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심리)

죠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전쟁'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7. 10. 6. 12:50

죠지 레이코프, 로크리지연구소의 '프레임 전쟁'을 읽었다. 죠지 레이코프는 인지언어학의 창시자로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언어학과 교수로 있고(유명한 언어학자 촘스키의 제자였다), 진보적 연구기관인 로크리지 연구소의 창립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이 책은 '보수에 맞서는 진보의 성공전략'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데서 드러나듯 진보주의 입장에서 보수주의에 맞서 어떻게 제 목소리를 낼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이다. 

저자는 스스로 '보수주의'라 일컫는 급진적이며 권위주의적 우익의 지배를 받을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현재 미국이 위험에 처했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그 주된 원인을 진보주의자들이 정치적 논쟁의 언어를, 심지어는 진보주의 이상에 대한 언어마저도 다시 정의하도록 극우파들이 재정의하도록 넘겨주었다는 데서 찾고 있다. 

저자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선거에서 이긴 이유에 대하여, 레이건이 이슈보다는 가치를 이야기 했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시했으며, 의사소통이 능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즉, 정치는 가치의 문제이고, 의사소통의 문제이며, 후보자가 옳은 일을 수행할 것으로 믿는 유권자들의 문제인 동시에 후보자의 세계관에 대한 믿음의 문제이며, 그 세계관과의 동화의 문제이고, 또한 정치는 상징성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 진보주의의 역사를, 자유와 평등, 인간 존엄성, 관용, 다양성 인정이라는 자유주의 원리에 의해, 우리의 공공재원을 공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신념에 의해 촉발된 하나의 서사라고 평가한다.

 

이 책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진리를 진리로서 지각시키기 위해서는 프레임에 적절하게 넣어야 한다. 사실은 맥락을 필요로 한다.

 

자신을 '중도파'로 분류하는 사람들은 중도적인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어떤 이슈 영역에서는 보수적이며 다른 이슈 영역에서는 진보적인 이중개념주의자로 보인다.

 

진정성을 갖고 당신이 참으로 믿는 것을 충실히 따르라. 당신의 입장을 당신이 신봉하지 않는 입장으로 바꾸면 당신 본연의 모습이 사라지며, 그것은 결함이 있고 비효율적인 전략이다.

 

표층 프레임은 심층 프레임을 활성화하고 또한 심층 프레임에 크게 의존하는 '테러와의 전쟁'과 같은 어구와 연관된다. 심층 프레임은 사람의 전반적인 '상식'을 정의한다. 심층 프레임이 없다면, 표층 프레임이 의존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적절한 심층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슬로건은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전쟁' 프레임은 이라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정의할 뿐만 아니라, 그 해결책을 통제한다. 전쟁에서 '황급히 도망치는' 것은 비겁하고 부도덕한 행동이다......전쟁 프레임은 부정직하며, 비극적인 생명의 손실을 초래했다. 우리는 이라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프레임을 다시 짜야 한다. 이것은 전쟁이 아니라, 점령이기 때문이다......점령에서는 악한 적이 문제가 아니라, 언제 떠날지 그 시기가 문제이다. 점령에서 '이해가 되는' 해결책은 전쟁에서 '이해가 되는' 해결책과는 완전히 다르다.

 

인지과학의 교훈

1. 프레임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사용된다.

2. 프레임은 상식을 정의한다.

3. 프레임은 반복을 통해 뇌 속에 주입될 수 있다.

4. 활성화는 표층 프레임을 심층 프레임에 연결하고 반대 프레임을 억제한다.

5. 기존의 심층 프레임이 하룻밤 사이에 변화하지는 않는다.

6. 이중개념주의자들에게도 당신의 지지자들에게 말하는 것과 똑 같이 말하라.

7. 진실만으로 당신을 자유롭게 되지 않을 것이다......진실은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진실은 오직 어떤 맥락이 주어질 때만 의미가 있다.

8. 상대편의 프레임을 단순히 부정하는 것은 단지 그 프레임을 강화할 뿐이다.

 

미국인들은 가정에 대한 두가지 아주 다른 이상화된 모형 - '엄격한 아버지' 가정과 '자애로운 부모' 가정 - 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전자는 보수주의의 비전을, 후자는 진보주의의 비전을 보여준다.

 

자애로운 부모 모형과 마찬가지로 진보적 도덕성은 감정이입과 책임에 근거한다. 감정이입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을 느끼며, 자신을 다른 사람이라 상상하고, 그에 따라 다른 사람들에 대해 가족적 친밀감을 느끼는 능력이다. 책임감은 그러한 감정이입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감정이입과 책임감에서 보호, 삶의 성취, 자유, 기회, 공정성, 평등, 번영, 공동체 같은 일련의 핵심적인 진보적인 가치들이 나오고, 이러한 진보적인 가치에서 핵심적인 네가지 정치적 원리가 나온다. 즉, 공익의 원칙, 자유 확대의 원칙, 인간 존엄성의 원칙, 다양성의 원칙이다.

 

보수적 도덕성의 핵심은 권위와 통제의 문제에 있다.

 

보수주의자들이 '다양성의 원칙'을 존중하지 않는 이유는 그 원리 자체에 있다. 다양성의 원칙보다 경쟁을 통해 성공을 제공하는 능력주의 시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진보적인 원칙에 맞서 보수주의자들은 다음의 원칙을 제시한다. 도덕성 권위의 법칙, 개인적 책임의 원칙, 자유시장의 원칙, 자수성가의 원칙이 그것이다.

 

사유화와 규제 완화는 도덕적 임무를 지니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이익 창출 임무를 지닌 기업에 내어주게 만든다. 그 결과는 민주주의를 기업관리주의로 전환하는 꼴이 된다.

 

모든 이슈에 대해 자유시장을 주창하는 보수주의 원칙에 대처하는 방식은 인간 존엄성과 공익을 우선시하는 진보주의 원칙이다. 우리는 시장에 봉사하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에 기여하는 시장에 관심이 있다.

 

공익을 위한 공공 재원의 원칙에 의거하여, 우리는 어떤 사람도 이 나라에서 자기 혼자 힘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당신이 더 큰 성공을 거둘수록 공공 재원을 더 많이 사용했으며, 공공 재원을 유지하기 위한 책임을 더 많이 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만일 당신이 거대한 부를 축적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 기반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비용을 다시 내어 놓을 책임이 있다.

 

우리 모두를 다시 규합할 수 있는 많은 진보적 전략 의안이 있지만, 깨끗한 선거와 건강한 식품, 윤리적 기업, 대중교통에 대한 네가지 가능성을 살펴 보겠다.

 

열심히 일하면서도 궁핍한 노동자들은 그 돈을 벌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 돈의 절반을 얻게 되는 상속인들보다 그러한 달러가 제공하게 될 학교와 병원의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

 

프레임이 단순히 낱말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라. 프레임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세계와 상호 작용하는 심적 구조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죄와 벌 프레임'을 자주 사용하고, 진보주의자들은 '안전망 프레임'을 자주 사용한다.

 

지난 번에 소개한 최인철 교수의 '프레임'이란 책이 개인의 범주에서 프레임을 다루었다면, 죠지 레이코프 교수의 '프레임 전쟁'은 정치의 범주에서 프레임을 다루고 있다. 관심있는 분들께 한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2007. 10. 6. 부산에서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