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성찰)

톨스토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8. 1. 16. 20:48

톨스토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일전에 '세상의 지혜를 얻는 황금률'이라는 책을 소개한 바 있는데, 중복되는 내용도 제법 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는 일력으로 365일을 나눈 다음 1일에 1주제에 관하여 톨스토이가 독서한 결과와 사색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는데, 톨스토이가 남긴 마지막 대저작이라고 하며 구상과 고찰 과정을 거쳐 완성되기까지 15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예수, 파스칼, 쇼펜하우어, 소크라테스 같은 서양 사상가뿐만 아니라 노자, 공자, 부처를 비롯한 동양 사상가들의 사상도 망라되어 있고, 이를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는 것을 보면 톨스토이의 독서 양과 질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를 알 수 있다. 톨스토이의 작품이 실로 엄청난 독서와 깊은 사색의 산물임도 알 수 있게 해준다. 톨스토이가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한 내용은 다음 두가지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라'.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 구절(마태복음 제22장 36~40절)이다. 여러 번 반복해서 강조한다.

 

인상 깊은 대목은 다음과 같다. 특별한 표시가 없는 것은 톨스토이의 사상으로 보면 된다.

 

노여움은 어떠한 경우에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옳은 일을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왜냐하면 노여움이 그 옳은 일을 흐려 놓기 때문이다(고골리).

 

아래로 내려가라는 말을 듣느니보다 위로 올라가라는 말을 듣는 것이 나으니라. 스스로를 높이는 자는 신에 의해 낮춰지지만 스스로를 낮추는 자는 신이 그를 높여주리라(탈무드).

 

분노는 나약함의 증거이지 힘의 증거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 개의 길을 통해 우리는 예지에 도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사색의 길로, 이것은 가장 고상한 길이다. 두 번째는 모방의 길이며, 이것은 가장 쉬운 길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경험의 길인데 이것이 가장 힘든 길이다(공자).

 

평등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듯이 사회적인 수단에 의해서는 실현될 수 없으며, 하느님과 사람들에 대한 사랑에 의해서만 실현되는 것이다.

 

진리가 상대방의 귀에 들리도록 하려면 그것을 선의를 가지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이치에 맞는 옳은 말이라도 화를 내면서 말하면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생활이 선하면 선한 만큼 죽음의 공포는 줄어들고 가벼워진다. 따라서 성자에게는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떠한 사람도 수단이나 목적이 될 수 없다. 바로 거기에 인간적 존엄성이 존재한다(칸트).

 

악마는 악마를 쫓아낼 수 없고, 악은 악에 의해 극복되지 않는다...... 악은 선을 통해서, 선과 인내와 고뇌를 통해 뿌리 뽑아야 한다(부카).

 

모든 악은 나약함에서 생긴다(루소).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연민이야말로 그 사람의 도덕성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튼튼한 보증이다(쇼펜하우어).

 

부는 똥과 마찬가지로, 그것이 한 곳에 쌓여 있을 때는 악취를 풍기지만, 널리 거름으로 뿌려지면 땅을 기름지게 한다.

 

사람들이 저지르는 대부분의 악행은 악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잘못 믿고 있는 사상에 의해 일어난다.

 

어리석고 거칠고 무지한 사람일수록 폭력에 호소한다. 폭력을 행사하는 데는 많은 협력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설득을 하는 데는 협력자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 자신의 지혜로 설득할 자신이 있는 사람은 결코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소크라테스의  대화).

 

말이 불행한 것은 수탉처럼 울지 못할 때가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것, 즉 그 다리를 잃었을 때이다. 개는 자신에게 주어진 그 후각을 잃었을 때는 불행하지만, 새처럼 날지 못한다 해서 불행하지는 않다......인간이 죽는 것이나 돈과 집과 재산을 잃는 것은 그리 슬퍼할만한 일이 아니다. 그런 일들은 원래 인간에게 속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자신의 진정한 재산 즉, 인간적인 존엄성을 잃는 것, 그것이야말로 참으로 슬퍼해야 할 일이다(에픽테토스).

 

1160쪽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이다. 한꺼번에 읽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책의 순서에 따라 매일 그 날에 해당하는 부분을 읽는 것도 좋은 독서방법이라 생각한다. 이 책에 적힌 대로 실천하면 군자가 될 수 있으리라.

 

          2008. 1. 16. 부산에서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