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김용규의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7. 2. 3. 21:31

김용규의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를 읽었다.

이 책은 소설을 소재로 철학을 이야기한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듯이 철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재로 등장하는 작품은 다음과 같다. 즉, 괴테의 파우스트,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 세익스피어의 오셀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사르트르의 구토, 사뮈엘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최인훈의 광장,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조지 오웰의 1984년,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렇게 13편이다.

 

'파우스트'는 우리에게 구원에 이르는 전혀 다른 두 가지 길을 제시하고 있다고 이 책은 정리한다. 그렌트헨이 갔던 무한한 자기체념을 통한 종교적 구원의 길과 파우스트가 보여준 무차별한 자기실현을 통한 인간적 구원의 길이 그것이라고.

 

'데미안'은 성숙한 인간만이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뱀이 허물을 벗고 성장하듯 몇 번이고 주어진 자기를 부수고 죽을 것 같은 절망과 고통을 견디어 자기실현을 이루어낼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고 이 책은 정리한다.

 

'어린 왕자'는 외로움의 원인이 사람의 없음 때문이 아니라 사랑의 없음, 곧 관계의 없음 때문임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이 책은 정리한다.

 

'오셀로'는 소유양식으로서의 사랑과 존재양식으로서의 사랑을 구분하면서, 질투 없는 사랑이 진정 사랑이라고 그리고 질투에는 아예 사랑이 없는 것임을 강조하였다고 이 책은 정리한다.

 

'변신'은 가장 순수하고 가장 아름다운 가족간의 사랑조차 경제적인 관계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카프카의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고 이 책은 정리한다.

 

'구토'는 로캉탱의 숱한 구토가 상징하듯, 우리의 삶에는 철학자들이 본질이라고 부르는 그런 고정된 의미가 없기 때문에 자기의 삶을 매순간 선택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 이 책은 정리한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자기 자신으로 살 것인가, 세상사람으로 살 것인가, 본래적 삶을 살 것인가, 비본래적 삶을 살 것인가, 실존할 것인가, 전락할 것인가 이 두가지 길이 갈라서는 갈림길에 우리가 서 있다는 사실을, 인간은 언제나 그리고 매순간 이 갈림길에 서 있지만, 세상사람으로서 우리는 그것마저도 망각한 채 매일매일 시간죽이기에 몰입하여 분주하게만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이 책은 정리한다.

 

'페스트'는 부조리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반항임을, 반항이란 사막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그 속에서 버티는 것임을. 반항하는 인간의 표본으로 시지프를 들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고 이 책은 정리한다. 즉, 삶의 무의미성, 곧 부조리를 직시하며 헛된 희망을 갖지도 않고, 구원을 호소하지도 않으며, 자살로써 회피하거나 기권하지 않고 쓰라리고도 멋진 내기를 지탱하는 것이라고..

 

'광장'은 인간의 삶에는 광장과 밀실이 필수적이라는 것, 곧 인간이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고 이 책은 정리한다. 제3의 길 즉, 자유가 보장된 평등, 평등이 전제된 자유를 추구하는 길, 경쟁이 보장된 협동과 협동이 전제된 경쟁을 추구하는 길, 사생활이 보장된 유대와, 유대가 전제된 사생활을 추구하는 길을 통하여 주인공이 꿈 꾼 유토피아로 갈 수는 없을까 하고 여운을 남긴다.

 

'당신들의 천국'은 서로 사랑함으로 운명을 같이하는 자들이 스스로의 자유에 의해 선택하고 희망한 유토피아가 바로 당신들의 천국이 아닌 우리들의 천국임을 말하고 있다고 이 책은 정리한다. 덧붙여 카를 포퍼가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말한 '열린사회'가, 이청준이 제시하는 '천국'과 통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한다. 열린사회란 비판을 허용하는 자유 사회이자, 전체주의에 대립하는 개인주의 사회이며, 유토피아적 사회공학에 의한 급진적 개혁보다 점진적 발전이 보장되는 점진적 사회공학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회, 행복의 추구보다는 고통의 감소가 목적인 사회를 말한다는 카를 포퍼의 설명을 곁들이면서.

 

'멋진 신세계'는 인간에게는 행복과 안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이 자유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한다고 이 책은 정리한다. 한스 요나스가 인간 복제에 반대하며 인간이 가진, 무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 사실을 언급한다.  

 

'1984년'은 유토피아란 그 이상에서뿐만 아니라 그 실현 방법에서도 인간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한다고 이 책은 정리한다. 그러면서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감시사회에 대한 대응책으로 권력을 감시하는 역감시와 언론에 의한 권력 감시를 제시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인간의 삶은 회상에 의해서 언젠가 그 진실한 모습이 드러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미완성의 어떤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이 책은 정리한다.

 

이 책속에는 소설과 시가 철학에 섞이고, 동서고금이 망라되어 재미 있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결코 가볍지 아니한 주제를 쉽게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가 매우 돋보인다. 그의 인문학적 지식과 소통능력에 경의를 표한다.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카를 포퍼의 말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추상적인 선을 실현하려고 하지 말고 구체적인 악을 제거하기 위하여 노력하라. 정치적인 수단을 사용하여 행복을 달성하려고 하지 말아라. 오히려 구체적인 불행을 없애려고 노력하여라.

 

            2007. 2. 3. 창원에서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