙은 세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혹한가를 말해주는 법칙이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세상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무리하게 요구했는가를 지적하는 법칙이었던 것이다.아나톨 프랑스는 이런 말을 했다. "우연이란 하나님이 서명하고 싶지 않을 때 쓰는 가명이다." 

 

O.J. 심슨의 변호인단은 아주 중요한 문제를 착각하고 있다. 지금 그들은 '아무 죄가 없는 사람이 여러가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가질 확률'이 매우 낮다는 사실은 망각한 채, '여러가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가진 사람이 아무 죄가 없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부각시켜 심슨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일이 '내게'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사건이 일어날 확률 자체가 낮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니콜라스 샌덜릭은 살인 사건이 술을 마실 기회가 많은 주말에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결과를 제시하면서, 술과 살인 사건이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지프는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소수에 불과하고 다른 대부분의 단어들은 비슷하게 적은 횟수로만 쓰인다는 것을 발견했다......power law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언어학 분야에 지프의 법칙이 있듯이 경제학에서 상위 20% 부자들이 80% 이상의 소득을 독점하고 있는 특성을, 파레토의 법칙이라고 부른다......복잡한 세상의 다양한 장소에서 power law 패턴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프는 '인간 행동과 최소 노력의 법칙'에서 인간의 행동이 최소 노력으로 최대 효과를 얻으려는 특징이 있다고 믿었다.언어는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므로 언어를 사용할 때도 인간의 최소의 노력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문법을 변화히시키고 말의 패턴을 조절해왔을 것이라고 가정했다......지프는 정보 이론을 이용해 자신의 주장을 멋지게 증명한 셈이다. 1,000개의 단어만 알아도 75%의 일상대화를 이해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결국 생명체는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규칙적인 운동을 수행하는 정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불규칙적이지만 유연하고 역동적인 상태를 통해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역동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윌리엄 화이트가 이를 통해 얻은 결론은 조경이 근사하거나 설계가 멋진 공원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것이 아니라 편히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나 잔디밭이 많을수록 사람들이 몰린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공원은 찾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편히 쉴 공간이 필요해서'이기 때문이다......한편, 파코 언더힐의 '쇼핑의 과학'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해서 좋은 판매전략을 세우고 매장 설계와 진열에 이를 응용하자는 것이지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해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VHS와 베타의 점유율 차이는 아주 작았으나, 선점 효과로 인해 결국 VHS 방식이 시장을 점령하게 됐고 베타 방식은 비디오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비선형 항(y=x제곱, x세제곱 또는 1/x 등이 포함되어 있는 항)에 의해 변수 값의 작은 변화가 결과 값에 큰 변화를 미치는 효과를 나비 효과(북경에서 나비가 펄럭이면 뉴욕에서 폭풍이 몰아친다)라고 하는데, 카오스 현상이 벌어지는 원인이기도 하다.

 

(일상을 과학으로 분석하되 쉽고 재미 있게 쓴 점이 돋보이는 책이다. 저자는 고려대학교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카이스트 교수로 있다. 2007. 9. 11. 부산에서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