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이수광의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7. 1. 28. 20:50

이수광이 지은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을 읽었다. 좌포도청등록, 우포도청등록, 흠흠신서 등에 있는 살인사건 등을 발췌하여 소설 형식으로 역은 책이다.

 

이 책에는 16가지 살인사건 및 부녀자 납치, 사기사건 등이 소개되고 있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즉, 임금의 아들인 임해군이 특진관(부총리) 유희서를 살인하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대신 피해자의 아들 및 포도대장은 귀양을 가는 내용의 부총리 유희서 살인사건, 음란하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오빠와 공동으로 조카며느리를 살해한 안협 구 소사 살인사건, 당대 최고의 문장가인 집현전 학사 권채가 여종을 학대하여 죽게 만든 내용의 노비 덕금 살인사건, 빛을 갚지 못해 목숨을 잃은 조선시대 사채사건, 영의정 아들 허견이 부녀자를 납치하고 강간행위를 저지르고도 숙종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고 오히려 그 문제를 들어 영의정을 탄핵하여야 한다고 상소를 올린 남구만이 유배되는 내용의 부녀자 납치사건이 있다.

 

왕실의 종친이 계유정난 공신 민발에 의하여 살해되었고, 권력에 맞서 포도대장이 진범을 밝혀냈음에도, 세조는 살인범을 석방하고 오히려 포도대장 이휘를 귀양보내는 내용의 종친 이석산 살인사건,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살해하고도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협박하여 자살하게 만든 사건으로 위장하였으나, 정조가 암행어사까지 파견하여 진실을 파헤친 평산 박 소사 살인사건, 악의적인 거짓말에 정절을 훼손당했다고 생각한 김은애가 소문을 퍼뜨린 여인을 칼로 죽였고, 형조판서, 좌의정도 정상을 참작할 여지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으나, 정조는 김은애가 살인을 하고도 이리저리 변명을 하지 않은 점, 사람으로서 윤리와 기질이 없는 자는 짐승과 다름이 없다는 점을 들어 석방을 명하는 내용의 강진 안 소사 살인사건, 주인이 노비를 살해하면 장 90대의 처벌을 받지만 노비가 주인을 살해하면 능지처사에 처해진다는 내용을 다룬 노비 연향의 살인사건, 남편과 간통한 계집종을 살해한 내용을 다룬 노비 도리 살인사건도 있다.

 

그 외에도 대도 임꺽정 체포작전, 조선시대 검계(조직포력배) 소탕 작전, 해적 김수온의 14인 살인사건, 사이비 교주의 사기사건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주술로 사람을 죽였다는 애매한 이유로 10년 동안 옥살이를 하다가 세종이 '죄가 의심스러우면 아무쪼록 경하게 해야 한다'는 옛사람의 말을 들어 석방을 명하는 약노의 반옥사건, 14년간 진범을 추적하여 살인범으로 몰려 사형을 당한 남편의 억울함을 푼 김봉생 사건에서는 가슴이 저려온다.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에도 수사 및 재판지침서로 무원록과 심리록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무원록에는 살인사건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법의학적 감정을 필요로 하는 각종 기록과 검사재료, 검안 서식 등이 수록되어 있다.  예를 들면, '구타한 자국이라고 의심 가는 데가 있으면 우선 물로 그 부위를 축축하게 적신 다음 파의 밑동을 짓찧어 살짝 데친 후 의심스러운 부위에 바른다. 그 위에 초를 적신 종이를 덮고 한동안 지난 후에 종이와 파의 밑동을 벗겨내면 구타 자국이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적고 있다.

 

조선시대 살인사건의 재판결과를 상세하게 다룬 것이 심리록이라고 한다. 심리록을 토대로 구성해보면, 살인사건은 초검, 복검, 삼검, 회추, 완결, 결안, 계복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살인사건만큼 그 사회의 특성이 고스란이 드러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주인이 노비를 죽이면 장형에 처해지나 노비가 주인을 죽이면 사형에 처해진다든가, 상민의 경우 처자식이 살해당하는 현장에서 복수를 하면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무죄가 되나 종이 주인을 살해하면 이유를 불문하고 자식이 부모를 살해한 죄에 해당되어 사형에 처해진다든가, 양반으로서 간음한 자는 교수형에 처하게 되어 있다든가, 살인을 저지르고도 공신이라는 이유로 석방되고 오히려 수사를 한 포도대장이 귀양을 간다든가....

 

조선시대 살인사건의 수사와 재판에 관심을 가진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2007. 1. 28. 창원에서 자작나무 올림