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심리)

토머스 키다의 '생각의 오류'를 읽다.

자작나무의숲 2008. 3. 29. 20:41

토머스 키다의 '생각의 오류'를 읽었다. 저자는 메사추세츠 대학 아이젠버그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이 책의 부제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맏드는 생각의 오류'인 것이 말해주듯 이 책은 생각의 오류를 나열하고, 생각의 오류에 빠져드는 원인을 분석한 다음 생각의 오류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생각의 오류를 범하는 근본적 이유는 첫째 누구에게나 잘못된 방식으로 증거를 찾고 판단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고, 둘째 오류를 범하는 우리의 타고난 성향을 상쇄시켜줄 비판적인 사고능력과 올바른 결정 기술을 학교에서 가르쳐 주기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회의적인 사색가라 되라고 요구한다. 회의주의자는 무언가를 믿기 전에 증거를 찾아내서 평가해 보고 싶은 사람일 뿐이라며 회의주의자와 같은 엄격함이 있어야 참된 믿음을 얻을 수 있고 지성적이고 신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생각의 오류에 빠지는 이유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다음 6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통계수치보다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러한 인간의 성향 때문에 과학적인 통계수치보다 일화적인 증거에 더 의존하므로 잘못된 결론을 내린다고 본다.

(2)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기존의 믿음이나 기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뒷받침해주는 정보는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이런 것들에 반하는 정보는 덜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3) 삶에서 운과 우연의 일치가 하는 역할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연의 결과에 불과한 일에서도 원인을 찾는다.

(4) 세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는 기대와 욕망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가끔은 세계를 선택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5)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그래서 결정과 관련 있는 정보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문제를 일으킨다.

(6) 잘못된 기억을 갖고 있다.

우리의 기억은 다분히 구축적이다. 현재의 믿음과 기대, 환경, 암시적인 질문까지 과거의 경험에 대한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우리 사회에 위험한 것은 불신이 아니라 믿음이다(조지 버나드 쇼)

 

진정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자가 되려면 삶에서 적어도 한 번은 모든 것을 최대한 의심해 보아야 한다(버트런드 러셀)

 

정말로 연관성이 있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부정적인 사례들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아니된다.

 

포러 효과는 아주 일반적인 묘사 속에서 자신의 성격적 특성들의 일부를 확인하는 현상이다.

 

요컨대 어떤 가설이 맞는지를 확인하려면, 가설이 틀렸음을 입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떤 가설이 확실하게 옳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지만, 가설이 틀렸다는 것은 하나의 경우만 잘 관찰해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생각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보다 그렇지 않은 증거를 찾는 편이 문제의 답을 찾는 데 더 효과적이다.

 

같은 것끼리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일컬어 대표성 간편추론법이라고 한다. A가 B를 대표하는 정도를 토대로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표성 간편추론법을 쓰면,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다른 관련 정보를 무시하게 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검사 결과 우리에게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과 비슷한 특징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자 우리는 이런 정보에만 초점을 맞추고, 기준율은 무시해버린다.

 

어떤 경우든 극단가 뒤에는 대개 극단가보다 못한 값이 온다(평균회귀라는 통계학적 개념).

 

표본 크기가 작으면, 결과의 다양성이 더 커서, 비대표적으로 보이는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

 

고정화는 아주 간편한 방법이지만 여러 가지 판단의 오류들을 불러 온다. 인간은 아주 복합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K로 시작되는 단어를 찾기는 쉽지만, K가 세 번째로 오는 단어는 생각해 내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가용성 간편추론법을 쓰기가 쉽다.

 

몇 가지 초기 자료들에만 주의를 기울이다가 새로운 정보들이 생길 때 처음의 생각을 조정하는, '정박과 조정이라는 간편추론법'도 생각의 오류를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이득이 확실한 때에는 위험을 피하는 반면, 손실이 있을 경우에는 위험을 무릅쓰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손실혐오는 소유효과라는 흥미로운 현상도 설명해준다. 갖고 있던 표를 팔 때는 대개 표를 살 때 지불했던 금액의 두 배를 요구한다.

 

심적 회계가 일어나면 우리는 돈을 서로 다른 범주나 계좌 속에 집어 넣고, 이 계좌의 성격에 따라 돈을 다른게 다룬다. 흔히들 도박에서 딴 돈이나 선물로 받은 돈을 일해서 번 돈보다 더 쉽게 써버린다.

 

사후확신편향(그럴줄 알았어)이 있으면 경험을 통해 배우기도 힘들어진다. 결과를 보고 스스로를 일깨우지 않으면, 결과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일에 대해서도 높은 자신감을 절대적인 보증자료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증인들이 확신을 갖고 증언해도, 그 증언이 틀릴 수 있다는 말이다(과신 오류).

 

최초의 기억은 우리 두뇌 속에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새롭게 재구성된 실재들이 이 기억들을 대체한다.

 

수많은 연구 결과, 타인들의 암시가 있으면 없던 기억도 만들어질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범인이 이 줄에 없을 때도, 범인과 가장 비슷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한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한 가지 방법은, 증인이 용의자를 한 사람씩 살펴보고 '엄지손가락을 위로 또는 아래로 향햐는' 식으로 판정을 내리게 하는 것이다.

 

권위적인 인물에게 복종하는 성향이 우리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타인들과 같아지려는 욕망과 권위적인 인물에게 복종하는 성향으로 인해, 믿을 만한 증거가 전혀 없는 주장과 결정을 내릴 때가 많다.

 

복잡한 일의 경우는 보는 사람이 있을 때 일의 정확도가 떨어진 반면, 간단한 일의 경우는 정확도가 약간 높아졌다.

 

타인들에게 얻은 정보의 신뢰도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먼저 출처를 살피고, 미래에 대한 전망보다는 과거의 통계자료를 중시하며, 일확적인 정보들을 경계해야 한다.

 

집단 안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는 혼자 일할 때 집단보다 더욱 훌륭한 성과를 보여준다.

 

오늘날 이 세계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어리석은 자들은 확신에 차 있는 반면 지적인 사람들은 의심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버트런드 러셀)

 

어떤 사람이 결정을 잘 내리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는, 그가 내린 결정으로 빚어진 결과의 질이 아니라 결정 과정의 질을 따져 보아야 한다. 우리의 사고와 결정을 향상시키는 최고의 길은 비판적이고 회의주의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것이다.

 

이 책의 결론은 '통계학적인 예측이 직관적인 예측보다 더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연구는 100가지도 넘는다'는 구절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사고형성과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깊고 풍부한 해석이 놀랍다. 일독을 권한다.

 

                 2008. 3. 29. 부산에서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