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심리)

최인철의 '프레임'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7. 8. 2. 22:20

최인철의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프레임'을 읽었다. 최인철님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서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라는 책을 번역한 바 있다.

 

프레임의 가장 흔한 정의는 창문이나 액자의 틀, 혹은 안경테이다. 이 책에서 프레임은 뚜렷한 경계 없이 펼쳐진 대상들 중에서 특정 장면이나 특정 대상을 하나의  독립된 실체로 골라내는 기능을 한다.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접근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삶으로부터 얻어내는 결과물들은 결정적으로 달라진다.

 

유럽에서 장기기증 비율이 높은 국가들의 경우 정책적으로 모든 국민이 자동적으로 장기기증자가 된다.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 한해 장기기증을 원치 않는다는 서류 절차를 밟으면 기증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기증 비율이 낮은 나라의 경우 본인이 원할 때만 서류 절차를 거쳐 장기기증자가 된다. 이 두가지 정책을 각각 '탈퇴하기'와 '가입하기'라고 한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대목은 다음과 같다.

 

바로 상위 프레임에서는 Why를 묻지만 하위 프레임에서는 How를 묻는다는 점이다.

 

지혜의 핵심은 올바른 질문을 할 줄 아는 것이다. (존 사이먼)

 

성취하는 사람의 프레임은 '접근' 프레임이다. 반면에 안주하는 사람의 프레임은 '회피' 프레임이다. 접근 프레임은 보상에 주목하기 때문에 어떤 일의 결과로 얻게 될 보상의 크기에 집중하고 그것에 열광한다. 그러나 회피 프레임은 실패 가능성에 주목한다. 자칫 잘못하다간 실수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보상의 크기보다는 처벌의 크기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프레임에 대한 깨달음이 중요한 이유는, 프레임은 주변의 사소한 물건들을 통해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행동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매함은 삶의 법칙이지 예외가 아니다......애매함으로 가득한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프레임이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에, 내 주관적 경험과 객관적 현실 사이에는 어떤 왜곡도 없다고 믿는 이런 경향성을 철학과 심리학에서는 '소박한 실재론'이라고 한다.

 

허위합의효과는 자신의 의견이나 선호, 신념, 행동이 실제보다 더 보편적이라고 착각하는 자기중심성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말하는 평가나 내용들을 보면, 다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정보를 준다기보다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더 많이 드러낸다.

 

똑같은 단어라도 자기 자신과 관련지어 생각하게 되면 기억을 더 잘한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을 자기 준거 효과라고 한다.

 

현재에만 존재하는 결과론적 지식이 과거에도 존재했던 것처럼 착각하고는 '내 그럴 줄 알았지', '난 처음부터 그렇게 될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심리 현상을 사후 과잉 확신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이런 현상을 선견지명 효과에 빗대어 후견지명 효과라고 부른다.

 

카네만 교수와 트버스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득 상황으로 문제가 프레임되면 모험을 감행하기 보다는 안전하고 보수적인 대안을 선택한다. 그러나 동일한 문제가 손실 상황으로 프레임되면 안전한 선택보다는 모험을 감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카네만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손실을 이득보다 2.5배 정도 더 큰 영향력을 갖는다고 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손실 혐오라고 한다.

 

연구결과는 어떤 대안이든지 그것이 '현재 상태'로 주어져 있으면 사람들은 그것을 바꾸기보다는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판매하려는 가격과 구매하려는 가격의 차이를 소유 효과라고 한다.

 

진정한 마음의 자유는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데 있다. 사람들이 만족을 느끼는 최상의 상태는 비교 프레임이 적용되지 않을 때다. 비교의 프레임은 배우는 기쁨과 도전 정신을 앗아간다. 그렇다면 생산적이고 지혜로운 비교는 없을까? 저자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들과의 횡적인 비교보다는 과거 자신과의 비교 혹은 미래의 자신과의 종적인 비교가 하나의 대안이 된다.

 

최고로 행복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혼자 있는 시간이 적었고,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습관은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도스토예프스키)

 

쉽고 재미 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당장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지식이 들어 있다. 일독을 권한다. 프레임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2007. 8. 2. 부산에서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