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정민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6. 12. 25. 16:18

정민 선생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읽었다.

정민 선생하면 '정민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이야기'로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쓴 '죽비소리'도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다산선생하면 조선의 역사에서 가장 많은 책을 지은 분이 아닌가 싶다.

18년간 유배생활 중 500여 권에 이르는 책을 남겼다. 우리가 잘 아는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속담을 정리한 이담속찬, 학동들을 위한 2천자문인 아학편훈의, 주역에 관한 다산문답, 주역심전, 지리서인 아방강역고, 예법에 관한 상례사전, 상의절요, 춘추고징, 논어에 관한 주석을 집대성한 논어고금주, 의서인 마과회통, 촌병혹치...주제도 무궁무진하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은, 다산이 어떻게 짧은 기간에 그 많은 책을, 유배생활이라는 가혹한 조건에서 그렇게 다양한 주제에 관하여 책을 쓸 수 있었을까? 하는 문제제기에서 출발한다. 말하자면 다산선생의 저술 방법론을 연구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다산선생의  저술작업 방법론을 정리하여 지식경영법으로 체계화한다. 다산선생의 저술작업 방법론에서 도출된 원칙은 논술이나 일반경영에, 그대로 적용하여도 손색이 없다고 주장한다.

 

정민선생이 정리한 다산선생의 지식경영법 10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즉, 단계별로 학습하라, 정보를 조직하라, 메모하고 따져보라, 토론하고 논쟁하라, 설득력을 강화하라, 적용하고 실천하라, 권위를 딛고 서라, 과정을 단축하라, 정취를 깃들여라, 핵심가치를 잊지 말라.

 

10가지 원칙 아래에 5가지 소원칙을 정하고 그 아래에 4가지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10강 50목 200결의 형식을 취했다. 이 형식 역시 다산선생의 저술작업 방식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몇가지 인상적인 것을 골라보면 다음과 같다.

다산선생은 책을 읽을 때 반드시 메모를 하였다고 한다. 이 메모들을 갈래에 따라 정리하고 생각을 다듬어 책을 내는 방식을 취하였다고 한다.

 

다산선생은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에 익숙하였다고 한다. 논쟁을 할 때는 가차없이 비판함으로써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공부하는 사람은 서로에게 칭찬하는 법이 없음을 강조하였다고 한다. 날카롭게 비판하고 냉정하게 평가해서 상대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그가 잘못한 것을 드러내서 더 향상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천하에는 두가지 저울이 있다. 하나는 옳고 그름의 저울이고 하나는 이로움과 해로움의 저울이다. 이 두 가지 큰 저울에서 네 가지 등급이 생겨난다. 옳은 것을 지켜 이로움을 얻는 것이 으뜸이고, 옳은 것을 지키다가 해로움을 입는 것이 그 다음이며, 그릇됨을 따라가서 이로움을 얻는 것이 그 다음이고, 가장 낮은 것은 그릇됨을 따르다가 해로움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형벌제도에 관한 책인 '상형고'에는 형조참의였던 다산이 한 죄수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결정한 일이 있었는데, 이에 정조가 용서할만한 점이 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 내용이 들어 있다. '죽일 생각 없이 죽인 자와 죽이려고 작정하고 죽인 자를 나눠서 살펴야 한다. 이것은 내가 살리는 것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법이 마땅히 그렇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수정하는 수정윤색법, 한 차례 생각을 돌이켜 깨달음에 이른다는 일반지도법, 작업을 진행할 때 역량에 따라 역할을 나누어 효율을 극대화하는 분수득의법, 일상생활 속에서 삶의 운치를 찾아 누린다는 일상득취법, 학문 외적인 일에 있어서도 공부의 방법을 미루어 속되지 않는 격을 지녀야 한다는 속중득운법....등이 소개되고 있다.

 

귀양간 첫해 강진에서 세상에 대한 분노를 시로 쏟아내는 모습, 자식들에 대하여 폐족에 기가 죽을까봐 노심초사하면서도 과거를 못보더라도 학문에는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임할 것을 독려하는 모습, 유배지에서 제자를 기르고 그 제자들에게 역할을 나눠 집체의 방법으로 저술을 완성해가는 모습, 몇 차례에 걸친 서신교환에도 한치의 물러남이 없이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며 제 주장을 고집하는 모습, 관청의 일을 팽개치고 불쑥 천진암에 놀러간 모습, 곡산부사로 있으면서 신분, 세대, 생업, 군포, 부동산, 동산 등 19개 항목에 걸친 조사결과를 한장의 도표로 정리하여 백성들의 삶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함으로써 아전들의 농간을 제압하는 모습......

그 속에서 다산선생의 고뇌와 열정, 성공과 좌절을 엿볼 수 있고, 자신의 삶에도 유추할 수 있는 교훈을 만날 수 있었다.

 

두번, 세번 읽고 이를 현실에 적용하여 체화한다면 인생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006. 12. 25. 창원에서 자작나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