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성찰)

박원순 외 '견디지 않아도 괜찮아'를 읽다.

자작나무의숲 2008. 5. 18. 17:07

박원순 외 40여 명이 쓴 '견디지 않아도 괜찮아'를 읽었다. '나를 움직인 한 마디'라는 주제로 40여 명의 사람이 쓴 두 번째 이야기다. 글을 쓴 사람중에 눈에 띄는 이로는 개그맨 전유성, 영문학과 교수 장영희, 인권변호사 박원순, 역도선수 장미란, 건축가 김석철, 시골의사 박경철, 산울림의 김창완, 야구선수 출신 해설위원 박노준, 소설가 김중미, 방송인 이상벽, 축구 국제심판 임은주, 소설가 최인호다.

 

4개로 분류한 제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무는 개가 되라, 사랑받지 못했다고 해서 세상을 사랑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지나간 것은 언제나 그리워지리니, 있다고 생각하고 찾아라.

 

인상 깊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다른 인기 개그맨만큼 내가 대사가 많았던 것도 아닌데 지금까지 버틴 이유가 뭘까? 나는 이것밖에 할 것이 없다. '나는 평생 할거니까 지금 당장 튀지 않아도 돼' 하는 마음이 있었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전유성)

 

의사가 수술 후에 약속이 있다면, 환자에게 집중할 수 없겠지

 

生於苦難 死於安樂 고난 속에서는 사는 것이고 안락함 속에서는 죽는 것이다.

 

시간에 쫓기면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없어. 매일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해

 

외롭지 않으면, 어리석지 않으면, 또한 스스로 가난해지지 않으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없다.

 

'푸줏간 앞의 개'라는 니체의 말과 마주쳤을 때였다. 나는 그 말에서 '너무나 인간적인' 개 한 마리를 보았다. "그 개는 공포 때문에 전진할 수도 없고, 욕망 때문에 후퇴할 수도 없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을,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신플라톤주의를 거쳐 회심에 이르며 '악은 실체가 아니라 선의 부족 상태'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는 사람에게 자유와 함께 주어진 선택의지의 문제로 적용된다. 요컨대 선한 의지가 충일하면 선의 의지대로 행하고, 그 반대로 결핍되면 악을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인호야 없다고 생각하면서 찾지 말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찾아라.

 

그래, 괜찮아, 나는 생각했다. 선생님도 견딜 수 없는 슬픔을 굳이 내가 견디려고 애를 쓸 필요는 없어. 잠시 주저앉아 울고 다시 일어나면 그만이니까. 견디지 않아도 좋다고, 나보다 세상을 많이 아는 그들이 이렇게 얘기하고 있으니까.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하는 이해인 시가 생각날 때 읽기 좋은 책이다.

 

            2008. 5. 18.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